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타 리그를 보다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2경기까지만 보고 밖에 나갔다 왔는데

요...

pgr에 들어와서 경기 결과를 확인하려고 하니 나도현 선수가 실신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확인해 봤는데 이러 이러한 이유로 실신해서 실려나갔다 하는 내용이더군요.

처음에 그 글을 봤을때 "아...이제 스타에서도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가는 경우도 생기는 구

나...'하는 좀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하여튼 그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이 일을 가지고 격렬한 논쟁을 하고 계시더군요...

그 글들을 보면서 저도 여러 생각을 해 보게 되었구요...

그러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든 경우를 다 생각했을때 기권하는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이죠.

나도현 선수가 처음 쓰러지고 난 뒤 온게임넷 관계자가 재경기를 하는게 어떻겠느냐

는 말을 했다는데...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이재균 감독님께 기권을 권했어야 했을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도현 선수의 건강때문이죠.

실려나간 이유가 쇼크 때문이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다음주로 경기를 미뤘다구요...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때 쇼크로 쓰러진 사람이 다시 원상복귀하는데 시간이 얼마

나 걸릴까요?

안걸려봐서 잘 모르겠지만...적어도...아주 빨라도 3~4일은 걸리지 않겠습니까?

설사 그렇게 회복한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평상시대로 10여시간씩 연습을 할 수는 없

을 것이구요...

회복한 다음에는 컴퓨터 보는 것도 좀 어지러울 텐데 평상시처럼 연습한다는 건 무리죠...

그렇게 된다면 1주일동안 나도현 선수는 거의 연습을 못할겁니다.

그렇게 연습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경기를 치뤄야 하겠죠.

이게 나도현 선수한테 과연 좋은 것일까요?

그리고 3~4일 걸려서 회복한다고 했을때 과연 나도현 선수가 천천히 몸관리 하면서 연습

할지도 의문이구요.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승부욕이 강하고 또 팬들께 더 좋은 모습을 보

이기 위해, 혹은 그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흘러보낸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더 많이 연

습하려고 들면...다시 쓰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도현 선수가 설사 연습을 열심히 해서 재경기를 치뤄 이긴다면...박태민 선수

팬들은 어떨까요...겉으로는 표현 안해도 속으로는 기분 나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온게임넷에서 처음 재경기를 제안한 것은...제안이라고 할 수 없는 통지 라고 생각합

니다.

프로게임계...아직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감독끼리도 선수 끼리도 해설자분들 방송국 관계

자 분들도 서로 다 상세히 알고 밥도 같이 먹고 놀러도 다니고 합니다. 그래서 어느 프로

스포츠 종목보다 구성원들의 사이가 더 가까울 것 같구요.

양팀 감독님들도 서로 잘 알고 친하게 지내실 텐데요, 그런 상황에서 재경기를 제안하면

조규남 감독님은 승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거절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조 감독님이 싫다고 한다면 '수 많은 팬들에게 차갑다 냉정하다 피도 눈물도 없다'라

는 말을 들을텐데...어느 감독이 쉽게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조규남 감독님과 박태민

선수가 마음이 넓고 관대해서 재경기하기로 한 것이겠지만 서로 간의 친분 때문에 혹

은 이런 이유 때문에 재경기를 찬성할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아무튼 전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런 상황에서...그렇게 제안하는 건 결국 온겜넷에서 재

경기 하기로 확정지어놓고 감독한테 통보하는것과 다를게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아무 의미 없이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하더라

도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제안이 아닌 통보가 되었을 것인데요, 그럼 제안 이라는

말이 의미가 없어지고 결국 양측의 의견을 반영한 합리적인 결과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

다.

또 양팀 감독과 온겜넷 관계자들이 모여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데, 양팀 감독님은 찬

성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치고...온겜넷은 왜 다 만장일치 인가요? pgr에 많은 분들

이 여러가지 생각이 있는 것 처럼 그 사람들도 여러 생각이 있었을 텐데요... 재경기 반대

하고 기권패가 좀더 낫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미 그들끼리 다 이야기가 끝난 상태로 밖에...생각할 수 없군요...


나도현 선수의 건강의 이유 말고도  '프로'라는 개념이 아직 다른 종목에 비해 부족한 게임

계에서 '프로'라는 의식을 더욱더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도현 선수 쪽이 기권하는게 더 좋

았을 것 같습니다.

어느 스포츠 경기건 한 리그에서...천재 이변이 아닌한 어느 한 쪽이 경기를 할 수 없는 상

황이 되면 그 쪽에서 기권을 하던지 실격패를 당하던지 합니다. 물론 전부 그런지는 알 수

없죠. 먼나라의 전통 스포츠에서는 안 그럴수도 있으니...하지만 대부분의 메이저급 프로

스포츠 리그나 월드컵, 올림픽 같은 그런 대회에서는 다 그렇죠.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과 이탈리아가 붙었는데 브라질 선수들이 결승 당일날 아침에 집

단 식중독에 걸려서 한 선수도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경기를 연기시켜주지 않습

니다.

그대로 이탈리아가 우승하죠... 또 브라질 선수단이 경기장에 가던 도중 큰 빌딩에 화재가

나서 선수들이 단체로 그 곳에 달려가 사람들을 구출해내느라 경기장에 도착 못했다고

하더라도...실격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피파가 왜 연기시켜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아마 왜 식중독에 걸렸느냐고 브라질 선수단이 언론에 엄청...소위 다구리를 당하겠죠. 그

리고 사람들을 구해낸 브라질 선수들은 영웅 대접을 받겠지만...뭐 어쨌든 패배를 당하는

것이구요...

이게 프로 스포츠 입니다.

경기를 못하게 되면 그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패배를 당합니다.

다른 스포츠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경기를 하지 못하면 무조건 패배라는 것은 모든 '프

로' 스포츠의 기본 아닐까요?

그리고 박용욱 선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와서 경기를 한 것이구요...

도현 선수 측에서 기권하지 않았더라도 온겜넷에서 실격패를 주는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

이 드네요.

앞으로 온겜넷에서 명확하고도 프로다운 규칙을 하루빨리 준비하지 않는 한 자꾸 논쟁

거리가 생길 것 같습니다.

나도현 선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스타 팬으로서 저한테는 이번 재경기 결정이

전혀 나쁠게 없습니다. 좋아하는 테란대 저그전 한경기 더 볼 수 있는데 뭐가 불만이겠

습니까?

하지만 나도현 선수 당사자에게는 결코 좋지 않을 것 입니다. 그리고 프로 게임계에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좋지는 않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구요.

이렇게 생각해볼때 재균 감독님께서 기권하시는게 작게는 나도현 선수를 위해서 크게는

프로 게임계를 위해서라도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또 온겜넷에서 기권을 권유하거나 실격

시키는게 나았을 것 같구요.

나도현 선수...재경기 때문에 편안하게 쉴수나 있겠습니까....

도현선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p.s

아래에서 자기 의견이 진리인것 처럼 하는 사람들이 pgr에 너무 많아서 화가난다고 하시

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인간이 완벽할 수 없는 노릇인데

자기 주장만 한다는게 얼마나 어이 없는 일인지 많이 깨달았거든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그런 일들이 발생했었고 그런 것을 경험해 본 저로써는 그게 얼마나 짜증나고 화나는 일

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제 생각이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저의, 완벽하지 않은 한 사람의 생각일 뿐입니다. 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 충분히

계실것이고 저도 그걸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단순히 감정적으로 아니면 말 꼬투리 잡

는식의 반응은.............말 다했죠.

이 글은...단지...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p.s가 너무 길군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