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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7 02:21:58
Name noVember
Subject redemption
벌써 8년 전이었다.
중학교 3학년, 친구들과 함께 간 PC방에서,
사장님과 알바 형이 보던 TV화면을 보았을 때가.
'유닛'에게만 뿌린다고 생각했던 사이오닉 스톰을 '러커 에그' 위에 뿌리던 하이템플러,
그리고 거짓말처럼 터져나간 에그.

그게 시작이었다.


8년 후.

매일 같이 나는 면도를 하고, 휴대폰으로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다. 중학교 때는 하지 않던 것들이다.
그리고 어디서 뭘 봤는지, 내 면도기는 줄곧 G-- 이며, 휴대폰은 S-- 이다.
줄곧 S-- 휴대폰을 쓰는 나에게 사람들은 '왜 맨날 그거만 쓰냐'고 묻는다.
난 답한다. '그냥 이게 좋더라고.'
어디서 뭘 봤길래, 이게 좋았던 건지.
궁금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수많은 일들을 내 짧은 글솜씨로 풀어내기엔 너무나도 방대하다.

그냥 기억나는 순간순간을 몇개 되짚어보고 싶다.

기요틴에서, 박정석의 다크템플러가 강민의 로보틱스를 공격하던 그 순간.
나는 리모컨을 두손으로 붙잡고 숨을 죽여가며 속으로 '깨져라', '깨져라'를 외쳤다.
결국 깨지진 않았지만.
'절박함'이란 단어에 맞는 상황을 내게 말해보라면 이 상황을 말할지도 모르겠다.



고 3 때, 당시 유행하던 웃찾사를 보기 위해 야자를 빼먹고 집으로 도망왔다.
아홉시 좀 넘어서 집에 왔었다.
난 티비를 켜면 몹쓸 버릇이 하나 있는데,
반사적으로 온게임넷, 엠비씨 게임의 채널을 한번씩 보고 채널을 돌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몹쓸 버릇이 도움이 되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엠비씨 게임으로 채널을 돌리니,
1년에 한 두번 볼까 말까한 디바우러가 부대 단위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박정석은 그 디바우러를
역시 1년에 한 두번 볼까 말까한 다크아콘으로 묶어두고
3년 전 러커 에그를 터트리던 그 멋진 사이오닉 스톰으로 모두 터트리고 있었다.
박정석 5경기로 끌고 갑니다.
여러분 이런 마엘스트롬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지지.
그 당시 고3이던 나는,
모의고사 대박을 치던 날에도 하지 못했던 경험.
얼굴이 흥분으로 시뻘개지는 경험을 이 말을 듣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 5경기도 있었다.
그냥, 5경기의 순간은 설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
살다보면 그냥 기억속으로만 남겨야 할 소중한 순간도 있을 것 같아서.

이쯤에서 옛 이야기는 끝을 내겠다.
아무튼, 이 이야기를 들어줄만한 친구가 있다면 밤을 새워가며 할만한 이야기들.
환희, 아쉬움, 경외스러움 등 수많은 감정들이 오고갈만한 이야기들.
그러한 이야기들이 펼쳐졌었다.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나에겐 너무나도 큰 이야기였다.







나는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를 정말로 좋아한다.
짧은 인생을 살았기에 말하긴 부끄럽지만, 내 인생 최고의 영화는 이 영화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이런 말을 했었다.

희망은 좋은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오늘 나는 적잖이 실망을 했다.
내일까지 해야하는 일이 적지 않음에도 이러한 글을 남기고 싶을 정도로 많이 실망을 했다.
하지만, 실망(失望)이란 건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지, 희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위 영화 대사가 내게 알려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이 공간을 떠나고 싶지가 않다.
비록 과거와 같은 맛은 없더라도, 나는 이 공간을 떠나고 싶지가 않다.

내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던 분은 오늘 본인의 미니홈피에 이런말을 남기셨다.
우린 진심이었으므로 진게 아니라고.

그래 우리는 진게 아니다.
조금 꺾이었을 뿐 결코 진 것이 아니다.

그 희망을,
지금 잠시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는다면 그 희망이란 놈은 다시 우리에게 수많은 멋진 이야기들을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

처음으로 겜게에 글을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제 지금 심경에 따라 쓰다보니 선수분들 존칭어도 생략하고 글도 경어체가 아니게 쓰게 되었네요.
혹시나 문제가 된다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글도 두서가 많이 없이 뒤죽박죽 쓴 글입니다.
그래도 이 부족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 제목은 '쇼생크 탈출'의 원제가 'Shawshank redemption'이라 붙였습니다.




모든 분들, 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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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7 02:27
수정 아이콘
기요틴에서, 박정석의 다크템플러가 강민의 로보틱스를 공격하던 그 순간.
나는 리모컨을 두손으로 붙잡고 숨을 죽여가며 속으로 '깨져라', '깨져라'를 외쳤다.
결국 깨지진 않았지만.
'절박함'이란 단어에 맞는 상황을 내게 말해보라면 이 상황을 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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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틱스를 감싸던 드라군의 움직임 , 이를악물고 "나와라 나와" "옵저버 나와라 " 안되!!

를 외쳤었던 그날의 기억 아...참 우리의 소중한 추억인데..
현금이 왕이다
10/05/17 02:29
수정 아이콘
그런 말이 있었죠.
강민의 경기는 감탄.
박정석의 경기는 감동.
정말 저의 가슴을 쥐어짜던 선수들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실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지만
감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 지더군요.

지금은 실망하는게 당연하지만 그 실망이 선수들의 진짜 플레이들을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Who am I?
10/05/17 02:32
수정 아이콘
실망스럽고 안타까운데 뭐라고 할말이 없어서 더 막막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그들이 안타까운게 아니라 그런 위험에 방치한 그래서, 어쩌면 겪지 않았을수도 있는.....
아직은 순수하니까 괜찮아라고 순진했던 팬들이, 그리고 무능력한 시스템에 속이 더 상합니다.

나는 아마도 이제는 스포츠로 즐길수 없을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까지 등 돌릴까봐 겁이 납니다.

내가 봐오고 가슴뛰었던 그 젊음과 열정이 누군가의 장난질에 기억하는것 조차고 부끄러워질것 같아서 억울하고.. 갑갑합니다.

그래요, 솔직히 쪽팔려서 안보고 싶습니다.
실망스럽고 또 실망스러워서....
라푼젤
10/05/17 07:03
수정 아이콘
오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군요.
솔직히 저밑에 글중에선 일부 오글오글 손발퇴갤하는 글들이 참많았는데
이글은 솔직하게 오글거리지않게 잘쓰신것같습니다. 저도 대부분 공감해요.
아지다하카
10/05/17 10:20
수정 아이콘
휴...꼭 희망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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