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4/02/13 23:12:06
Name 막군
Subject 아름다운 조연도 필요해요 - 프로게이머가 되시려는 10대분들에게
안녕하세요, 막군입니다.

이번에 쓸 글은, 그 어느때보다도 조심스럽게 써야 할것만 같습니다.

제가 담을려 하는 내용이 너무나 포괄적이고, 다루기도 힘들며, 자칫 잘못하다간 비난의 화살이 무자비하게 날라올수 있는 소재거든요.

네, '10대 프로게이머 지망생' 에 관한 얘기를 언급해볼까 합니다.

같은 10대로서, 인생의 선배도 아닌데, 아니, pgr21에서는 막내급에 드는 제가 이런말을 한다는게 우습겠지만, 이 이야기는 언젠가 부터 '꼭 해드려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프로게이머의 꿈, 나쁘진 않다. 하지만... 어렵다.

pgr21 추천게시판 4페이지의(2004년 2월 13일 기준) 귀퉁이에 성준모님과 킬리범님이 쓰신 글들이 있습니다. 그 글들을 처음 읽었을때는 '프로게이머 하는 놈들 보면 이해를 못하겠어' 라면서 스타리그를 보는 저에게 아버지가 꾸중을 하신 직후였습니다. 그 두 글은 뭔가 답답하고 짜증나 있던 제 가슴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었습니다. 동감했죠. 그래, 프로게이머는 암울하지 않아.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이 글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그에 따른 반박도 하고 싶었습니다.

일전에 한번 글을 쓰면서 언급드린적 있습니다만, 프로게이머 지망생은 전국에 수천명 가량 됩니다. 그중 프로게이머가 되는 사람들은 수십명에 불과합니다. 한때는 저 역시 '프로게이머' 를 잠시나마 생각해보았던 사람으로, 프로게이머가 되기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노력만 열심히 하면 되잖아요!' 라고 하지만, 노력만으로는 힘든것들이 있습니다.


'올인' 할 경우 성공하면 그에 따라 주어지는 선물은 엄청나지만, 실패할 경우의 주어지는 것들은 감당하기 힘듭니다. 특히 프로게이머에, 그것도 10대가 '올인' 했을때 실패한다면, 돌아오는 것들은 정말 책임질수 없습니다. 죽도록 게임하느라고 공부는 공부대로 못하고, 게임은 계속 즐기고 싶고,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거죠. 혹시 '프로게이머가 될래요' 라고 할때 이런 것들도 생각안하시고 무작정 도전하셨다면, 제발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하고 권고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왜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하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세요. 젊은시절의 그런 노력은 성공여부를 떠나 본인을 한단계 성숙시킬수 있겠지만, 성숙해진 자신이 상대해야 할 세상은 더욱 더 성장해서 자신에게 다가와있을겁니다.


주연보다 아름다운 조연이여!

무슨 영화에서든 주연만큼 중요한게 조연입니다. 어떤 영화는 주연보다 조연이 빛나기도 하죠. 전 나서는 걸 좋아한지라, 어느 분야에서든 주연을 맡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 프로게이머가 되길 원했죠. 하지만, 전 과감히 E-Sports계의 주연 '프로게이머'를 버리고 조연의 역할을 택했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드리면, 프로게임계 관련 회사 경영을 해보고 싶다는 거죠. 그게 멀리 보면 프로게임계를 발전시킬수 있는 좋은 기회고, 조건이 괜찮아 진다면 주연의 숫자도 늘어날수 있을 것입니다. 'E-Sports를 위한 제안' 은 그런 취지로 쓴 글이기도 하죠.


앞에서 던진 '왜 게이머가 될려하는가' 라는 질문에 예상되는 답중 하나가 '게임계 자체를 좋아해서' 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게임계는 주연이 될려는 사람은 너무 많지만, 조연이 될려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


당신이 정말 게임계를 사랑한다면, 빛나는 조연을 택하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조연이 되기 위해선  더욱 더 많은, 그것도 게임 이외의 것들을 공부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도박성이 약합니다. 혹시나 도중 '이건 내 길이 아니야' 하고 바뀌더라도, 그동안 쌓아온 많은 지식들은 당신의 새로운 길에 큰 도움을 줄겁니다. 물론, 동시에 자신이 만족하는 분야에서도 행복하게 일할수도 있습니다.


