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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6/01 00:48:31
Name 공룡
Subject 평화로운(?) 게시판
어느 사이에 게시판들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느 게시판을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다른 사건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렇게 평화 아닌 평화를 찾고 있습니다.
물론 자중하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고 반성하신 분들도 많겠죠.
하지만 정말 자중하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사이트마다 운영자가 적어놓은 공지를 정작 꼭 봐야 하는 사람들은 건너뛰는 것 처럼요.

손가락으로 적어내린 글들로 인해 한 사람의 생명이 떠나간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동안 많은 반성의 글이 올라왔고, 새로운 결심을 말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곳 피지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가는 대부분의 게시판에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이야기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다른 사건들처럼 빠르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몸을 움츠렸던 비방글들이 여러 게시판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달라진 것은 어떤 것도 없이 말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신체적 결점을 별명으로 말하고,
언어적 성폭력을 하는가 하면, 허위사실을 그럴듯하게 포장도 합니다.
싸움도 여전합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전혀 없지요.
하긴, 그 당시에도 그런 사람들은 반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성하는 글에 댓글을 달며, 그래 니들 정신 좀 차려야 해! 라고 훈계를 했지요.
정작 반성을 해야 할 사람들은 자신들인데도 말입니다.
마치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는 것처럼, 자신의 글은 비방이 아닌 비판인 것처럼...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인가요?
아무렇지도 않게 쓴 글 하나하나가 모여 제 2의 김성준씨를 만들지도 모릅니다.
많은 게시판들이 그런 가능성을 다시 길러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실 김성준씨와 같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의 비슷한 왕따 사건으로 목숨을 버린 청소년들도 많았고,
온라인 메신저나 게시판을 통해 자살을 한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단지 잊혀졌을 뿐이지요.
아마 김성준씨도 곧 잊혀지겠지요.
어쩌면 벌써 김성준이 누구냐고 반문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익명성을 통한 자신의 주장을 펼침에 있어서 욕을 하거나 비방을 하는 것은
결코 떳떳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욕이나 반말이 문화가 된 게시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마저도 지켜야 할 선들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 그리고 우리 프로게이머들도 다 인간입니다.
그분들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게시판에 들렀을 때 어떤 기분을 안고 가실지요.

욕쟁이 할머니네 식당이 붐비는 것은 욕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멀쩡한 식당에서 식당 주인이 욕을 한다면 큰일이 나지요.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도 할 욕과 하지 않을 욕을 분별하십니다.
들어서 즐거운 욕이 있고, 화가 나는 욕이 있죠.

단지 자유게시판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배설구 처럼 생각하는 이들은
시원하게 한 번 지껄이고 나서 잊어버립니다.
자신의 글의 조회수와 댓글이 얼마나 나왔나 확인하는 정도겠지요.
군중심리...
한 사람이 당하면 옹호보다는 같이 공격을 하는 잔인함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글들이 썩고 독이 되어 또 누군가를 죽이고 있을지 모릅니다.

상처를 받고 드러누워 수치심에 떨며 그 글을 쓴 사람을 원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시 누군가 죽어야만 잠깐이라도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경험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
정말 알려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밟았던 전철을 그대로 밟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피지알에서는 그런 분들이 별로 없다고 믿습니다.
자신을 가장 정(正)이라는 전제를 놓고 글을 쓴다면 이미 그 글은 공정함을 잃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전제를 하고 글을 쓰죠.
물론 저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겠지요.
그래서 결국 싸움이 일어나나 봅니다. 그런 악순환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일까요?

다른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그 평화로움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몇 자 적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만큼 그대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좀 더 배려와 예의의 글이 넘치는 사이트와 게시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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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ranthJH
04/06/01 00:54
수정 아이콘
공감도 가고 좋은 글이네요.
저도 나이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확실히 모뎀으로 하이퍼터미널(?)을 이용해서 천리안 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너무나 익명성을 악용한 글들이 많아 진 것 같습니다.
서로 조금만 예의를 지킨다면 훨씬 더 좋을 텐데요...
김군이라네
04/06/01 00:56
수정 아이콘
그런데.. 죽으신분께는 죄송하지만 그런일로 죽으실건 아닌데.. -_-a;;;
뭐.. 죽는건 당연히 안되고.. 죽을일, 죽으면 안되는일이
구분되어있진않지만.. 흐음.. 솔직히 그 기사읽고나서의 첫생각이
"이런일에 죽어?"였으니;;;;
참고로 제취향의 계시판은 평화로운 계시판이랑 거리가 멉니다. ^^;;
논쟁글이 생기고 또 그 논쟁글에 참여하는게 좋아서요..
제가 토론을 좋아하기때문에 그런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평화로운게시판은.. 음.. 말그대로 평안하네요. ^^
언제까지일진 모르겠지만 잠시.. 즐겨두도록 해야겠습니다 ^-^
BoxeR'fan'
04/06/01 01:19
수정 아이콘
무슨 일 생겼나요? 궁금하네요..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지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발업질럿의인
04/06/01 01:42
수정 아이콘
제가 이 일을 정확히 몰라서 그러는데 그 온라인에서의 비방이 오프라인의 사회적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건가요? 아님 그냥 온라인에서의 비방을 보고 혼자 생각하고 생각해도 억울해서(?) 돌아가신건가요?
만약 전자라면 당연히 욕한 사람들이 잘못이지만, 후자라면 자살하신 분에게도 문제가 많은 것이라고 봅니다...
( 저도 김군이라님과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튀어나온 말은 "허..참.. 죽을 일이 그렇게 없었나?" 였습니다..-_-; )

