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역시도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배우던 시절에는 테란 유저였습니다.
99년 초반만 해도 전 테란유저였었죠. 약간 자랑입니다만, 그당시에 제가 피시방에서 테란을 선택하고
마린메딕 러쉬로 스팀팩을 써가며 상대방을제압하면 주위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구경하곤 했습니다.
그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테란이라는 종족은 무한맵에서 입구막고 레이스나 배틀을 뽑거나 메카닉유닛을 뽑아대던게 보통이었거든요..


  그런데 테란만을 플레이하던 저는 무료함을 느끼게 되었고, 99년도 말부터 랜덤유저로 전향했습니다.
그후로 쭈욱 랜덤을 고수해오던 저는 2001년 어느날,게임큐에서 3임쓰의 플레이를 보고 말았습니다..
임요환 임정호 임성춘.. 특히 임요환과 임성춘의 플레이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게임큐 1회대회에서 임성춘 선수가 임요환 선수를 누르고우승을 차지햇습니다. 거기에 고무받은 저는 주종을 프로토스로 굳혀버렸습니다.
게임아이 서버에 가서 플토를 주종으로 플레이했죠.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특성이었는지, 저는 게임아이 1XXX점 정도였습니다만,
저보다 200점 정도 앞서는 테란과는 이기고 지고 하는데에 반해, 저보다 200점정도 낮은 저그에게도 종종 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1.08 패치가 되더군요. 드랍쉽도 빨라지고, 드라군도 느리게 나오고, 터렛도 싸지고, 골리앗도 좋아지고..
어느순간부터 테란 이기기가 너무 힘든 것이었습니다. 특히 한때 유행하던 양아치테란.. 물론 나중에는
테란이 드랍쉽 네다섯기 이상 운용하면 땡큐였지만, 적응하지 못하던 그당시만 해도 다수 드랍쉽 운용하는 테란이 정말 너무 싫었습니다.
테란에게 연전 연패한 저는 어느세 안티테란이 되어 있었습니다..
차라리 저그한테 지면 상성상 저그한테는 플토가 비교적 약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특히 1.07때보다 러커조이기땜시 더 이기기 힘들어졌으니까요..), 그나마 상성상 비교적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던
테란에게마저 까이니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게다가 게임방송의 영향 때문이었는지(임요환 이윤열 선수의 영향이라고나 할까요), 거의모든 테란유저들이
원팩 더블이나 원팩 원스타를 구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당시에 옵저버로 상대테란본진을 관찰해보면,
정말 십중팔구 원팩 더블이나 원팩 원스타였죠. 잘하는 테란이 그렇게 플레이하면 정말 힘들긴 합니다.
근데, 방송에서 임요환선수나 이윤열선수가 원팩더블이나 원팩원스타 한다고 다들 따라하니, 원참.. -_-; 뭐라고 해야 할까요,,
1.07 이전때만 해도 테란은 초보 아니면 고수였는데, 정말 1.08 이후로는 아무나 테란을 해대니, 상대하기가 별로 싫어지더군요 테란들..


  그후 잠시 조정현선수의 건담러쉬가 잠시 유행을 타고, 어느날부터인가 테란유저들의 상당수가 투팩 벌쳐를 하더라구요.
역시나 고수의 투팩벌쳐는 정말 무섭습니다만, 중하수들의 투팩벌쳐는 정말,, 말그대로 껌이었죠..
옵저버로 관찰하면서도 ‘헐,,또 투팩 벌쳐네 -_-;’ 하면서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게임아이 서버가 문을 닫고 난 후 저도 한때 나모모채널이나 효채널(나중 일입니다만)을 기웃거렸습니다만,
그런 채널에서의 ‘저그는 역시무서웠습니다’. 1.07이전에 테란들이 초보 아니면 고수였다면, 1.08 이후로는
저그들이 초보 아니면 고수더군요.. 근데 테란들은 정말, 공방테란이나 귓말겜 테란이나 거기서 거기더라구요..
실컷 귓말해서 게임하고 상대가 테란이면 ‘또 테란이네’ 하면서 억지로 게임을 진행하곤 했고, 곧 저는 귓말겜을 접게 됐습니다.


  배틀넷에서의 테란 열풍은 게임방송에서도 그대로였습니다.. 엠비시 게임에서 테란들이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온게임넷에서도 김동수 박정석선수를 제외하곤 한동안 테란들이우승을 휩쓸었죠. 물론 나중에 온게임넷에서
맵빨로(제 사견입니다) 플플전 결승이 두 번이나 나왔지만, 엠겜에서는 강민 선수가 한번 우승한거 빼고는 전부 테란들이 휩쓸더군요.
게다가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테란들의 4강전은 정말 요즘의 테란열풍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같아 플토유저였던 제게
썩 보기좋지는 않았습니다..차라리 저그대 저그였으면 하는 생각이들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개인전 뿐만이 아니라 팀플도 자주 즐기는데요,, 근데 배틀넷 팀플에서 공방이건 광고방이건 테란으로
플레이하면서, 메카닉테란을 하시는분들,, 솔직히 너무 싫습니다. 같은 편이면 같은 편이 일정타이밍동안 너무 힘들어서 싫고,
또 상대방이면 그 상대방 테란의 별쳐와 센터장악이 너무 싫더라구요..이래저래 저에게 테란은 미움받는 종족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란이라는 종족이 플레이 하는 데에 재미있는 종족임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테란으로 플레이하면 무척 재미있더라구요. 지건 이기건간에 말이죠. 근데 문제는, 제가 주종인 플토로 하면서
테란인 상대에게 지면 상당히 화가 나더랍니다..
차라리 저그한테 지면 ‘어 또 졌군’하는데, 테란한테 지면 왜그리 기분이 나쁜지..
이렇게 말하는 저도 사실 테란한테 승률은 무척 좋습니다만, 한번 어택땅 잘못해서 역전 당하면, 정말 열받더라구요 -_-;
제 자취방 컴퓨터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공방테란한테 지고 몇 번이나 걷어차서, 찌그러져 있답니다,, T_T


  에고,, 제가 테란이 싫다고 해서 테란유저분들이 불쾌해하지는 안으셨으면 합니다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역시 테란으로 플레이하는거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소망이있다면,
테란 유저분들 게임 하시면서 상대방이 그 테란유저 본인을 위한 들러리가 아님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팀플에서 우리편이 무어라고 하곤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메카닉 하시는분들,, 정말 밉습니다.
그러다가 이기면 다행이지만, 이기더라도 상대가 초보가 아닌이상 우리편 한명은 밀려있을터,,
물론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작전짜고 어느 한 사람은 테란으로 메카닉 빌드 타는거는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테란에 대한 미움이 커서인지 글 쓰다보니 제법 길어졌군요 -_-;;
결론은, 저그 플토 유저분들 파이팅임다 -_-/  배틀넷에서 저그유저분들좀 많아졌으면 하네요..
플토유저는 지금도 그럭저럭 많고, 테란유저는 넘쳐나는데 저그유저분들 만나기는 왜이리 드문지,,,
그리고 저도 플토유저지만 저그가 게임방송에서 정규리그 우승 한번 하는거 보고싶네요,,
이번 시즌엔 기대해 보겠습니다 ^^;
장문의 잡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