내일 부대복귀하는 군인입니다. 100일 휴가 나와서 pgr에 글올린게 몇시간 전일같은데 벌써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보통 백일휴가 나오면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친구들과 잘 놀다가 복귀하는게 일반적인 형태입니다만...저는 불운하게도 휴가기간동안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아버지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복귀해야할 입장에 서있습니다. 저 역시 휴가기간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고 지금도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어른들의 말씀을 들으면 마치 요즘 군대가 무슨 보이스카우트라도 되는것처럼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그중에는 왜곡이 심하고 과장이 지나친 언론의 보도를 고지곳대로 받아들이고 "최신형 침대" "신세대 식단" 이라는 기사를 보고 몇몇분들께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겠죠. 물론 예전 쌍팔년도 군대에 비하면 나아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겠습니다.

다른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저에게도 훈련병 시절이 있었습니다. 몸은 지금보다 더 힘들었고 집에 계신 부모님과 연락도 불가능했으며 티비시청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만큼 제 인생에 있어서 추억이 될만한 일이 과연 몇번이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아직도 그때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때 주위를 보면 나와 마찬가지로 힘들어하는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새 이등병 계급장을 달게 되었습니다.

자대배치후...대기기간...아니, 결막염으로 의무대로 내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저의 군생활은 아무일 없을것처럼 여겨졌습니다. 티비에서 나오는 구타나 자살사건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여겼고 한심한 짓거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눈이 다 낫고 다시 내무실에 복귀하자 저의 군생활은 180도로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군생활 편하게 해달라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최소한의 인격만이라도 존중되기를 원했습니다. 군기가 빠졌다, 행동이 느리다, 말귀 못알아듣는다...라는 이유로 수시로 비난을 당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사회였다면 욕을 들어야할 이유는 없었지만 "이등병들은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그냥 참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모 고참이 발로 차서 뒤로 밀리는 바람에 허리를 크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허리를 침상모서리 부분에 부딪쳤기 때문입니다. 사회였으면 과거 온국민이 "쳐죽일놈" 이라고 비난했던 지존파 일당이었더라도 괜찮은지 물어봤을것이고 좀 더 지성인이라면 미안한 감정을 보이는게 정상적이지만 "군대에서 가장 서러운것이 아픈것이다" 라는 말은 진짜였는지 주위 고참들은 대부분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헐리우드 액션" 인줄로만 압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군대가 다쳤다고 해서 자기가 해야하는 일을 안하는 곳은 아닙니다. 아프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처음엔 진짜 통증이 심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고 어떻게 시간이 흘러서 지금 이렇게 백일휴가를 나와있습니다.

허리가 지금도 이상해서 병원에서 CT촬영을 해보았습니다. 병명은 제1,2요추의 좌측 횡돌기 복잡골절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허리가 골절된겁니다. 소견서에는 6~8주의 노동과 운동을 삼가고 안정가료와 적절한 물리치료를 요한다고 적혀있더군요. 뼈가 제대로 붙지 않고 어긋나면 더 골치아파진다고 안정을 취할것을 병원에서는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상 군대에서...그것도 이등병이 6~8주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안정을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한테 맞고 다닌적조차 한번도 없던 녀석이 군대에서 허리를 다쳐서 오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속상해하는게 당연했나 봅니다. 부모님께서는 화가 나서 부대에 있는 중대장님께 사실을 말해버렸습니다.

그래도 휴가나온 4박 5일간은 편하고 싶었습니다. 군대는 잊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휴가나와서 얻은것은 허리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는 것과 부모님에게 안겨준 상처 뿐입니다. 지금쯤 내무실 분위기는 험악해져 있을것이고 아마도 제가 복귀하기만을 벼르고 있을것입니다.

만약에 치료를 받기 위해 내무실을 또 다시 비운다면 고참들의 엄청난 비난과 갈굼, 심하면 구타를 면치 못할테고 치료를 받지 않고 조만간 있을 군전투 지휘검열, 유격까지 모두 소화했는데 허리에 이상이 있거나 더 악화될경우 몸이 성치 않는것은 물론이고 다시한번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게 될것입니다. 중대장님께서는 안정을 취할것을 권유하셨지만 그렇게 하는것을 좋아할 고참들은 한 사람도 없어보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