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19 23:26:53
Name The xian
Subject [......] 노래와 슬픈 사랑 이야기 - 별(別)
TEAM - 별(別 )

이런 날 안다면 웃으며 너는 돌아올까 처음만 자유롭던 이별에 무얼 해야해
혼자 남은 시간 슬픔을 둘 곳 없이 헤맬 뿐
후회하는 내게 다시 오라하면 이기적인 날 용서해 주겠니
남은 소원 나 하나라면 널 보고싶어

WHEREVER EVER YOU GO EVER YOU GO 내 맘 깊은 곳에 넌 사는걸
EVER YOU GO EVER YOU GO 너를 사랑해 내게 준 이별까지

하늘 같은 곳에 살면서 너를 볼 수 없어 세상 끝보다 멀리 있는 너
여기 이 골목 돌아서면 널 볼 수 있나

WHEREVER EVER YOU GO EVER YOU GO 내 맘 깊은 곳에 넌 사는걸
EVER YOU GO EVER YOU GO 너를 사랑해 내게 준 이별까지

(RAP) 난 알아 너가 나에게 던진 그 한마디 산등성이에서 울려퍼지듯
사랑해란 말 지금 내 귓가에 맴돌고 있어 쓸쓸한 어둠 캄캄하게만이
느껴지는 이 거리에 나 혼자 남아 한숨 쉬며 있지만 마치 약속한듯 널 기다려

이별을 가끔 잊은채 선물을 사지만 이제 난 줄 수가 없는 걸
가득 쌓인 선물 상자 속 마른꽃 보이면 난 또 바보처럼 눈물이

(반복X2)
WHEREVER EVER YOU GO EVER YOU GO 내 맘 깊은 곳에 넌 사는걸
EVER YOU GO EVER YOU GO 너를 사랑해 내게 준 이별까지

--------------------------------------------------------



벌써 7년 전 겨울......

나는 당시 유행하던 댄스 기계(내가 말하는 기계는 Dance Dance Revolution의 약자이다. DDR이라고 쓰면 좋겠지만 요즘은 하도 이상한 뜻으로 많이 쓰여, 오해를 사게 되니 '댄스 기계'로 쓰는 수밖에......) 상당히 빠져 있었다. 게임비로 한 달 동안 몇십만원이 나갈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연구 생활에 지쳐 있던 나에게, 졸업반의 스트레스 때문에 잔걱정이 많던 나에게 학교 앞에 많이 있었던 댄스 기계 앞의 시간은 하나의 '탈출구'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게임장에서 나보다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야유를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력의 대가랄까. 무릎 관절까지 깨어 먹어가며 연습했던 댄스 기계 실력은 파라노이아 시리즈는 물론 간단한 퍼포 - 무릎찍기나 간단한 백플레이 - 정도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그 당시 댄스 기계 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기량도 좋았고 나이도 어렸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금새 친해졌다. 그만한 기량이 있어서도 아니고 말을 잘 해서도 아니다. 노력을 무던히도 하던 나를, 그들은 자신의 세계에 끼워 주었다. 나는 그들의 집단에 완전히 끼지는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그들은 그것도 용인해 주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그들의 무리 속에서 한 여자애를 알게 되었다.

나처럼, 그들 무리 중에 완전히 끼어 있는 거는 아니었지만. 실력은 좋은 게 아니었지만(내가 말하는 '실력이 좋지 않다'는 거는 나보다 조금 더 낫다는 거다) 그저 좋아서 자주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이리저리 하다가 친해지는 사이가 되었고 어느새 사귄다고 해야 하나. 그런 사이가 되었다. 왜 그렇게 애매하게 답했냐고? 사귄다고 하기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서로 친하게 지내고 연락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연락 안 해 주면 토라지는 모습도 아주 가끔... 그런 점은 별반 차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댄스 기계가 그녀와 나의 매개체였을 뿐이다.


그녀나 나나 둘 다 커플 플레이는 잘 못하기 때문에 자주 선택했던 곡이 이 곡이었다.

한국판에 수록된 곡. 별(別)......

멜로디가 좋아서 그랬는지, 다른 곡을 싱글로 하다가도 마지막에는 커플로 꼭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 못 가 나의 짧았던 추억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추운 겨울날. 그녀는 내가 보는 앞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119에 신고했고 구급차를 불렀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온통 피에 젖었던 머리카락. 그리고 빨갛게 물들었던 흰 옷.

마지막 숨에 힘겨워하던 그녀의 모습.



