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몇몇의 모독행위들

여러분은 스타리그를 스포츠로 보십니까 아니면 케이블TV 방송사 프로그램으로 보십니까 저는 스타리그가 이미 프로 스포츠로 인정받을 만큼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스타리그 보다 활성화된 프로스포츠가 몇 개나 될까요?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정도가 빅3 정도 될 테고, 빅3 제외한 어떤 스포츠와 비교해도 고급 선수 층이나 열성 팬들의 규모가 풍부한, 이미 충분히 스포츠의 한 영역으로 정착되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아직도 스타리그 방송중계를 보면 이게 과연 스포츠 중계인가 생각되게 만드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1. 종치면 시작하라
보통 오후 7시에 게임이 시작되는 스타크래프트 경기들. 하지만 저는 7시 정각에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대부분 캐스터와 해설자들의 경기전 설명이 10분에서 20여분이 흐른 후 첫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저녁쯤에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에게는 그런 식의 진행이 좋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어떤 스포츠를 보더라도 예고된 경기 시각을 어기고 그런 식으로 진행하는 스포츠중계를 찾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미국시간으로 저녁 7:05분에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경기, 비가 오지 않는 한 7시 05분이 되면 선발 투수가 공 던집니다. 축구 A매치 같은 중요한 경기도 주심이 휘슬 불며 예고된 시간에 경기가 진행됩니다. 축구, 야구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가 예고된 시간에 경기가 진행되는 게 원칙인데 유독 스타리그만 방송사 임의로 10-20여분이 흐른 후 시작하는 건 스스로 스타리그의 격을 떨어트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네 조기 축구시합이나 경기시간이 정확하지 않은 거죠. 최근 벌어진 MBCgame 투산배 팀리그 개막 경기는 7시에 예고된 경기인데 거의 30분이나 흐른 후 첫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럴 바에야 시합 예고시간을 7시 20분으로 정하던지 아니면 6시 40분 정도에 방송을 시작해서 20분 동안 캐스터와 해설자들이 설명을 하고 첫경기를 7시 정각에 시작할 수 있도록 방송사나 프로게이머 측은 노력해야 합니다.

2. 지겹다 지겨워 "타방송사 리그에서~"  "타방송사 리그에서~"......
해설자들이 선수 소개하면서 간혹 말하는 "저 선수는 타방송사 리그에서....어쩌고저쩌고" 우리는 언제까지 그런 불분명하고 자기 파괴적인 해설을 들어야 할까요. 알만한 사람이 다알고 모를 사람만 모를 저 말  "타방송사 리그에서..." 왜 해설자들이 그렇게 말하는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이 글을 보신다면 당장 고치시길 바랍니다. 스스로 스타리그를 비하하는 행위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일본 지바마린스에 소속된 이승엽선수를 일본 해설자가 설명한다고 칩시다. "이스여끄선수는 다른 나라 타리그에서 호므랑을 이빠이 날렸스므니다.(이승엽선수는 한국프로야구리그에서 홈런기록를 세운 타자입니다.)" 그럴 리 없겠지만 한국 야구팬들이 이 해설을 듣는다면 우선 한국과 한국리그를 무시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고 그렇게 부정확한 해설을 한 일본해설자 수준에 코웃음이 날릴겁니다. 골프중계에서 LPGA투어 2004 시즌 첫 메이저대회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지은 선수를 다음 대회에서 다른 방송 해설자가 "박지은 선수는 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자입니다."라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해설을 들을 거라고 상상이라도 해보셨나요. 박지은 선수는 2004 나비스코에서 우승한 선수이지 타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채널 바둑TV 대회에 KBS바둑왕전 우승자가 출전했는데 해설자가 "저 선수는 타방송대회 우승자입니다." 하지 않고 "저 선수는 KBS바둑왕전 출신입니다." 하지요. 저는 스타리그 해설자들이 "타리그~"를 연발하는걸 들을 때마다 해설자의 기본자질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각 방송사 해설자들이라도 모여서 타방송 어쩌고... 식의 해설이 없어질 수 있도록 협의하시길 부탁합니다.

3. 문자창 문제
온게임넷측에선 없어진 거 같은데 MBCgame 에선 여전히 살아있는 문자창. 어서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에 거슬려서 보기 싫다 라는 단순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포츠자체의 모독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어떤 스포츠가 방송경기중에 문장창을 띄우는 아동틱한 행위를 용납한단 말입니까? 축구 국가 대표 한국과 일본의 A매치가 벌어지는 TV중계창 하단에 "방장니ㅁ아 이운제 골키퍼 몇 살이죠? 케케 <017-XXX-0987님>" " 글쎄요... 먹을 만큼 먹었어요^^ <방장>" 같은 대화 수준의 중계창이 어느 순간 경기시간 90분 내내 뜬다고 가정해 봅시다. 붉은악마들이 그딴 식의 경기중계를 하는 방송사를 가만 두고 볼까요. 아마도 그 날로 그런 중계를 한 방송사는 아수라장이 되고 담당 PD는 사표 써야 할겁니다. 공중화장실에서야 볼 수 있는 낙서가 MBCgame 리그에도 난무하는걸 보고 e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 스타크래프트경기 중계방송을 보고 공중화장실쯤으로 착각할까 두렵습니다. MBCgame에서 제작하는 다른 프로그램에 -데일리게임통신 같은- 문자창 3개를 동시 멀티로 띄어도 아무 말 않겠습니다. 부디 스타리그에선 띄우지 마십시오. 스타리그를 스포츠중계방송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농구, 육상 등의 전국 중학교 아마선수권 대회 TV중계에도 없는 문자창이 한국에서 프로스포츠로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스타리그에는 아무탈 없이 나올 수 있는걸 보니, 스타리그는 아직도 아마추어 학원스포츠 대접만큼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4. 스포일러 혹은 과도한 예의의 남발
저는 스타리그 중계가 있고 난 직후 게시판에서 간간이 보이는 스포일러성이라고 엄청 친절을 배푸는듯한 글을 볼 때도 기분이 나빠집니다. 진짜 스포츠라면 이미 벌어진 경기 결과를 공개하고 평가하는 게 너무도 당연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유독 스타리그팬들만 예의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스타리그는 스포츠입니다. 어떤 스포츠가 결과가 나왔는데 다른 사람을 배려하나요. 스포일러라고 과도한 예의의 글을 쓰는 사람과 자신이 방송중계나 VOD를 보기 전까지 경기 결과를 알면 김새 하는 사람은 스타리그를 스포츠로 보지 않고 온게임넷 금요연속극, MBCgame 목요영화 식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야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반전이 크면 쉬쉬하는 게 예의 일수 있겠으나 스포츠경기는 경기가 끝나면 감출 필요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다른 스포츠경기 게시판에서 그런 상황을 본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최근 인기인 유로2004 경기는 새벽시간에 하는데도 불구하고 -새벽에 하니 생중계로 즐기는 사람이 다수는 아닐 것입니다.- 스포일러니 스포일러성이니 하는 게시물은 찾기 힘들고 -네이버 축구 게시판에 글이 70000개정도 있는데 제목을 스포일러로 검색하니 하나도 없었음. 그런데 pgr21 자유게시판에 스포일러라고 제목 검색 해보세요. 무려 6페이지입니다.- 자신이 경기를 보기 전까지 결과를 봉인해 달라고 은근히 압박하는 사람이야말로 신성한 경기를 삼류 드라마로 전락시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