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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4/04 18:04:03
Name 터치터치
Subject 혹시나 따뜻한 날
아... 요즘 날씨가 무지하게 좋아졌네요.

'어이 강원도에 어제 대설이..' 퍽퍽퍽... 질질....휙...

하하하.. 다들 동의하시네요. 날씨가 어찌나 좋아졌는지..... 딴청딴청





여튼


날씨가 따뜻할 때 잊혀지는 건 차가운 겨울의 추억 뿐만은 아니죠. 오히려 차가운 겨울속에 따뜻했던 맘마저 잊혀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제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냈던 따뜻한(?) 기억을 전해드립니다.

1999년....제가 스타는 커녕 컴퓨터 끌때 항상 코드를 뽑고 다녔던 그 시절 일입니다.
동시에 자취생으로 '생사(生死)'의 갈림길이 아니라 '식사(食死-먹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서 늘 고민했던 그 시절이기도 하지요.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운동장을 연병장이라 부르는 것이 더욱 편하던 시절이기도 하며,
또한 제 자취방에 세탁기 구입전이라..  '써달라고 써달라고 부탁하는 후배네 집' 세탁기를 사용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주의 : 써도 되냐고 써도 되냐고 부탁한 후배네 집 아님. - 제 발 저린건가...-_-;;)


그날도 빨래를 한 보따리 지고 끙끙 후배에게 열쇠를 빌려서 후배의 자취방이 있는 후문쪽으로 향할때였습니다.


아동복지학과  학우(학우라고 부르는 몇안되는 학과라는.... 유아교육학과 학우들, 무용과 학우들 등등.... 기타 법학과 학생들, 전자공학 동창들, 기계공학 애들....-_-;;) 여튼 우리 아동복지학과 학우들이 열심히 동전을 모으는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길게 청테잎을 정문부터 후문까지 붙여두고 동전으로 그 청테잎을 메우는.. 그런 형식이였습니다.


저에게도 아복의 한여학우와 한 인간 이렇게 남녀 한쌍이 다가오더군요.

"동전 좀 붙여주고 가세요"

여학우의 말입니다.


저는 당시에 손하나는 주머니에 푹 찌르고 한손으로는 빨래 뭉치를 들고 가고 있었죠.


"동전 없어요"


라며 주머니 속의 손을 흔드는 시늉을 했습니다.


짤랑짤랑-_-


후배의 열쇠가 지들끼리 충돌하며 쇳소리를 냈습니다.


우리 여학우의 째림과 그 옆 인간의 째림


동전이 없음을 확신한 전 당황했고


'열쇠거든요 열쇠...'



열쇠임을 확인 시켜 주기 위하여...


스윽... 꺼냈죠


그런데.....

열쇠사이의 엉겨붙어있던 100원이 땅으로 떨어지더니 맹열히 구르는게 아닙니까.

2미터쯤 구르다 도로의 돌출부분에 부딪혀서 제자릴 찾는 이순신 장군님.


헉......



아복여학우의 멸시의 눈이 내머릴 관통해 발끝으로 나가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차라리.. 꿈이였다면... 도로 돌출부분에 부딪혀..동전이 산산조각이 났었다면....




왠갖 생각을 다하며 낑낑 이순신 장군님 얼굴부분을 청테잎에 붙였습니다.




빨리 도망가고 싶었지만 무거운 빨래 때매... 흑흑

마치...

전철에서 잠시 졸다가 문득 의식이 돌아오니 내릴 역이어서 후닥닥 난리 법석을 치며 열린 문을 향해 돌진했는데 바로 앞에서 딱 닫힐때......

버스안에서 도시락 가방 터져서 김치냄새 폴폴 날때.....

화장실에서 응아하고 나오는데 거울앞에 여자가 화장고치고 있어서 내가 여자화장실로 잘못들어왔구나 느낄 때.....

도서관에서 열라 핸드폰이 울려서 꼭 감싸쥐고 후닥닥 나가다 도서관 불껐을 때....

내게 보낸 우리편 오버로드를 마린 무빙샷으로 멋지게 잡았을 때....

등등등....


위와 같은 시선의 묵직함을 경험했다는.............




흑...


글고 보니 인생의 굴곡이 참.......



세줄 아니...세분 요약

전용준 "아 동전이 없다고 뻥쳤다가 제대로 걸린 상황이죠... 아동복지학과 여학우들 계속 충원해서 달려오고 있구요. 그러나 글쓴이 얼마 가지를 못해요. 무거운 빨래를 들고 있거든요 혹시 없던 줄 알았던 거 아닐까요??"
김도형 "있었죠-_-"
엄재경 "글쓴이가 그렇다고 저런 실수들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느냐? 또 그건 아니거든요..허허허"


추신)

스토브 리그 끝은 저번주 까지 아니였나요?? 스타리그가 마치 조금더조금더 하면서 늦게 일어나는 일부 학생과 일부 직장인과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프롬 일부 직장인으로 부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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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강해
05/04/04 18:14
수정 아이콘
흐흐 잼있네요^^ 저런 비슷한 상황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일어날듯~
전 스타할때 제 scv 정찰 가다 상대편 일꾼보고 '아 몇시군!' 하고 가던길 바꿔 갔는데 스타팅이 제가 예상한데가 아닐경우..ㅠ.ㅜ
아케미
05/04/04 18:42
수정 아이콘
글을 참 재미나게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05/04/04 18:42
수정 아이콘
세 분 요약...대박입니다; -
락교 좋아!
05/04/04 19:56
수정 아이콘
"시선의 묵직함" 이란 말이 머리속에 남네요 ^^ 공감..
05/04/04 20:21
수정 아이콘
엄재경해설의 저 대사는 김동준해설도 자주하는 말투죠-0-
안전제일
05/04/04 20:38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_^
으하하하- 다시보자 주머니속! 닥쳐서 후회말자! 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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