모릅니다, 언젠가 생겨날 'E-Sports의 역사' 라는 책에, 당신의 이름이 '프론티어'로 큼지막하게 한페이지를 장식할지도.




제 글의 마지막은 p.p님이 쓰신 코멘트를 인용해보고자 합니다.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깰 줄도 알아야 하고
꿈은 꿈으로 남겨 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p.s 이 글을 보고 나서도 '그래도 전 프로게이머를 꼭 하고 싶어요.' 라는 분들께, 건투를 빕니다. 부디 주연이 되시길 ^^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2-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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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토 of 낭만
04/02/13 23:28
수정 아이콘
저도 주연보다는 조연이 되고픈 사람중에 한사람으로서.....
적극 동감 합니다..
막군님.. 저보다 한살 위밖에 아니신데.. 왜 이리 마음에 팍 와닿는 글을 쓰시는 겁니까 ㅠ.ㅠ
04/02/14 00:41
수정 아이콘
그래도 10대라면 자기가 하고싶은 일에대해서 한번정도는 올인해볼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10대에 올인해서 실패해도 돌아오는것들은 후에 더 나이먹은후 올인하는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70년 정도 사는 인생중에 올인해볼일이 있다면 10대나 20대에 해보는게 가장 바람직하겠죠
04/02/14 00:45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이 묻히다니...
터져라스캐럽
04/02/14 01:11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요즘 PGR에서 이런글 보기가 참 드물던데..--;;
잘 읽엇습니다.^^
Samlove~v
04/02/14 01:13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가 쉬운거였다면
선택하지 않았다
배추도사
04/02/14 01:33
수정 아이콘
딴 얘긴데... 한 칠십만의 수험생 중에서 1000명 안에 들려고 어릴 적부터 비비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04/02/14 02:20
수정 아이콘
요즘 그랜드슬램님은 잘 되고 있는건지 ^^..
Connection Out
04/02/14 03:16
수정 아이콘
명 짧은 모짜르트가 되느니 명 긴 살리에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런데 조심스럽게 한마디 드리고 싶은 것은......
실패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만만히 보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실패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도 모든 실패를 이겨내란 법은 없습니다.
실제로는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실패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의 짐이 될 수 있습니다.

도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를 했을 때도 준비하고 각오한 뒤에 도전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리석은 장수는 전투에 앞서서 승리 후의 전리품을 먼저 생각하지만,
현명한 장수는 졌을때의 퇴로를 먼저 생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쥬얼
04/02/14 04:51
수정 아이콘
조조가 천하를 통일했지만 차마 적기도 어려운 수많은 장수들이
오히려 그 천하통일의 역사의 모든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죠. 그러한
관념으로 프로게임계가 활성화 되고 승자든 패자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줄수 있는 프로게임 문화가 더 많이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LikeThis
04/02/14 11:13
수정 아이콘
수많은 10대를 비롯한 모든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중 게임계를 사랑해서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위험한 발언일수도 있으나 그 동기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당사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오락을 하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에서 나온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연예인 지망생이 연기를 좋아하고 노래를 사랑하기에 연예인이 되고자 한다지만 열에 아홉은 알게 모르게 마음 한켠에선 스타성을 쫓아 연예계를 지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아니 단정 지을순 없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신 게임계 관련 회사의 경영은 "게임계 관련"보단 "회사의 경영자"에 보다 비중이 실리는 꿈 같고 그것이 조연을 택하기 위함이라고는 보이지 않는게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되네요. 현실적으로 지금부터 프로게이머를 준비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너무도 적다고 생각하는바 적어도 스타크래프트 관련되선 지금 까지 알려진 아마추어 고수들과 현 프로게이머들로 몇년간 판이 이루어질것 같다고 생각하며 89년 생이신 막군님께서 회사 경영을 하실때쯤에도 프로게임계가 지금과 같이 활성화 되어있을지의 여부도 모르는채 너무 위험한 꿈을 생각하시는게 아닌지 우려도 되는군요. 또한 이와는 별개로 굳이 조연을 택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치도 않습니다.
프로게임 전체적으로 글이 잘짜여져 있고 운영자 님에 의해서 추천게시판에도 올라온 글이니 제가 생각하는 것이 틀린것일수도 있으나 어쨌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PGR 에 가입한지 햇수로 2년 만 1년 3개월간 글은 한번도 쓰지 않았고 몇번 달지 않은 댓글, 그만큼 이런 댓글 마저도 제겐 무척 부담되나 꼭 하고 싶어서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이 댓글이 조금이나마 문제가 있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04/02/14 13:19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막군입니다.

