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pgr21에서 좋은 글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pgr21에서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기에 조금 긴장이 되는군요.
스타크래프트 실력은 별로 없지만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고,
pgr21을 사랑하기에 한마디 적어보려 합니다.

최근 pgr21의 글들을 읽어보면 크게 두가지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테란이 사기네 아니네...
또는 어느 맵이 어느 종족에 좋네 아니네...
하는 류의 밸런싱에 관한 글과
온게임넷 결승이 가려진 지금은 늦은 뒷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저전이 좋네 싫으네, 테테전이 좋네 싫으네 하는 류의 동족전에 관한 글.
크게 이 두가지 주제의 글이 많았다고 봅니다.

세가지 종족이 만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여섯가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ZvsZ, ZvsP, ZvsT, PvsP, PvsT, TvsT.
저는 이 여섯가지 경우의 수 모두 의미가 있고, 모두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선호에 따라서 다를 수는 있겠지만 특별히 더 관심이 가는 경우도,
혹은 비선호되는 경우도 있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저그유저고 아직까지 온게임넷 결승전에서 저그 대 저그 경기는 없었기에
박성준선수 대 서지훈선수 에서는 박성준선수를 응원했었고,
박태민선수 대 이병민선수 에서는 박태민선수를 응원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철저히 개인적인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누가 뭐래도 양보할 생각이 없으며,
또한 서지훈선수, 이병민선수를 응원한 분들을 폄하하거나 대립할 생각은 없습니다. 응원은 응원이니까요.)

그런데 최근 글의 많은 수가 '동족전은 싫다'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동족전을 싫어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선호기 때문에 그 부분을 딴지걸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과연 '동족전이 재미없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보면 가장 재미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동족전을 싫어하는 분들은 스타크래프트의 매력인 상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봅니다.
종족간의, 유닛간의 상성이야말로 스타크래프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가위 바위 보'에서 내가 가위를 냈을 때, 상대가 주먹을 내느냐 보를 내느냐가 중요하고,
그것이 승부를 가르는 데 있어서 보다 매력적이라는 것은 저도 공감합니다.
내가 가위를 냈을 때 상대가 가위를 내고, 그 가위가 더 큰가 아님 더 예리한가로 승부를 겨루는 것 보다는 더 매력적일 수가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종족간 유불리나, 맵에서의 유불리가 완전히 공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지금도 일부 특정 선수를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분들 중에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이기면 잘해서 이긴거고,
응원하는 선수가 질 경우는 맵이나, 현 패치의 문제점을 원인으로 드는
아전인수의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자! 그럼 여기서 다시한번 생각해봅시다.
동족전은 유닛상성에 따른 아기자기한 재미나, 극적인 반전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한 물량과 컨트롤의 묘미를 느낄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얘기거리가 많은 패치에 따른 유불리와 맵에 따른 유불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죠.

많은 분들도 아시는 부분이겠습니다만
프로게이머를 선발할 때, 감독들은 같은 종족전에 강한 선수에게 가중치를 둔다고 합니다.
다시말하면 전략이나 유닛간의 상성은 차후에 가다듬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생산과 컨트롤이 먼저 뒷받침이 되는 것이 우선과제라는
그런 의도로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선수들이 기본적인 부분으로 승부를 겨루는 것.
이또한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요?
동족전 또한 우리가 관심있게 보야야 할 스타크래프트가 주는 재미라고 봅니다.
동족전에 관한 하수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P.S. (1)
글을 하나 더 쓸까 하나가 사족으로 남깁니다.
개인적으로 바둑도 참 좋아하는데요.
프로九단의 바둑에 대해 5급 수준의 동호인이 이렇다 저렇다 말을 많이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5급 수준 입니다... ^^; )
그저 보고 배우는 것에 주력하지요.
정 의심이 가더라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하지 거기선 이랬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창호 사범이 의문수를 두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프로수준에서 이야기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묘수보다 이창호 사범의 의문수가 훨씬 수준이 높습니다.
그런데 pgr이나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선 좀 다르더군요.
가볍게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때 거기선 이랬어야 한다는 식으로 프로게이머나 해설자 이상으로
단정적으로 얘기를 하고 어떤 선수의 플레이를 '까'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한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이룩한 사람들은 충분히 존중받야야 한다고 봅니다.
(그 선수를 맹목적으로 감싸거나, 공인 취급을 하는 등의 속칭 '빠'와는 다른 부분입니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동호인으로서 프로에 대해서 그 개인을 추종할 필요는 없지만
그 선수의 플레이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보다 신중했으면 합니다.

P.S. (2)
발전적 댓글과 논의의 활성화는 환영합니다만,
단순논리나, 아예 논리조차 부재한 감정적 댓글이나 인신공격은 자제했으면 합니다.
제 글이나,
pgr21에서나,
모든 인터넷 사이트나,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 분들이 성숙한 의식을 가진 멋있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