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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14 18:41:23
Name 카슈
Subject 2000년 7월 2일의 악몽과 2004년 6월 14일의 경악...
일단 제목은 제가 봐도 거창하네요.

오늘의 경기는 저에게 다시 한번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어줬고, 다시금 맞붙어야 할
그들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했습니다.

2004년 6월 14일 새벽 지단의 발을 떠난 공이 다시 한번 기적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종료를 3분 남기고 터져버린 프리킥 골.

2000년 7월 2일, 윌토르의 발을 떠난 공이 톨도의 손에 맞고 굴절되면서 90분동안
굳게 닫혀있던 이탈리아의 골문을 갈라버립니다. 남은시간은 1분.

일단 전 이탈리아의 광팬임을 밝혀둡니다.

스피드하며,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선수들, 중요하게 구사되는 롱패스들, 그리고 득점
선이 굵고 강렬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축구,
짧고 정확하게 구사되는 숏패스, 공간을 이용한 직접 돌파와 웬만한 선수라면
1~2명은 제낄 수 있는 개인기의 화려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저에겐 위 2개의 리그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간결하고 세밀한 공간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주는 수비진의 묘미와
그라운드를 그대로 갈라버리는 스루패스가 주는 짜릿함에 반해 오래전부터
이탈리아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유로 2000 4강전에서의 톨도의 외계인 모드와 수비수들의 온몸을 헌신하는 수비에
힘입어 기적같은 승리를 이끌어낸 아주리 군단.
그 기세는 포르투갈을 꺾고 올라온 레블뢰 마저 침몰시킬 듯 했습니다.
90년대로 들어선 후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부차기 승을 거두었기에
그리고 공.수의 조화가 더욱 완벽해지고 있었기에...

결승전이 시작되고,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아주리 군단의 거센 맹공에
레블뢰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이면서 허둥댑니다.
그들의 장점인 빠른 패싱 게임은 보이지 않았고, 경기는 아주리가 점점
지배해나가기 시작합니다.

후반전이 되자마자 터진 델베키오의 손쓸수 없는 골에 아주리의 기세는 더욱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경기의 MOM 이었던 토티의 감각적인 힐 패스에 이은
델베키오의 선제골. 디노 조프 감독의 용병술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기에서만큼은 지단은 토티의 발끝에도 못미쳤습니다. 토티의 감각적인
패스 앞에서 지단은 그저 공을 돌리기에 급급했고, 제대로 된 공격은 이루어
지지 않았죠.

델피에로의 어이없는 실수 2번 때문에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아주리의
기세는 우승이 눈앞에 보인 듯이 강력하였고, 서포터들은 우승을 예감하고
즐거워 합니다.

그러나 90분이 지난 뒤 인저리 타임, 교체 투입된 윌토르에게 잠깐의 공간이 생기고
바로 때린 윌토르의 굴러가는 슛, 기적같은 선방들을 보여줬던 톨도였기에
그 정도 쯤이야 당연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스핀이 강하게 먹혔던 볼, 톨도의 손을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톨도의 울부짖는 듯한 자책과 수비진들의 멍한 표정들, 서포터들의 허탈한 표정.

경기장에는 레블뢰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터져버린 트레제게의 골든 볼, 유로 2000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두명의 레블뢰, 로베르 피레스와 다비드 트레제게의 합작품에
전 그냥 티비를  꺼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1분을 버티지 못한 아주리 군단 과 마지막 3분을 버티지 못한 잉글랜드..
두 나라의 팬들에게는 정말 아픈 기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한번 레블뢰의 놀라운 집중력을 볼 수 있게 합니다.
경기의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선수...(이탈리아 어로 판타지스타라고 하죠.)

프랑스에는 그런 선수가 2명이나 존재합니다.
'지주' 지단과 '킹' 앙리, 아주리 군단이 승승장구를 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레블뢰.