며칠간. 울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다가. 다시 최면처럼 찾아간 게임장.
아무도 없는 게임장에서 그 노래를 고르고 발을 느릿하게 놀리는 나의 얼굴에는 눈물이 어느 새 떨어져 내렸다.
한 번. 두 번. 몇 번이나 같은 노래를 고르고 또 고르고.

그러던 나를, 나를 잘 알던 패거리 녀석들 중 하나가 어느 새 봤는지. 나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며 안부를 묻는다.


결국. 나는....... 바보같이 어린애처럼 눈물만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점점 그 게임장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7년이나 지난 지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댄스 기계는 없어지고 이제는 선사시대 유물이 되어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이제 발이 많이 굳어지고 또 몇 번 발목을 다치고, 지난해에는 교통사고도 당해서 이제는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리움을 달래려 그 노래를 찾아 싸이 배경음악에 넣으려 했지만 나는 도무지 그 노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그저 어디에서 그 노래를 찾아 듣게 되어도 이제는 가슴 속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흐를 뿐...

오늘같은 밤에 혼자 남겨지게 되면. 그 노래를 틀어놓고 가끔은
그 때의 짧았던 추억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한다.

이제는 그녀의 얼굴도 잔상으로만 남아 있지만......


잊으려 했는데.


짝사랑으로 끝나 지울 수 없는 잔영을 남긴 첫사랑만큼은 아픈 건 아니었어도, 다시 생각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 노래를 지금 듣고 있어 더 생각난다......


그 때의 추억이. 그녀의 미소가. 그리고 그녀를 떠나보낸 뒤에 흘린 나의 눈물이.



어쩌면...... 내 마음 속에서 누구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진 것은


바로 그녀가 떠난 뒤부터였을 것이다



- The xian -


P.S. 칭찬 릴레이 인터뷰에 한 가지 거짓말을 했었습니다. '애인은 애초부터 없는 것 같은 운명을 타고난(?) 솔로입니다.'라고 했었죠.
숨기고 싶은 상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젠 굳이 숨길 필요도, 이유도 없어진 듯 합니다.
기억을 잊지 않고 있고,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떠나가 버린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본의 아니게 그 때 말했던 거짓말,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11/19 23:31
수정 아이콘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ㅠ_ㅠ
06/11/19 23:33
수정 아이콘
아.....마음이 아프네요. 추억 속의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다른 예쁜 사랑을 시작하셨으면 하네요.
사상최악
06/11/20 00:33
수정 아이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EndLEss_MAy
06/11/20 00:41
수정 아이콘
이 노래 윤건씨가 다시 불러서 슬픈연가 OST에 삽입되기도 했었죠.

너무 좋은 노래란 생각이 들어요.
루크레티아
06/11/20 00:41
수정 아이콘
후우...

저도 처음 사귄 여자친구를 잃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는 않네요.

그 친구는 저에게 끝까지 병이 있다고 말을 하질 않았어요. 하물며 저 세상으로 가는 날 까지도 말이죠. 그래서 전 병명도 모른답니다. 단지 그녀가 묻힌 곳에 기억 날 때마다 가곤 합니다. 차마 장례식장에 갈 용기가 없어서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한 묘지죠. 갈때마다 항상 바나나 우유를 하나씩 들고가서 부어주곤 하는데...이젠 뭐 그냥 생각날때마다 피식 하는 헛웃음만 나오네요. 과연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뭐라고 할지 말이죠.

어서 새로운 인연을 찾으시길 빕니다. 저도 그러려고 하고는 있지만 쉽지가 않네요. ^^;;
elecviva
06/11/20 01:10
수정 아이콘
글쓴 분께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쓴소리 하겠습니다.

지금 the xian님께서 그렇게 살고 계신 것은 본인이 원해서일 뿐입니다.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 그 여자분도, 그 누구도 닫힌 마음을 원치 않을 겁니다.
이렇게 글을 쓰시면 타인에게 미화되어 보일 것을 알고 계시겠죠?
행복하기 싫으시다면, 과거가 중요하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잘 살아야죠.
털어내시길 바랍니다.
The xian
06/11/20 07:32
수정 아이콘
elecviva 님//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이나마 있었을 것입니다.

부연하자면 이 글은 2년 전에 이미 제가 속한 다른 동호회에 썼던 글입니다. 다만 어제 밤에 그 때의 일이 다시 생각났고 그 노래가 생각나 이 글을 올렸던 것일 뿐입니다. 지금 잘 살아가고 있어도 사라지지 않고 가끔씩 드러나는 악몽이 있듯이, 지금 잘 살아가고 있고 사랑을 찾고 있다 해도 가끔씩 생각나는 아픔이 있는 법이죠.