음... 사실 이 글은 잠오는 몽롱한 상태에서 썼기 때문에...
추게에 와서 약간 놀랐습니다 ^^;

아직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바로 넘어온게 조금은 부끄럽네요 ^^;

LikeThis님// 네, 저도 우선 그런 호기심에서 프로게이머를 하려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때려치워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LikeThis님의 말씀에는 일부분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게임계 경영'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껀 뭘까요? 게임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봐야할까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열심히 꿈을 쌓아야 할까요? 전 당연히 후자쪽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꿈을 이룰려면, 우선 대학교에가서 경영학을 전공해야 겠죠. 그리고 경영학이 관련된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 많은 과정을 거쳐야 제 꿈을 어떻게든 펼쳐보려고 하는거죠. 혹시 제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껏 있어온 스타크래프트가 추억속의 게임으로 남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제 꿈은 달성할수 없겠죠. 하지만, 만약에 그때까지라도 계속해서 남아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전 예전부터 뭔가 새로운 개척자가 되고 싶었고, 게임계는 그런 제 생각을 펼칠 수 있을것 같아서요.

또, 본문에서도 언급드렸듯이, 만약에 사정상 게임계의 조연이 될수 없다고해도 이미 쌓아온 많은 지식들은 새로운 일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제 글의 목적은 그겁니다.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활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것이죠.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04/02/14 13:52
수정 아이콘
공부가 스타보다 편합니다.
공부는 하루에 2~3시간씩 예습, 복습만 꾸준히 하면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전교권에 들 수 있습니다.
(시험 기간에 바짝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지만 스타는 하루에 적어도 7~8시간은 해야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력을 올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는 10시간은 기본이죠.

공부가, 스타보다 쉽습니다.
(흥미라는 요소를 제외 한다면.)
04/02/14 14:05
수정 아이콘
프로게이머가 되는것도 어렵긴 하지만.....
공부도 그에 만만치 않게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LikeThis
04/02/14 14:37
수정 아이콘
MaxUnit 님 언젠가 어느글에선가 프로게이머로 성공하는것이 서울대 입학보다 확률상으론 힘들다란 글을 봐서 공감은 하지만 그래도 공부도 어렵습니다.. 전교권에 드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죠.. (하루에 두어시간만 꾸준히 해도 무명 클랜에선 에이스 급이 될수 있듯이요..)공부 역시 소위 말하는 성공을 위해서는 하루에 7~8시간 이상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수현
04/02/15 01:50
수정 아이콘
MaxUnit님 중요한걸 빼놓으셨네요..
엄밀히 따지면 하루 2~3시간 예습,복습 외에도 8~9시간에 이르는 정규 수업시간도 잘 들어야죠...(전교권이란게 전교 10등 내로 본다면 이것보다 더 해야돼지만요..)
이 세상에 성공하기 쉬운건 없다고 봅니다..
04/02/15 09:10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깰 줄도 알아야 하고
꿈은 꿈으로 남겨 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이대목이 가슴에 와닿네요.
04/02/15 12:34
수정 아이콘
[02/13] 아름다운 조연도 필요해요 - 프로게이... [16]+
아 첫화면에 이것만 보고 들어왔내요......
어린왕자
04/02/15 19:14
수정 아이콘
저도 한국 e-sports 계에서 조연을 꿈꾸는데,역시 제가 결정한 길은 후회가 남지 않을.. 그런 길 같습니다. 빨리 대학생 되고 싶군요;;(이제 고3 올라가는데^^)
ArtOfFight
04/02/21 14:03
수정 아이콘
혹시 공부라는 것이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라면 스타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해서 내가 실수를 안하면 점수야 잘 나오죠.. 성적도 잘 나오고..그렇지만 스타는 상대성이 있어서 내가 실수를 안해도 질 경우가 있죠.. 상대가 나보다 월등하다면요..

물론 공부도 어느정도의 상대성이 있지만 스타보다야 훨신 덜하죠..

댓글에 대한 제 생각이 그렇구요..

아름다운 조연에 대한 막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공감도 하는 내용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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