이 두 팀의 재대결이 기대되는 것은 제가 아주리의 열렬한 서포터여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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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무테
04/06/14 18:5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4년전 그 경기가 생각나는 것이 참 좋네요..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B조 2차전. 새벽을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7시에 ESPN에서 재방송이라고 편성표에 나와있더군요.(확실치는 않습니다.)
생방경기를 못보신 분들은 재방송 경기를 볼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04/06/14 19:00
수정 아이콘
잉글랜드를 응원한 한 사람으로서 후반 끝날때까지 보다가 전날 먹은 술에 못이겨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2:1 두둥~ 뒷목잡고 쓰러질뻔했다는...
김원범
04/06/14 19:01
수정 아이콘
전 준결승전이 더 생각나네요..네델란드 vs 이탈리아
새벽에 저희 집에서 모여보던 친구들의 비명소릴듣구
네델란드가 졌다는걸 깨달은 ^^ 역시나 올해에는 죽음의 조^^
Dark..★
04/06/14 19:02
수정 아이콘
참.. 보면서 헉-_- 했었던..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a;
아, 전 스페인 팬입니다..^^ 이번엔 정말.. 스페인.. 좀 빛을 보았으면..
04/06/14 19:03
수정 아이콘
저는 프랑스 팬인데 -_-; 후반 40분쯤까지 보다가 졸려서 티비 끄고 잤는데
ㅠ_ㅠ 아침에 일어나니 이리 원통할수가,,
04/06/14 19:18
수정 아이콘
유로2000때 톨도는 외계인 그자체였죠,, 어찌나 잘막던지
04/06/14 20:34
수정 아이콘
어제 프랑스-잉글랜드 전은 한마디로 예전 osl 패러독스에서 임요환-도진광선수 경기의 축구버전 같았습니다. 잉글랜드 다른 선수도 아니고 안정감 팀내 최고인 제라드가 거기서 리버풀 대공황 백패스를 할줄이야...--;
그리고 어제 트레제게랑 오웬은 누가 카메라 잘 피해다니나 내기라도 한듯 잘도 피해다니더군요..--; 지금까지 나온 소위 우승후보 군중에는 스페인이 제일 깔끔하게 한듯 하네요. 라울 모리가 좀 삽을 들긴 했지만 비센테, 에체베리아, 뿌욜의 크레이지 모드는 정말 멋지더군요.
vividvoyage
04/06/14 20:56
수정 아이콘
저는 느낌이 좋은 팀의 팬입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칼, 스페인, 독일, 아일랜드, 루마니아 등;;) 어제의 경기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저도 4년 전이 생각났다는... 프랑스의 그 말도 안 되는(이라고 하면 좀 심한가요?;) 4강과 결승에서의 경기가 생각납니다. 이탈리아의 4강도 그랬고 스페인의 8강도 말 그대로 드라마였죠. 아, 스페인은 16강 마지막 경기였던가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 -_-;)

manic님 // 이번 스페인의 예선 첫 경기 하이라이트로 봤는데 라울은 평상시의 50%나 발휘 되었는 지 생각될 정도로 잦은 실수가 보였다죠. ㅠ_ㅠ
04/06/14 21:11
수정 아이콘
카슈님 알럽싸커카페에도 같은 글 올렸군요^^
Return Of The N.ex.T
04/06/14 21:55
수정 아이콘
축구 이야기엔.. 리플을 달 수가 없는게..
하나도 모른다는..-_-;
흑..ㅠㅠ 왕따당하는 기분이다..
04/06/14 21:57
수정 아이콘
랩교// 아..제가 알럽싸커 카페 운영자라서-_- 운영자 맘대로입니다.^^
04/06/14 22:05
수정 아이콘
카슈님//헉.. 카페 운영자셨어요?;;
딩요발에붙은
04/06/14 22:19
수정 아이콘
지단이 왜 '지단' 인지를 보여줬죠..^^
Zihard_4Leaf
04/06/14 23:11
수정 아이콘
생방송으로 봤는데 정말 그 프리킥만은 지단이더군요 . 베컴의 페널티킥 실축이 조금 아쉽던 .. 전 체코의 팬이지만 개인적으로 잉글랜드의 팬이기도 해서요 ^^
People's elbow
04/06/15 03:44
수정 아이콘
염장질... 여긴 지금 이탈리아인데요.. 저녁에 하네요 맥주 한잔 마시면서 볼 수 있다는
지금 이탈리아대 덴마크 끝나고... 불가리아와 스웨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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