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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3 20:03:59
Name 마음속의빛
Subject 제로의 영역을 소유한 이영호.. 상대의 심리를 꿰뚫다.
잊혀져가는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 사이버포뮤라(국내 애니메이션 제목 : 영광의 레이서)

작품 중에 제로의 영역이라는 소재가 나옵니다.

자신이 운전하고 있는 자동차의 상태, 노면의 상태 뿐만 아니라 분명 보이지 않을 상대의 심리까지 철저하게 꿰뚫어버리는
놀라운 능력입니다.

오늘 이영호 선수는 정말 제로의 영역에 들어선 사이버포뮤라의 주인공 같았습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맵이 어떤 상태인지,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무자비한 게임 운영은 그 옛날 대저그전에 있어 절대적인 강자로 인정받던 임요환 선수의 전성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네요.

내가 어떤 상태인가?

스타크레프트 세 종족 중 레인지유닛(원거리 공격)이 대부분인 테란이 맘먹고 극초반 압박을 시도했을 때
상대의 플레이를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는 상대가 그것을 막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닐 겁니다.

전진배럭 + 벙커링은 테란의 일격 필살 기술 중 하나인데, 실패해도 내가 반드시 죽는 상황은 좀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컨디션을 측정하는 용도로 한번쯤 사용해봄직한 기술이라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대저그전에서 엄청난 바이오닉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이영호 선수의 바이오닉 컨트롤이라면
벙커링 성공 확률로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이영호 선수의 극 초반 압박은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 않으면 소화해내기 어려웠을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상태는 어떤가?

이영호 선수의 경기가 주는 무서운 점이라면 자신이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겼을 때 그 파급력이 그 경기 안에서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팬들이 자신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찬사를 보내고, 커뮤니티에 글을 남길수록 그 소문을 듣는 자신의 경쟁자들은
그것에 위축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영호 선수 본인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포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경기 전부터 심리전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윤용태 선수가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는 없었겠지만, 이영호 선수에게는 과거 송병구라는 거물을 상대로
3:0 압도적인 스코어로 제압한 자신감과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윤용태 선수가 중후반부의 유닛 교전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극 초반 운영 능력이
과거 테란전 전성기 시절의 송병구 선수와 비교해서 얼마나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영호 선수의 심리를 알 수는 없으나,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고, 스타리그 첫 4강에 진입해 들떠 있을 상대의 심리와 첫 경기에는
컨트롤과 두뇌 회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과감하게 2연속 벙커링을 시도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맵의 상태는 어떠한가?

특정 맵에서 테란을 상대하는 플토의 운영법을 다른 사람도 아닌 대플토전 9연승을 쌓고 있는 이영호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겠지요.
팀에 프로토스 선수들도 있으니, 윤용태 선수만큼의 실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맵에서
팀의 프로토스 선수들이 어떠한 생각과 마인드로 경기를 준비하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송병구 선수와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무대 시작 1시간 전에 송병구 선수의 자신감에 찬 표정을 보고
정면 싸움은 힘들겠다고 생각해 3연속 극 초반 전진배럭으로 빌드를 수정했다고 인터뷰한 이영호 선수의 노련함과 과감함이
오늘 msl 4강 경기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뭐라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을 선수입니다.

테란의 강점과 프로토스의 약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상대 선수의 심리까지도 꿰뚫을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할 수 밖에 없네요.

컨트롤에 자신감 넘치던 임요환 선수가 벙커링에 실패해도 자신의 컨트롤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벙커링 후의 빌드를 연습해왔다고 했었는데, 오늘 이영호 선수가 그 마음가짐 그대로 프로토스에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네요.

윤용태 선수...  본인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과거 송병구 선수의 아픔을 본인도 똑같이 느껴보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송병구 선수는 결승에서 좌절을 겪었어도 후에 스타리그 우승이라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윤용태 선수도 오늘을 계기로 좀 더 날카로운 상황판단력을 얻게 되길 바랍니다.

p.s 글을 쓰고보니 송병구 선수라면 오늘 경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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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돌
10/05/13 20:05
수정 아이콘
갓에넬~이영호.. 정말 오마이갓입니다..
배추열포기
10/05/13 20:10
수정 아이콘
양대 결승에서 이영호선수의 제로의 영역을 깨드리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1경기를 무조건 이겨야겠습니다. 제로의 영역에선 자신이 진다는 것조차 모를 것 같습니다...
스웨트
10/05/13 20:12
수정 아이콘
아수라다를 타고 연승을 하던 하야토에게 오우거를 탑승한 카가가 출전하는데.....
10/05/13 20:12
수정 아이콘
정말이지 현재의 이영호 선수는 제로의 영역에 도달해 있다는게 가장 어울리는 표현 같네요. 이영호가 하야토라면 동등한 영역에 있으면서 가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이제동 선수가 블리드 카가?!?
Kristiano Honaldo
10/05/13 20:13
수정 아이콘
마재윤 선수도 한창 잘나갈땐

혼자서만 제로의 영역을 달리고 있는거 같았었는데...

사이버포뮬러 사가에서 나왔었던

프리츠(이상한약먹고 기계가 대신 운전해주던 차 타던선수)

같이 컴퓨터가 게이머를 조종하는 선수가 나와야 될꺼같네요
좋은풍경
10/05/13 20:16
수정 아이콘
뭔가 폼나는 말인데,
그냥 폼안나는 말로 바꾸면, 이영호는 머리속에 개인용 맵핵이 있는거죠.
10/05/13 20:18
수정 아이콘
가끔 생각하는게 이영호 선수가 플토를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하루빨리
10/05/13 20:29
수정 아이콘
답이없죠. 브리드 카가랑 오우거가 나오기 전까진...
파일롯토
10/05/13 20:39
수정 아이콘
제로의 영역... 마본좌때와 소닉테란때 들어보고 오랫만이군요
WizardMo진종
10/05/13 21:11
수정 아이콘
딴건 다 그렇다 치는데 센터배럭+벙커링이 절대 만만한게 아닙니다;;; 성공하지 못하면 올멀티 관광도 당할수 있고 만에하나 상대가 본진에서 사이버까지 올렸다면 죽기딱좋은 빌드거든요...
마키아토
10/05/13 22:07
수정 아이콘
송병구와의 결승전이 무난히 흘러가면 별로 좋을거 없다 판단해 비수 한 자루를 제대로 갈아가지고 온거라면, 이번 윤용태와의 경기는 '난 후반가도 상관없어'라는 자신감을 오히려 가지고 상대를 역이용해버린 그런 양상이었던거 같습니다. 당시에는 한 단계의 비틀기였다면, 지금은 두 단계, 세 단계를 비틀어버릴 줄 알게 된거죠. 하지만 윤용태는 당시 송병구의 위력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생각은 별로 달라진게 없었네요. 어쨌든 이영호는 정말 끝을 모르는 선수입니다.
진호vs요환
10/05/14 00:01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이제 남은것은 사이버 포뮬러에서의 브리드카가처럼 이제동이 다시 한번 각성하여
제로의 영역에서 둘만의 싸움을 하는 일만 남았네요..
스스로 포기했던 제로의 영역을 오직 하야토를 이기기 위하여 다시 찾을 수 밖에 없었던 브리드카가 처럼..
이제동선수도 말이죠..

더불어 가장 나중에 제로의 영역을 소유하고 극적으로 부활했던 극 중 신죠처럼..
김택용선수도 부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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