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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15 01:21:20
Name 사무치는슬픔
Subject 많이 속상합니다..

수능 33일 앞둔 고3입니다. 야자 마치고 집에 와보니 12시더군요..

어머니 막 잠에서 깨셔서.. 힘들어하십니다. 정말 죄송하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근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옵니다.. 어머니는 전화를 받으시고 깜짝 놀라시며

어디냐고 누구냐고 물어보십니다. xx고 학생이랍니다... 지금 제가 야자 마치고온 학교네요..

대충 짐작은 했습니다. 아버지 술드시고 길거리에 주저앉으셨구나..

한두번이 아니었거든요 어머니 먼저 뛰어나가시고 전 옷갈아입고 따라 나갔습니다.

제가 잘못알아듣고 어머니랑 엇갈린 방향으로 가서.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보니

두분 다 와계십니다. .

아버지 얼굴을 봤습니다..... 정말 미치도록 화가납니다.

어디 철사에 긁히셨는지. 얼굴이 선 모양으로 서너줄 까져있고... 넘어져서 얼굴 부딛히셨는지 엄청 까져있고 피도 많이 묻어있습니다..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계시고 어머니 어두운 표정이 보입니다.

.................................................................................

연세 쉰 다되신분이 , 직장생활하시는분이, 대여섯살 아이들 놀다가 넘어져서 까진것보다 심하게 얼굴에 상쳐가 생겼습니다..

어머니께서 안경을 찾으십니다.. 없네요..

아버니께서는 계속 여기 내 뒤에 있다고 하십니다...

택시나 길한복판에 누워계실때 흘리셨나봅니다...

휴...... 택시기사..... 아버지 상태를 보아하니 술취하셔서 그냥 길거리에 내버리듯 간것같습니다...

아무리 술취한 불청객이고.. 받기싫은 손님이라도.....그런식으로 내팽겨칠수 있는지 정말..

자식된 입장으로 너무 속상하고 화납니다.

그래도.. 친하지는 않지만 착한친구들이 봐서 다행이지.. 행여나 나쁜사람들이 봤다면..

정말 큰일날지도 몰랐을뻔 했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상황에서도 혹시나 그 친구들이 아버지 핸드폰에서 내 이름 보지는 않았을까..

그런 걱정을 했습니다.....

.......... 인간 쓰레기같군요 제가... 20살이나 먹은놈이 이런생각이나하다니...

정말 드러운 인간이네요..

머릿속에 아버지 상처 심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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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로우드론
04/10/15 01:32
수정 아이콘
나이 들어가면서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깨지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이에요.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안쓰러움이 섞인 감정을 가지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곧 아버지도 한명의 인간이라는, 극히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이시게 될거에요. 그때가 되면 비로소 아버지와 2~30년의 시간의 격차를 넘어서 같이 빙그레 웃으며 대화할 수 있게 되죠. 아버지 많이 안다치셨으면 하구요, 일단은 시험부터 잘 치세요. 지금보다 어머니를 두배로 힘들게 하더라도 33일동안 열심히 해서 시험 잘치는게 어머니가 바라시는거라는 것은 잘 아시죠? :)
TestaRossa
04/10/15 02:10
수정 아이콘
아... 가슴이 아프군요. 무슨일로 아버님께서 약주를 그렇게 드셨는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버지>.. 그 단어하나에 숨어있는 어깨를 누르는
압박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아신다면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시길..
저역시 군에 갔다와서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라는 의미는 한가족의 <家長>이라는 의미보단 더 큰 무엇이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힘들고 괴로울때 혹은 기쁘고 좋은일
이 있을때.. 어머니는 바로 옆에서 우리를 보다듬어 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시죠..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은 멀리서 속으로 우시고.. 속으로 기뻐하
십니다.. 그게 아버지죠.. 저는 이제야 조금 알았습니다. 그 큰 사랑을 말이죠...
이야기가 조금 빗나갔군요..^^
수능 얼마 남지않았군요. 마지막까지 건강 챙기시고.
대박나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이쥴레이
04/10/15 03:40
수정 아이콘
아버지 라는 단어는 위대 합니다.
어머니 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이죠

언제나 무너지지 않을것 같은 든든한 기둥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인간적인 고뇌를 느끼게 되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제 자신이 바보 같을때가 있죠

지금도 효도 못하는 제 자신이 미안할때가 있습니다.
석지남
04/10/15 08:51
수정 아이콘
그런식으로 생각하는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진다라는 말에 참 많이 공감이 가네요... 그래도 할 수 없어요. 다들 그렇게 사니까...
너무 상심마시고 아마 아버지에 대해서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커질겁니다. 뭐 이렇게 말한 저도 아버지께서 한번 크게 다치시고 병원 생활 같이 하면서 느낀바가 크지만요...
Milky_way[K]
04/10/15 11:41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환상'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머 애초부터 저희 집이나 아버지는 저에게 환상이 아닌 처절한 현실부터
보여주었으니까요..
이런 글을 보면 그저.. 부럽네요...

아버지를 저렇게 사랑할 수 있는 아들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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