물론 익명성을 이용한 악플과 욕설, 비방들은 배척! 삭제! 추방!해야 하는 건 당연히 동의합니다.. 죽인 사람들에게 엄청난 잘못이 있다는 건 당연하거겠지만요.....
죽으신 분도 너무나 나약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Timeless
04/06/01 01:43
수정 아이콘
김군이라네님//"그런 일"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 분의 정신 상태 변화가 너무도 심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그 분의 글에서 조증, 울증이 반복되고, 편집증 증세도 나타났습니다. 신문 기사에서는 이러이러해서 이러했다 정도 밖에 안나와서 보시는 분들 누구나 "안됐지만 그정도로 죽나?"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각 개인에게 있어 견딜수 있는 한계치가 다르다는 것과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일반인의 잣대를 가져다 댈 수 없다는 점을 안다면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됩니다.

그 분을 비판 혹은 비난 하신 분들은 한두마디씩 밖에 안했지만 그 분의 글에는 그 분을 옹하하는, 격려해주는, 다독거려주는 리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 개인이 수십 수백명의 불특정 다수에게 욕을 듣는다면 또한 그에 대해 반박하고 싶은데 반박을 하면 더욱 더 쏟아지는 그 비난을 한 개인이 감당하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고인은 너무 힘들어 정신 질환(편집증) 증상을 호소했으나 사람들은 그마저도 비웃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고인이 과감하게 컴퓨터를 꺼버리시지 못한 것입니다. 악플이나 비방 비난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고, 고인 외의 수많은 사람들이 악플에 상처입고, 슬퍼했습니다. 주위에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 분을 컴퓨터 앞에서 일으켜 주셨으면 그 분을 수많은 비난으로부터 구해 줄 수 있었을 텐데..

고인의 성함은 김성준님입니다. 다시 한 번 그 분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04/06/01 01:45
수정 아이콘
본인이 아니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댓글을 다는 저 역시도 이해는 불가합니다만...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건지...-_-;;; 암튼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의법칙
04/06/01 01:48
수정 아이콘
보통은.. 자살한 사람들을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가겠다'라고 매도를 하곤 하죠.
저도 이제 서른입니다만, 두어번은 생각해 본적도 있습니다.
저야 주변 사람들이 너무 걸려서 포기하긴 했었지만요.
자살할 용기로 살아간다고 해도 자살까지 가게 만든 여건이나 환경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부딪히고 이겨나가야 하죠.
그러나 자살하게 되면 다 끝이니까요. 그게 편하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은 그저 좀 예민한 분이었을 겁니다.
누구나 남들에겐 사소한 문제지만 자신에겐 중요한 문제가 있죠.
뭐 독고탁이 머리 때리면 싫어한다거나 에드워드가 키 작다고 하면 싫어한다거나 하는 거 말이죠.
온라인상에서 그 사람의 예민함을 알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을 다시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꾹참고한방
04/06/01 02:44
수정 아이콘
언제나처럼, 좋은 글 감사합니다..
04/06/01 03:14
수정 아이콘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독이 되는 말은 쓰지 않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분들 역시 그랬으면 좋겠네요..
글 읽고 다시한번 많은 것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초콜렛
04/06/01 03:52
수정 아이콘
공룡님의 댓글은 참 인상깊었습니다. 주간 pgr리뷰에서 다시 읽었었죠. 그 돌아가신 분이 어땠는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온라인은 따뜻하다.라는 총알이 모자라님의 글이 무색해지는, 정말이지 못되먹은 온라인 세상의 단면이었죠.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과 나쁜 사람, 무례한 사람과 예의바른 사람들이 공존하죠. 그게 당연한 거지만 정말이지 배려가 없는 못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게시판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pgr의 경우는 대형 게시판인데다가 모든 게이머의 팬들이 죄다 모이는 곳이라서 정말로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쉽지 않지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 곳에서 많이 배우는군요.^^
Ms.초밥왕
04/06/01 10:12
수정 아이콘
자신의 잣대를 최우선인양 생각하고 남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상대방을 상처입히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인신공격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
정말 무섭고 위험한 행동이지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면서 '그 사람들도 똑같이 당해야돼' 라고 말하곤 하지만, '나 또한 그런 글을 쓰지는 않았는가..' 하는 반성도 해봅니다.

이 글이 부디 그 분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글부터 반성해보는.. 그런 분들이 넘쳐 나기를 바랍니다.^^ 공룡님 같은 분들이 많이 계시는 pgr은 그래서, 따뜻함이 느껴지나 봅니다.
Return Of The N.ex.T
04/06/01 14:16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 합니다..^^
테란도리~
04/06/01 19:57
수정 아이콘
항상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단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려보는 아량을 지니는 게 가장 좋군요.^^
저도 항상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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