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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4/13 00:32:59
Name PianoForte
Subject 프로스포츠와 베팅 그리고 e스포츠

예전부터 프로스포츠와 베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아예 베팅을 매개로 하는 경마나 경정, 경륜의 경우야 예외로 치더라도 프로스포츠의 경기결과를 가지고 하는 도박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걸 아예 합법화한 게 우리가 잘 아는 스포츠토토죠. 다만 이 분야의 특성상(?) 음성적인 도박 또한 끊임없이 계속 이어져왔고, 어찌 보면 이 쪽이 더 큰 규모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이 '음성적'인 베팅은 돈을 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에 의해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결탁하게 됩니다. 즉 선수들을 매수해서 경기의 결과를 자신들에 유리하게 뒤바꿔버리는 것이죠. 물론 있을 수 없는 불법적인 일입니다만(하긴 음성적 베팅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선수들을 매수할 정도의 대규모 베팅을 하는 자들(주로 폭력조직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피아나 야쿠자, 삼합회같은)에 의해 이런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물론 경기 결과가 미리 정해져 버린다는 점에서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 본연의 정신을 뿌리째 부정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런 아주 간단한 이유로 웬만한 프로스포츠 리그는 불법 베팅과 승부조작이라는 '홍역'을 한 번씩은 치르고 갔습니다. 해외축구 쪽은 아는 게 없어서 넘어가지만, 야구만 해도 메이저리그에는 '블랙삭스 스캔들'이 있었고,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가진 피트 로즈가 감독 시절에 베팅에 참여했다가 영구제명된 일도 있습니다. 일본프로야구에는 '검은안개사건'이 유명하고, 대만프로야구는 만성적으로 승부조작이 만연해서 잊을만 하면 사건이 터지곤 하죠. 한국에서도 KBL 모 선수의 농구토토 사건이나, K3리그 사건 등이 있는데...

일단 불법 도박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겠고, 승부조작은 그 자체의 불법성은 물론이고 해당 리그 전체에 심대한 타격을 주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어제 정말 믿을 수 없었던 응원팀의 대역전승이 '조작'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누가 거기에서 감동을 받고 재미를 느낄까요? 위에 예를 들었던 세 나라는 모두 야구가 거의 준국기에 가까운 인기스포츠인데도, 승부조작 사건 후에는 상당기간 인기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1990년대 초에 출범하여 대만에서 거의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던 대만 프로야구는 반복적으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대만 프로야구는 조폭과 워낙 밀착이 되어 있어서 도박과 승부조작을 근절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인기가 격감하고 한때 8개에 이르던 프로야구팀도 4개까지 줄어드는 등 사실상 몰락하고 말았죠.

며칠간 ~카더라식의 루머만 나돌던 이번 승부조작설이 e스포츠 언론에 공식으로 언급이 되면서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언급 자체가 아직은 좀 불명확하긴 하지만 모두가 '한배를 탄' 이 바닥의 특성상 이미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그 정도는 아직 모르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이든 e스포츠 전체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원래 e스포츠란 게 한 40%는 팬들이 만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사건으로 그 팬들이 e스포츠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과거 임요환선수 군입대나 프로리그 중계권 파동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사건이고, e스포츠 10년사에 가장 큰 위기가 될 게 분명합니다. 벌써부터 '게임단 철수' 얘기가 공식 기사에서 거론이 되고 있을 정도면 정말 문제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죠... 사실 팬들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이 사태에 직접 연루된 자들이 그야말로 '일부'에 지나지 않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엔 없을 것 같네요. 만약 모두가 상상하는 이상 많은 선수들이 여기에 연루되어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e스포츠 자체를 부정하는 사건이 될 테니까요. 내가 좋아하고 우상으로 생각하던 선수들이 다 도박꾼에게 매수당한 신세였다면?...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정말 그런 선수들이 그래도 소수였기를, 그리고 내가 10년을 즐겨 온(물론 중간에 한 4년은 안 봤지만 개인적인 내용이므로 넘어가기로...) e스포츠 자체가 붕괴되지많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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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_Republic
10/04/13 01:19
수정 아이콘
어떻게 이일을 처리하느냐에 달려있겠지요. 정확하고 공정한 수사로 관련자를 색출해서 처벌 및 영구제명시키고 재발의지를 많은이들에게 보여준다면 회생의 길이 생길것이고 어영부영 넘어가려 했다간 그때는 완전 공멸의 길로 빠지게 되는것이죠.
10/04/13 02:22
수정 아이콘
저만 해도 친구들과 만 원씩 걸고 우승자 맞추기 등등 해왔고, 명절날 고스돕 수준의 내기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거액의 베팅의 경우 인정하거나 권장할 수는 없지만, "없어질 수는 없겠거니" 하는 생각 정도는 들지요.

다만 선수 본인이 거기에 개입하고, 심지어 조작까지 하는 일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될 일입니다.
암적인 분자들을 도려내는 한편, 이 판도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잘 좀 풀리는게 최선이겠죠. 쉽진 않아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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