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9/08 08:14:12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내 삶을 받쳐주는 것들
  일이 끝나고 나의 방으로 들어오면 언제나 그렇듯이 청소거리와 설거지 거리가 나를 기

다린다. 사람이 사는 집은 그것이 크던 작던 한시라도 손을 놓으면 티가 난다.


  아침에 대충 치우고 나오면 저녁에는 한 손은 더 들여야 한다. 언제나 귀찮음에 미루어

놓은 일들은 더 큰짐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매일 반복을 하니 나란 사람은 참으로 한

심한 존재이다.


  가끔 볕이 좋은 날에는 이불을 널고 한바탕 대청소를 한다. 그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좁게

만 느껴지던 이 방 한 칸이 참 넓게만 느껴진다. 집이 좁아 불편하다면 한바탕 청소를 하

는 것도 해결방법이다.


  청소를 마치고 방안에 앉아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 마음은 평안하고 걱정거리도 잠시 잊

는다. 물론 빈 잔을 잘 씻어야하는 불편은 한잔의 여유의 대가이다. 청소를 했으니 이젠 빨

래를 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감싸는 물건들을 깨끗이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바탕 물

질을 해대고 나면 그래도 속은 시원하다. 시작하기전의 귀찮음은 잠시 잊어버린다. 빨래

를 널고 나면 가벼운 맘이 든다.


  이제 밥을 먹어야 한다. 쌀을 씻고 물을 받아 밥솥에 넣고 몇 가지 찬거리를 꺼내 국물이

라도 만든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간장으로 해야할지 소금으로 해야할지 헛갈린다. 하지

만 어떠랴 나의 고픔을 달래주면 고마운 것이다. 대충 간을 보고 보글보글 끊고 나면 허술

한 찬이라도 맛나게 먹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몸이 되어주는 생명들에 대한 예의다.


  밥을 먹었으니 잠이나 잘까? 하다가 컴퓨터를 연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가벼

운 미소를 짓게 하는 글들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들.. 그들은 나의 친구들이다.

이 대수롭지도 못한 나의 일상에서 그들은 넓은 세상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친구들과

의 많은 이야기 속에는 실없는 농담도 진지한 토론도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대화하는 기쁨을 느낀다. 물론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도 있고 시덥지 못한 장

난에 짜증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일상의 귀찮음처럼 존재하는 가벼운 불편함일 뿐이다.


  마음이 불편 할 때는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뒤적여 본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일상

의 귀찮음과 사람들과의 불편함이 바로 삶의 모습이며 아직 내가 덜어내지 못한 찌거기 들

의 무게임을 느낀다.


  "사람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던 간에 좋은 친구를 통해 삶의 질서와 규범을 배우

고 익히면서 인격적으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덧없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꿋

꿋하게 살아갈 수 있다. 당신에게 친구가 있는가?"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 中에서

  비가 온다. 널어놓은 이불 생각에 맘에 급해진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9/08 08:21
수정 아이콘
아.. 좋습니다.
총알이 모자라님의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생각하니 저와도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 웃음이 나네요.
달라몬드
04/09/08 08:28
수정 아이콘
내 삶을 받쳐주고 있는 것들...
..., ..., ..., ..., ..., ..., PgR and etc.

국간 맞출 때 : 간장과 소금을 같이 쓴다. 총각에게는 조금 힘든 주문이지만 가끔 새우젓도 넣어본다. (북어국 끓인 후에 조금 넣어서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해장에도 좋고 캬 입맛 당기누나)

이 쪽은 맑게 개였는데요 봄 냇가의 날씨는 어떠한가요?
fabulous~*
04/09/08 08:31
수정 아이콘
내 삶을 받쳐주는 것들 : 친구, 남자, 그리고 패션...
총알이 모자라.
04/09/08 08:47
수정 아이콘
햇살 가득한 날이네요.
와룡선생
04/09/08 09:10
수정 아이콘
혼자 산지 4년정도 되는데 정말 청소 , 밥 , 빨래.. 정말 귀찮죠..
눈뜨면 허둥지둥 씻고 옷입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피곤해서 기냥 자고 밥은 밖에서 다 해결하구...
일상에 찌들리고 사랑에 상처받고 세상이 날 속일지라도
옆에서 "거치른 벌판으로 다알려 가자.." 하며 소주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아직 삶은 살아볼만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오늘 날씨도 좋고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서 소주 마시기 좋은 날씨죠.. 저녁에 친구들과 소주 한잔 해야겠네요..
슬픈비
04/09/08 09:17
수정 아이콘
오늘아침의 날씨는 정말 멋졌습니다.
햇살가득한 대로에 바람만이 가득하더군요.
04/09/08 09:17
수정 아이콘
내삶을 바쳐주는 것은.... 뭘까나요?

