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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5 17:39:04
Name 팟저
Subject 권한과 의무













  스타크래프트를 반년 이상 봐온 사람이라면 다전제가 전체 판 내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것이다. 초반 빌드, 종족, 맵, 정찰운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가 타 스포츠에 비해 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에 팬들 사이에서 다전제는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되어왔으며 방송사에서도 개인리그 상위라운드에서 선수 간의 당락을 결정하는 보다 정밀한 근거로 활용해왔다.

  방송대회가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선수들의 실력을 좀 더 확실히 판단할 수 있기에 의의를 갖던 다전제는 어느 순간부터 이 바닥에서 실력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는데, 이와 같은 점은 여러 선수들에게 따라다니던 16강용, 8강용 등의 수식어에서, 선수들 간의 천적관계를 이야기할때 "그래도 다전제에서 한번 붙어봐야지"하는 말로 결정을 유보하는 반응들에서, 또한 프로리그에서의 활약선수보다 개인리그 상위라운드 진출자에게 무게 중심을 두는 커뮤니티 여론에서 - 심지어 '1111 체제('하나의 맵'을 '한 명'이 '하나의 종족'을 상대로 '한 분기'동안 담당하는, 프로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를 이유로 프로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위너스리그의 활약 선수를 두고서도 논란이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때문에 '다전제를 잘하는 능력'이 곧 실력 - '다전제를 잘하는 요인'인 심리전, 판짜기 등이 해당 선수의 실력을 이야기할때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기에 MSL이 분리형 다전제를 선언했을 당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이 바닥에서 다전제는 스스로 고유한 영역을 확보할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며, 그렇게 중요하기에, 이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데, 다전제에 임하는 선수들 역시 단판제를 세판씩, 네판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게임을 준비해온다. 그리고 당연히, 다판제에선 단판제와는 다른 방식의 규정이 요구된다. 이것이 과연 무리한 요구일까 - 방송경기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협회 홈페이지에 명시된 경기 규정에서도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처방안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 또한 이와 같은 사태를 예상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전제에선 어떠할까, 만약 협회가 이 바닥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우린 천편일률적인 그들의 경기 규정을, 과연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판단해야할까. 아니면, 다전제에서 경기가 중단 되었을때의 판단은 단판제일때보다 더 어려운 것일까. '신'이 아니면 감히 대답할 엄두가 안 날 정도로? - .

  다전제에서 경기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아는데에 '모든 변수를 예상하는 능력' 씩이나 필요한 건 아니다. 다전제가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에 대해 파악하는데 정도 이상의 e-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전제에서 경기가 중단되었을때엔 단판제와 차별화되는 경기규정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데에, 그러한 상황에 꼭 부딪쳐봐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건 경기의 승패를 가늠할 권한을 가진 이라면, 그리고 그가 내린 결정이 근거하는 규정을 만든 이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고 당연히 고려했어야할 부분이며 스스로 스포츠 협회라고 말하고 경기의 결과를 판단내릴 힘을 지닌 존재로서 져야할 가장 일차적인 책임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론'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누구도 FIFA의 승부차기 규정이 '축구 경기의 당락을 결정짓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승부차기를 통해 팬들은 풀리그와는 달리 진행될 수밖에 없는 토너먼트에 대한 FIFA의 이해를 알 수 있고 그 전에 있을 홈&어웨이, 득실차, 다득점 등의 경기 내적인 합의 과정들에서, 그리고 룰에 명시된 규정들에서 의무를 다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알 수 있다. 합의점이란 그렇게 도출되는 것이다. 권한이란 그렇게 부여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절차들이 있기에 팬들은 승부차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 승부차기는 승부차기로서의 의의를 갖는 것이다. 마치 스타판 지난 역사속에서 다전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난 협회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의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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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기혁
10/01/25 17:42
수정 아이콘
글쎄요, 이번만큼은 케스파의 대응이 나빠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하였으나, 그 의무 이행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 뿐이 아닐까 싶네요.
10/01/25 17:46
수정 아이콘
원래 스포츠 경기의 규정이란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때마다 조금씩 강화되고 세분화되어가는거라 봅니다.
권투를 예를 들면, 제 기억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경기는... 15라운드였습니다. 15라운드를 넘어가면 판정으로 가고요.
그게, 선수들의 피로문제라던지, 위험성이라던지... 하는것 때문에 줄어들기도 하고, 조금씩 규정이 바뀌어가죠.

다른 스포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라도나나 펠레가 활약하던 시기에는, 지금처럼 백태클이 무조건 퇴장이 아니었고,
백패스한 공을 골키퍼가 잡아도 상관없었으며, 무릎이 올라오거나, 발이 높이 올라와도 경고조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선수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니까 규정을 만들어서 금지하게 된거죠.

이번 일로, 케스파 규정이 정비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일들이 일어날것을 미리 다 예측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을 '미리' 다 만들어놓는다는건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가는 일이라 봅니다.
Ms. Anscombe
10/01/25 17:48
수정 아이콘
AhnGoon님// "이런 일들이 일어날것을 미리 다 예측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을 '미리' 다 만들어놓는다" 는 게 불가능하다.. 매우 훌륭한 통찰입니다.
10/01/25 17:52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3선승 제에서 1승을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빼앗기면 정상적인 게임이 될리가 없죠. 4경기 영호선수가 마린을 던지는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누가봐도 이제동 선수가 유리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한 수십 번의 게임을 봐온 팬으로서는... 재경기 판정을 기대했었습니다.
10/01/25 17:57
수정 아이콘
뼈기혁님, AhnGoon님//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본문에 다 기재해두었기에, 답변은 그를 통해 대신하겠습니다.
그림자군
10/01/25 17:59
수정 아이콘
'미리'는 어렵습니다. 보통 문제가 생기고 그 후에 고치는 모양이 보편적이겠죠.
다전제에서의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못했다... 라고 해서 협회의 미숙함을 문제삼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건 있습니다. 심판의 결정에 대해,
그 결정에 의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고,
시간은 흐르고 계속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협회가 이런 흐름은 끊어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저도 이영호선수 팬의 한사람으로서 결승전 이후 벌어진 논란에 뛰어들지는 않고 있었지만 속으로
'판정을 내렸으니 합당한 근거가 있겠지...' 정도의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코리안시리즈가 생각나네요. 2루에서 나주환선수가 김상현선수 태클에 걸려 넘어졌었죠.
넷 상에서 즉시 난리가 났습니다. 판정은 이미 나 있죠. 번복될리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심판위원장이 나서서 판정에 대한 해명을 기자들에게 합니다.
'이번 심판의 판정은 이런 상황에 있어, 이런 근거로, 이런 선례에 의거 이렇게 나왔다.'
심판의 권위는 그런식으로 심판이 나서서 챙겨야합니다. 그런 행위를 귀찮아 하면 결국 깎이는 건 심판의 권위죠.

이스포츠에서 심판의 존재의미조차 의문시하는 형국에서
이번 일을 잘 처리에서 심판의 권위를 스스로 획득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10/01/25 18:05
수정 아이콘
예상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정도'라는 것은 있지요(올림푸스 결승이라는 전례도 있는데 예상하기 힘들었다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만...). '그 정도가 다르다'고 말씀하신다면 저야 할말이 없겠습니다만, 본문에서 언급했듯 '스스로 협회라 말하고 권한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라면...'하는 생각은 그치질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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