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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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2/16 18:14:17
Name 이정훈
Subject PgR21.com에 대한 횡설수설
안녕하세요. 한 유령회원입니다.
예전부터도 그랬지만, PgR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언제나, 압박으로 다가오는 듯 하네요.
맞춤법은 틀리지 않을까, 누군가가 반문하며 따지지는 않을까, 언제든지 조심스러운 심정입니다.
요즘의 분위기를 보면 예전에 비해 글쓰기 버튼의 무게가 아주 무겁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PgR은 PgR이군요.

전 올해 29이라는 나이가 된 그저 평범한 한 회사원입니다.
남들처럼 회사엘 다니고, 남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남들처럼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좌절도 느끼는 그런 나약한 인간입니다.
어떤 나이도 이같이 느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위치가 상당히 중간자적인 위치에 서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와 어울리기에는 어리지만, 이제는 젊은 시절의 패기는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그런 위치 말이죠.

제가 PgR을 알게된 지는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손 느린 매니아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배틀넷만 들어가면 연전연패하는 나를 보며 우울해 하다가, 어느날 프로게임방송을 보고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주 시청을 즐기고 관련 사이트를 서식하게 되었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이 곳
PgR21이란 싸이트는 저에게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직 인터넷에 이런 공간이 있구나'하고, 서로 논쟁을 경어로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매니아가 모여서 벌이는 분위기에 신나서 저도 논쟁에도 끼고 싶어했었으나 누구나 아시는 2달의 압박으로 인하여,
글쓰기 버튼이 생길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죠. 그러면서 항상 문제의 중심에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정말 좋은 논쟁도 있었습니다만, 정말 소모성 논쟁도 있었죠.
나는 짜장면이 좋은데, 그는 짬뽕을 좋아하고, 그 짜장과 짬뽕을 좋아하는 이유를 각자가 논리 정연하게 서술하면서,
결국은 누가 더 옳다를 가려내려는 그런...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식의 논쟁 말이죠.
항상 싸이트를 둘러볼때마다, 울컥할 때도 많았고, 옳거니! 할때도 있었으며, 이런이런...쯧쯧..너만 잘났냐라고
혼자 중얼대면서 차마 반문은 쓰지 못하고 혼자 잘난 양, 글과 댓글을 단 분들에게 혼자 실소를 보낸 적도 솔직히
많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많아지든 적어지든, 수준이 높아지건 낮아지건,
PgR은 여전히 PgR이더라는 겁니다. 논쟁이 생기건, 다른 사이트를 무시하건, 게시판의 성격을 개인의 회원이 단정을
지으려고 노력을 한다해도, 여전히 PgR엔 명문화된 공지가 있으며,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으며, 나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그런 글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스타가 좋아서 모였으며, 겨우 댓글 한 줄 달려고,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글 한 구절 남기려고,
2달을 기꺼이, 그리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멋진 논쟁도 즐기는, 그런 분들이십니다.
가끔씩 지나친 애정을 가지고 PgR을 돌보시고 애정을 쏟아붓다가, 그만 무심코 던진 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여 싸이트에 작별을 고하는 분들도 계시고,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여 서슬 푸른 낫을 사정없이 후리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PgR은 흘러갑니다. 저에겐 가끔 맛없고 영양가없는 약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만, 예전만큼 회사 농땡이의
주된 재료가 더이상은 되지 않습니다만, PgR은 PgR이네요. 여전히 오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의 공인화된 시장터이기 이전에,
정말 매력적인 공지사항과 명문화된 규정을 가지고 있는 멋진 웹싸이트입니다. 저도 요즘은 타 사이트를 더 자주 들어가고,
거의 뜸하게 PgR을 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 PgR이 없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들어와 볼 것 같습니다.
전 PgR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합니다. 그래도 PgR이 사라지면 아주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이젠 제법 날씨도 풀려가고 있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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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Baby
05/02/16 18:38
수정 아이콘
왜 오는지 이유는 알수 없지만, 컴퓨터를 키고나면 이미 들어와있는 사이트가 바로 pgr21.com 이죠,,

좋은하루 되세요,
아케미
05/02/16 20:28
수정 아이콘
PgR은 PgR이죠. 지금껏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안전제일
05/02/16 21:14
수정 아이콘
크게 치명적이지 않으면서 크게 안전하지도 않은곳.
적당히 행인놀이도 가능하지만 적당히 울타리도 있는곳.
딱 저같은 사람이 숨어살기 좋죠.^_^
피터팬
05/02/16 21:47
수정 아이콘
아쉬운점은 많지만 그래도 피지알이라는 생각이...
가끔은 맘대로 글도 쓰고 싶고 그래야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것 같은데..

피지알 사이트 전에 아마도 다른 사이트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름이 기억안나네요. 그게 전신아닌 가요.. 리플 공짜로 볼 수 있고.. 운영자는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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