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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01 03:31:12
Name ColdCoffee
Subject [잡담] 병영만가3
안녕하시죠 여러분?

"이윽고 점심때가 되어 식사도 할 겸, 싸리나무도 갖다놓을겸 부대에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아까의 그 동네를 지나치는데......"
전번에 요기까지 썼죠?
오늘은 그다음 얘기를 쓸게요...

돌아가는 길에 아까의 그 동네를 지나치는데
무지막강 카리스마 노병장이
"강하사야, 우리 점심먹으러 가기전에 반주로 소주 딱 한잔만! 하고 가자..."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 흠... 잠깐 이 노병장과의 얘기를 하고 넘어가야 겠군요.
원래 군대에서 내무반 생활을 하다보면 동기애가 남다르죠.
보병들은 인원이 많아서 2주단위로 동기를 끊는다고 들었는데
포병들의 경우에는 한달단위로 동기를 끊습니다.
어쨌든 동기들과 그위아래 한달차이의 기수들하고는 참 묘~~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처음 자대 배치받고 이등병생활을 할 때에는 상당히 기수간의 위계가 엄격합니다.
고참들이 일부러 그걸 조장하기도 하죠.
한달 고참에게 눈도 제대로 못마추게 합니다.
그러면서 동기애도 더욱 돈독해지고 위계질서도 잡고 그런거죠.
군에서 동기들 사이에는 사회에서의 10년지기 이상의 끈끈한 우정이 맴돌고 있죠.
훈련이나 행군 같은 걸 할때, 지치고 힘들면 옆에서 부축해주고 자신의 총을 들어주는 사람은 주로
분대고참 아니면 동기들이죠.
좀 짬밥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기수들끼리 좀 친해져서 같이 놉니다.
맨날 같이 삽질하고 같이 위장망다듬고 같이 식기닦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PX에서 계육발찜조림(PX에서 파는 닭발입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손가락 쪽쪽빨아먹고.. 남은 고추장은
밥에다 비벼먹고 그러죠)이나 스모크치킨 같이 특별하게 맛있는
별식을 사서 어딘가에서 짱박혀서 먹을때는 아직까지는 동기들만 또는 분대원들만 부르지만
라면이나 튀긴 건빵같은 좀 범용화된 별식을 먹을 땐 같이 먹으면서 고참들 욕도 같이하고 그러죠.
그러다 고참이 되면 비슷한 기수끼리 맨날 모여서 사건을 일으킵니다.
오늘 점호끝나고 너네가 애들 한따까리 시켜라.(혹시 이 말 옆에서 들으면 등뒤로 땀이 흐릅니다.오늘 죽었구나...)
야 띠발 너네 분대원만 라면먹냐 치사해서 안먹는다 안먹어.
(라면먹던 분대 쫄따구들은 이상황이 되면 라면사리 씹지도 못하고 목구멍을 조여서 끊어야 합니다... 어쨌든 소화는 시켜야 되니까.)
김병장아 내 추억록 만들게 얘 좀 빌려줘라.(이건 좋죠. 추억록 만들어주는 동안 쫄따구빌려준 분대고참하고
추억록만드는 쫄따구한텐 매일같이 라면을 대접해야 한다는 불문율때문에... 제가 처음 먹은 라면이 이것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오늘 축구나 한겜하자.(이 말 무섭습니다. 쫄따구들은 피터집니다. 쫄다구들은 족구를 좋아합니다.)
이런 대사들이 비슷한 기수간에 왔다갔다 하죠. 물론 이정도는 잽도 안되는 대사와 사건들도 무수히 오고가지만...
그러다 제대를 한두달 앞두면 한달 후임들이 "제대말년"병들을 갈구기 시작합니다.
친구처럼 지내던 놈들이 먼저나가는게 배아프다 이거죠. 물론 당하는 한달고참은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갈굼을 당하죠. 간혹 애들 시켜서 말년들 사지를 붙잡고 물탱크에다
빠뜨리기도 하고 그러기 때문에 말년들은 슬금슬금 밑의 애들을 피해다니죠..
분대원들이 편들어줄래면 한달"쫄"되는 고참이 인상팍팍 구기면서
"어쭈 니네들 누구랑 군생활 더한다고 이러냐?" 이럽니다.

노병장하고도 거의 맨 마지막 시기 비슷한 때인데 저하곤 좀 껄끄러웠습니다.
상병때까지는 노병장네 7월군번 기수와 저희 8월군번 기수들과 사이가 매우 좋았는데
저희 기수에서 3명정도가 하사교육을 갔다왔기 때문에 하사계급장을 단 이후로
알게모르게 서로간에 알력이 좀 있어왔지요.
원래 일반하사와 병장간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잖습니까?
일반하사를 처음달면 전임 일반하사들이 고참병장들에게 확실하게 계급위계를 세우도록
신임 하사들을 은밀히 교육을 시킵니다. 또 병장은 병장대로 짬밥위계를 생각하면서
열받는거죠. 그러면 신임하사들과 병장들은 맨날 싸우게 됩니다.
거의 2년간을 고참쫄따구로 지내왔는데 몇주 교육받고와서 계급이 올라가서
병장한테 고참대접을 안해주고 하사는 하사대로 계급대접을 안해주고...
게다가 전 화포를 담당하는 전포반 분대장이었고 노병장은 비전포(관측반,통신반,행정반,사격지휘) 서열 1,2위를 다투는
왕고였거든요. 포병에겐 전포반과 비전포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도 꽤나 치열합니다.

그러저러 친하지만 껄끄러운 좀 이상한 관계가 된 노병장이 "반주 한 잔하고 가자"는데
제가 물러설 순 없잖습니까?
모두들 반주 한 잔과 미니스커트의 거대한 마력에 서서히 빠져드는 분위기에서
저두 그 미니스커트가 아주 쪼~~끔 보고싶기도하고... ^^
해서 "그래 딱 한잔만 하고가자"라는 무책임한 대사를 주절거리고 말았습니다.
고로 우리 모두 희희낙락해서 동네구멍가게로 우루루 몰려갔습니다.

...
...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사실 쓸데없는 얘기 늘어놓느라 사건(^^)에 대해선 별로 쓴게 없네요.. ㅡㅡ;
삼가 무릎을 조아리고 용서를 바랍니다. m(_._)m
이거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을때는 중간에 끊어져서 다음편을 기다려야 할때는
심장언저리가 간질간질, 궁금궁금 그러더니
제가 뭔가 쓸려고하니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휴~~ 오늘 아침에는 제발 오전중으로 출근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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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01 08:55
수정 아이콘
-_-+빠직....
너무하시군요... 앞에서 많은 잡설(?)을 하시고 중요한 순간에 또 글을 끊다니..
아주 유명 작가 모드로 글을 쓰시는 군요...-_-;;;;
담편에 제목에 완결이라는 글이 안보이면 돌 안겨드리겠습니다..-_-;;;;
02/10/01 10:29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계속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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