추신에 밝혔듯이 인터뷰에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던 것.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님 말고도, 다른 분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06/11/20 09:48
수정 아이콘
저... 사담이지만 저기 저 노래에 나오는 랩퍼가 제 사촌형이고 요즘 저랑 가끔 스타를 즐기지 말입니다;
Xian 님 힘내세요- 대신 슬픈 사랑을 통해 그만큼 정신적으로 얻은것도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화이팅!
체념토스
06/11/20 10:19
수정 아이콘
저도 댄스기계(펌프말고...)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퍼포먼스 연습도 하고^^

또 그렇게 오락실에서 전전긍긍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더라구요~

댄스기계하면서 새로운 친구들... 이성친구들도 많더라구요^^
전 숫기가 없어서.. 잘 못사겼지만...

지안님 좋은인연이 있으셨군요.

그러나 불행한 일을 겪으시고..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Xian님 다시 사랑을 시작하세요.
사람은 사랑을 필요 하게 태어났습니다. 그 섭립 잊지 마세요.

제가 생각하기엔 그것이 xian님에게 위로가 될듯 합니다.

부디 평안 있으시길!
김태엽
06/11/20 11:00
수정 아이콘
저도 한때 DDR하면서 꽤나 많은분들을 만났었는데... 혹시 그중에 Xian님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좋은노래입니다. 벌써1년의 모티브가 된 곡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요즘에도 자주 듣는 노래죠.
다미아니
06/11/20 11:23
수정 아이콘
싸이 배경음악으로 판매하는 別은 확실히 TEAM이 부르던 別보다 좀 아쉽더라구요.
아무래도 편곡을 했고, 윤건씨가 솔로로 부르다보니 원래 別이 가진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글 쓰신 분에게 위로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319 퍼즐. [4] 소현4728 06/11/20 4728 0
27318 [연재] E-sports, 망하는가? #5. 줄어들 수밖에 없는 E-sports의 팬의 수 - 2 [10] Daydreamer4631 06/11/20 4631 0
27316 임요환을 능가하는 것은 임요환 뿐이다! [16] 세츠나4144 06/11/20 4144 0
27315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18] 볼텍스4713 06/11/20 4713 0
27314 오늘 프로리그를 보고.. [26] 보라도리4252 06/11/20 4252 0
27312 차기 10차 MSL은 '곰TV배 MSL' 이네요. [64] 리콜한방7008 06/11/20 7008 0
27311 오늘의 빅게임!! CJ Entus VS 팬택 EX 엔트리! [273] SKY926498 06/11/20 6498 0
27310 T1선수들의 군입대러시 [13] hoho9na6662 06/11/20 6662 0
27307 ◆ 듀얼토너먼트 예선 1주차경기 마재윤vs한승엽 2,3경기 문자중계 ◆ [162] blackforyou5797 06/11/20 5797 0
27305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10] Lavender4231 06/11/20 4231 0
27303 [영화]악마는 프라다만 입냐?(스포는 쬐금 있네요) [12] [NC]...TesTER4209 06/11/20 4209 0
27301 이 모든 것은 임요환때문이다. [14] Lunatic Love5933 06/11/20 5933 0
27298 온게임넷이 만들어낸 이미지 [30] SEIJI7219 06/11/20 7219 0
27296 오랜만에 음반가게에 가봤습니다... [57] NeverMind5015 06/11/20 5015 0
27295 오영종 선수. - (Seven) [8] 견우3966 06/11/20 3966 0
27294 [연재] E-sports, 망하는가? #4. 줄어들 수밖에 없는 E-sports의 팬의 수 - 1 [31] Daydreamer5589 06/11/19 5589 0
27293 야구 선수 강병규에 대해서... [24] 옹겜엠겜7046 06/11/19 7046 0
27292 [......] 노래와 슬픈 사랑 이야기 - 별(別) [11] The xian3932 06/11/19 3932 0
27291 자동차... 설레임... 두려움 [16] 기다림...그리4282 06/11/19 4282 0
27290 쏘우 3편을 예상 해봅니다... (1,2편 전부 보신분만 읽어주세요 스포일러 有) [15] sEekEr3726 06/11/19 3726 0
27289 惡. 卽, 斬 [6] Gidday3984 06/11/19 3984 0
27287 내맘대로 최고의 팀~ [37] v퍽풍v4331 06/11/19 4331 0
27286 악몽의 끝은 없다. [12] 여자예비역3670 06/11/19 367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