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故) 김선일씨의 일로 여기 뿐만이 아니라 제가 가는 많은 사이트에 애도의 글이 올라오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인냥 슬퍼하고 애도를 표합니다.

하지만 개중 몇몇 분은 왜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죽냐...
혹은, 안 된 일이긴 하지만 언제봤다고 그렇게 슬퍼하냐 어이없다..는 반응도 있고
또는, 한달만 지나면 1g도 기억하지 못할 거면서 사람들 너무 오버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쓴 대부분은 엄청난 비난을 받고 거의 매장당하는 분위기 입니다.

어떤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느니...같은 나라 사람이 죽었는데 안 슬프면 한국인이 아니라느니...그냥 죽은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테러집단에게 죽었으니 슬프다느니...

사실 저는 위에서 말한 개중 몇몇의 부류에 속합니다.
요 밑에 밑에 있는 글을 보니 우쿄님이신가? 하는 분이 비슷한 뉘앙스의 리플을 달았다가 또 다른 분에게 비난을 받았는데요.

제 이야기를 좀 할까합니다.
저는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지요. 할머니께는 5남2녀의 자식과...18명이 넘는 손자손녀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장례식 때 안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은 사람은 저 하나였습니다.
그 때도 저는 사촌들과 아버지 형제분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었습니다. 사실 할머니는 그 워낙에 특이한 성격(안좋은 쪽으로...) 덕분에 자식들간의 불화의 원인이 되었고 손자들에게 미움받는 분이셨죠. 또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노환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별로 슬프지 않더군요. 살아생전에 고인을 그렇게 싫어하던 자식, 손자들이 그렇게 우는 것을 보고 '내가 할머니를 젤 싫어했었나보다..'라는 생각이 스스로도 들 정도였죠.
저는 지금도 이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다른 친척들에게 다들 효자 컴플렉스에 걸렸다고 궁시렁거립니다. 제가 엄청 나쁜 놈일지도 모르죠.

그 효자 컴플렉스를 엄청나게 보이던 손녀(제 친척 누나)가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장례식 치르면서 3일동안 밤을 새다보니 다들 앉으면 꾸벅꾸벅 졸기 일수였는데 할머니 장례식때 존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할머니 관을 매장하러 가는데 전날 비가 많이와 길을 닦아야 해서 남자들이 먼저 산에 올라갔는데 할머니 관이 안 가셨는데 어떻게 그 앞으로 지나가느냐며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한사코 관 뒤에 있으려 했던 효심이 끔찍히 깊은 손녀였습니다.
그 손녀가 얼마전 한식을 앞두고 산소를 돌보러 가는데 잘 갔다오라는 말 한마디도 없더군요.
산소를 보러 가서 비만 오면 산소 가는 길이 진흙밭이 되어서 그 곳에 계단을 놓느라고 꽤 많은 돈을 썼습니다. 다른 친척집에서 각기 각출해서 비용을 마련한 것인데 그 집은 일원한푼 내놓지 않았습니다.
갔다온 후에도 산소는 괜찮냐는 전화 한통 없었습니다. 재밌는 건 할머니 염할 때 가장 서럽게 울던 두 집은 산소에 단 한번도 찾아가보지 않았죠.

이번 김선일씨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문득문득 그 친척누나가 생각이 납니다.

세상에 당연히 슬퍼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가족보다 이웃이 더 슬퍼해주는 일도 있고, 우리나라 사람보다 다른 나라 사람이 더 슬퍼해주는 경우도 있는겁니다.
또,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겁니다. 슬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이런 느낌이라고 다른 사람도 반드시 그런 느낌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는거지요.
슬퍼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인간쓰레기라거나 상종못할 사람이지 않다는 겁니다. 단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고 해서 그렇게 비난받을 이유가 없고, 비난할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인이 참수당했을 때는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잖습니까...미국인은 죽어도 좋고 우리나라 사람은 죽으면 안 된다는 이야긴가요?
파병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구요? 우리는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서 우리나라 파병군인들이 과거 베트남, 소말리아, 동티모르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얼마전에 한국인 몇명이 피랍되었을 때도 '한국인은 친구'라며 풀어줬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리지 않았습니까? 그 기사를 읽고 흐뭇하거나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으셨었나요?

슬픔은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