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0/14 15:17:13
Name 버로우드론
Subject <꽁트> 누군가의 독백
경기시간은 이제 30시간도 남지 않았다.

이번이야 말로 진정 완벽한 무대가 아닐 수 없다.

몇번을 싸워왔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랜세월 겨뤄왔지만 아직도 승부가 나지 않은 옐로우,
정상을 눈앞에 둔 나를 제물로 영웅으로 등극한 리치,
언제나 타인의 목표였던 내가, 처음으로 목표로 잡아야만 했던 나다,
내 그릇을 넘어서려고 하는 자랑스러운 내 동생 우브,
나에게 분명한 결점이 있다는 것을 매번 확인시켜주는 제로스,
내 숙적 옐로우를 무찌르려는, 그리고 나를 무찌르려는 현시점의 최강자 줄라이,
그리고, 그 수많은 적들 중 가장먼저 쓰러뜨려야 할 불꽃의 싱크,

내가 너희들 중 몇명이나 쓰러뜨릴 수 있을까.

아니, 한명이라도 쓰러뜨릴 수 있긴 한걸까.

하긴, 그런것은 '두번째'로 중요한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희들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음으로 해서 내가 느끼게 되는 이 '생명의 불꽃'이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일차적인 '생존'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난 이 말에 동의한다.

난, 내 생명을 느끼고, 내 생명을 불사르고, 내 생명을 승화할 그 장으로 전장을 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검을 맞대고 방패를 부딪힐 적수가 필요했다.

강하면 강할 수록 좋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만큼 강하면 더 좋다.

물론,

나도 강하다.

언제나 사람들은 이야기 했다. 내가 프로토스에게 약하다고.

하지만 난 그 약함을 끌어안고 왕좌에 올랐다.

또한 사람들은 이야기 했다. 내가 센터싸움에 약하다고.

하지만 난 그 약함을 끌어안고 수많은 강적을 격파했다.

처음부터 인간이라는 것은 완벽하기는 커녕 결점이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되는 존재다.

설령 내가 인류사상 최강의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할 것이고, 그건 필멸의 존재인 인간으로서는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난 결국 '현재 이곳에 살아있는 나'지, 단순히 하나의 '필멸의 인간'이 아니다. 한번을 지고 두번을 지고 영원히 패배만 할 운명이더라도 난 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 내 삶을 발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늘이여 똑똑히 보라. 내가 남길 새로운 전쟁을. 내가 누구인지를.

----------------------------------------------------------------------

그가 설령 전패의 기록으로 8강전을 마감하더라도. 저한테는 언제나 챔피언으로 기억될 겁니다.

특정 인물에 대한 글이 너무 많으면 거부감을 느끼시는 것 잘 압니다만, 요즈음에는 많이 못본거 같아서 과감히 한번 올려봅니다.

좋은 하루, 좋은 금요일, 좋은 연말 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일상다반사
04/10/14 16:13
수정 아이콘
특정선수에 대한글은 싫어하지만서두 이런 글은 몇번이고 다시 볼 수 있을거 같네요. '그'가 8강에서 정말 멋진 경기를 보이기를 바랍니다.
04/10/14 17:4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BackStep
04/10/14 20:21
수정 아이콘
책을 많이 읽으면 이렇게 멋진 글을 쓸수있나요?
너무 부럽습니다^^
이런 글은 백 번 천 번 올라와도 환영입니다^^
Lucky_Flair
04/10/14 21:10
수정 아이콘
이번 에버배 스타리그는 누가 이겨도 기쁘고 누가 져도 슬플 것 같군요...ㅠ,ㅠ
버로우드론
04/10/14 23:26
수정 아이콘
"이번 에버배 스타리그는 누가 이겨도 기쁘고 누가 져도 슬플 것 같군요...ㅠ,ㅠ" 100% 동감입니다. 모두 우승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모두 행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52 04-05 NBA 플옵진출팀 예상 (혹은 개인적 바램) -동부편- [17] Loser4006 04/10/14 4006 0
8251 스타에서 비상식적인 것들 [41] ㅇㅇ/4799 04/10/14 4799 0
8250 플토유저의 한숨.. [10] zenith3522 04/10/14 3522 0
8249 <꽁트> 누군가의 독백 [5] 버로우드론3521 04/10/14 3521 0
8248 자 당신에게 25억이란 돈이 있습니다? 누굴 선택 하시겠습니까? [42] *블랙홀*5709 04/10/14 5709 0
8247 근접공격유니트에 대해서... (잡담입니다만...) [26] foraiur!3219 04/10/14 3219 0
8246 그들 8명을 위하여 부르는 응원의 노래 [30] lovehis5079 04/10/14 5079 0
8245 빨간펜 첨삭 지도 선생님들께 [7] jjune3460 04/10/14 3460 0
8243 토스는 나를 보고 [9] 뉴[SuhmT]3419 04/10/14 3419 0
8241 맵핵이다 .. 아니다.. 그리고 디스.. [23] 구루구리3083 04/10/14 3083 0
8240 질리가 없다. [14] Ace of Base3438 04/10/14 3438 0
8238 KTF의 5억원 영입설? [105] SeeingWise8531 04/10/13 8531 0
8237 광주 전남대학교로 많이 놀러오세요! [19] 윤인호3348 04/10/13 3348 0
8236 컨트롤 좋은 테란은 무섭네요 ;; [25] 냥냥이)4983 04/10/13 4983 0
8235 EVER배 우승자를 예상하는 방법은? [17] nbastars_tt4028 04/10/13 4028 0
8234 혹시 이 방송 보신적 있으신지... [29] Lucky_Flair4308 04/10/13 4308 0
8233 기대되는 박정길 선수. [19] 미래3628 04/10/13 3628 0
8232 KT-KTF 프리미어리그 2004 Map 관련 정보 [7] Altair~★3565 04/10/13 3565 0
8231 즐거웠던 피지알의 추억을 묻어둔채~좀 멀리 떠납니다. [12] 날개달린질럿3259 04/10/13 3259 0
8230 스타가 요새 재미없다라고 느끼는 것은.. [22] 또띠3479 04/10/13 3479 0
8228 나의 스타크는 계속된다 [7] 총알이 모자라.3377 04/10/13 3377 0
8227 임요환 선수의 VOD를 보고 왔습니다. [11] 아트오브니자4373 04/10/13 4373 0
8226 프리미어 리그 맵 제외 경향 분석 [14] theo3364 04/10/13 336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