음... 아마도 고양이와 중력이 팽창한 적도 부근의 어느 변두리...
풀오름달
04/09/08 09:34
수정 아이콘
내 삶을 받쳐주는 것들 : 딸래미, 친구들, 지인들... 그리고 때때로 남편. 푸하하
LifeGoesOn
04/09/08 09:40
수정 아이콘
저도 내삶을 받쳐주는 것들은..나의 부모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그리고 스타..
04/09/08 09:53
수정 아이콘
음음 참 제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주게 하는 글인거같네요^^,, 내 삶을 바쳐주는 거라,,, 바쁜 일상생활속에서의 나의 배움으로
인한 내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나 할까요 ,,,
아직 다 펼쳐지지 못한 제 삶의 희망으로 전 살아가고 있는거 같네요^ ^
04/09/08 10:12
수정 아이콘
저도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군요.^^;
04/09/08 10:20
수정 아이콘
컴퓨터를 연다 부분에서 노트북을 사용하시는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04/09/08 10:21
수정 아이콘
댓글 달고 싶어서 로그인했어요 ^^

내 삶을 받쳐주는 것은, 가족, 아직 할 일도, 시간도 많다, 라는 여유, 좋은 책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

그리고, 요리 잘하는 남자는 너무 멋있어요!
그리운 아키
04/09/08 10:55
수정 아이콘
내삶을 받쳐주는것.....음...........

지쳐서 모르겠다.... (여러분, 아이 셋 키워보세요...... 내가 받침대가 되야 함다...... 에고에고, 삭신이야~~~)

그래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귀여워서 행복하다...
그리고 울 남편이 있어 더욱 행복하다~ 쿠쿠쿠.... 그가 귀여워서 더더욱 좋다...(염장질~)
마젤란 Fund
04/09/08 11:12
수정 아이콘
내 삶을 받쳐 주는것....
첫번째 희망
두번째 희망
세번째도 나의 꿈 ..자아실현..미래에 대한 희망이죠
현실은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지만.. 흑흑..희망,꿈이 없다면 정말 절망이겠죠.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04/09/08 11:46
수정 아이콘
집안일은 하고 나면 기분도 상쾌하고 시원한데
시작하기가 왜 그리 귀찮은건지..
집안이 엉망이 되어야 결국 하게 되죠..^^

오늘 가을 하늘이 너무 좋습니다..
안전제일
04/09/08 11:50
수정 아이콘
최소한 앞으로 얼마간 제 삶을 받쳐주는 것은...
오기와 노력이될듯 합니다. 적당한 행운도 함께요.^_^
남는 운좀 있으면 저 좀 주세요.ㅠ.ㅠ 엉엉!(피로함에 지쳐가고 있다.--;;)
허브메드
04/09/08 14:50
수정 아이콘
내 살을 받쳐주고 있는 것은..
튼튼한 가죽 허리띠...
피그베어
04/09/08 17:01
수정 아이콘
인격적인 교감이라....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네요.
입가에 미소를 띄워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이디
04/09/08 17:26
수정 아이콘
공익근무인 저의 삶을 받쳐 주는건 소집해제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랄까요..^^;;;
양정민
04/09/08 17:36
수정 아이콘
저도 안전제일님//과 같아요.제 삶을 받쳐주는 것은 오기,노력이 될 것 같습니다.마음가짐 말이죠.
오랜만에 방청소나 해야겠습니다.그리고 밥을 먹어야겠네요.그리고...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50 종족을 바꿨습니다. [7] 뉴[SuhmT]3143 04/09/08 3143 0
7446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사진 14장) [19] edelweis_s3106 04/09/08 3106 0
7444 과연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요?? [37] 無一物(무일물)4668 04/09/08 4668 0
7443 오늘의배틀넷..분노의개떼저글링사건..~~ [25] 장성일3730 04/09/08 3730 0
7442 [잡담]오늘 나의 몇 가지를 끊었습니다. [15] 원츄-_-b3367 04/09/08 3367 0
7441 또 싸운다... 또 싸운다... [7] 냥냥이)3097 04/09/08 3097 0
7440 이번주 챌린지리그 사진+후기입니다^^ [10] Eva0104250 04/09/08 4250 0
7439 모든 프로게임단의 정착을 기대하며... [17] 푸른하늘처럼3220 04/09/08 3220 0
7438 [잡담]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8] Artemis3437 04/09/08 3437 0
7437 내 삶을 받쳐주는 것들 [21] 총알이 모자라.3185 04/09/08 3185 0
7436 [잡담]가을에는.... [19] Zard3264 04/09/08 3264 0
7433 [잡담]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22] i_random4332 04/09/08 4332 0
7432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소설이 지닌 심각한 역사 왜곡의 문제(아래글에 이어서..) [12] GoodSense3886 04/09/07 3886 0
7431 pgr 에서 글을 쓰는 이유 [15] 비롱투유3395 04/09/07 3395 0
7430 차기 MBC Game Star League 의 스폰서는? [15] kimbilly5257 04/09/07 5257 0
7429 자정만 안 넘음 돼~ 김현진 선수!!! 그리고 도대체 SK의 목표는?? [30] 바카스6725 04/09/07 6725 0
7428 내인생의 하나의 윤활유..스타.. [4] 핸드레이크3144 04/09/07 3144 0
7427 [잡담]순수함의 상실, [10] spin3654 04/09/07 3654 0
7426 [맵 이야기] 펠레노르 이야기 [26] 탐정5030 04/09/07 5030 0
7425 pgr사람들이 한가지 알아야 할것 [43] Aza4474 04/09/07 4474 0
7422 Now And Forever.. [4] 뉴[SuhmT]3227 04/09/07 3227 0
7421 떠날 절도 없고, 떠날 수 있는 중도 아닌... [13] Lunatic Love3712 04/09/07 3712 0
7420 [잡담] LP의 추억(!) [10] 토짱엄마3357 04/09/07 335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