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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4 03:21:01
Name Bar Sur
Subject [편지] PgR21의 누군가에게(4)
  알고 계십니까? 어제는 Beatles Day였습니다.

  이 날의 유래는 닉슨 대통령이 공연 중인 존 레논에게 홀딱 반해서 특별 법률까지 통과시켜 국가적으로 지정하면서 라는 건 순 뻥이고..... 사실은 아무 날도 아닙니다. 닉슨 대통령이 아무리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존 레논의 엉덩이를 노릴리는 없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흠흠,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썰렁하니까 헛소리 좀 해봤습니다.


  하지만 Beatles Day라는 건 일단 나 혼자에게 해당하는 소리이기는 해도 일단은 사실입니다. 잠깐 이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도록 하죠. 월요일의 식목일까지해서 어제부터 3일간 연휴입니다. 3일 연속이나 되는 연휴가 닥치면 나처럼 무계획한 사람은 미리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놓은 것도 아니고, 선천적인 게으름증에 의해 금새 혼자 놀기의 소재도 고갈되어 버리고 맙니다. 뭐, 평소대로 소설책이나 읽고 영화 좀 보거나 하면 그것으로 족하겠지만, 아무래도 '황금 연휴' 중에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모습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자신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슬퍼져 버리는 겁니다. 알고 계십니까? 이 애수를? 아니, 여기서 동정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으니, 관두도록 하죠.

  어쨌거나 그래서, 이번 연휴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로 한 겁니다.

  그 첫번째 날인 어제는 바로 그 동안 미뤄왔던 '비틀즈 감상'의 날로 정한 것이고, 또 실행했습니다. 전에 PGR에 쓴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돈이 생길 때마다 비틀즈와 퀸의 음반을 구입해왔습니다. 그것이 이어져오다보니 비틀즈 11장의 CD가 모였습니다.(마찬가지로 전에도 적었지만 비틀즈나 퀸의 수입 앨범은 비싸므로 싼 것을 위주로 골라 구입) 그리고 어제는 그 앨범들을 하루 종일 듣기로 결심한 겁니다. 그리고 제 멋대로 'Beatles Day'라고 정한 것이죠.


  하루 종일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니, 무라카미 류 씨도 말했지만, 비틀즈 이후로 대중 음악은 그리 발전한 것도 없이 점점 더 시시껄렁해 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덧붙여 그 역시 70년대 어른들이 비틀즈를 바보 취급했듯이 그것이 다시 자신이 어른이 되면서 반복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면서도, 꽤 회의적이듯이.)

  사실 류 자신은 70년대 절정기의 락과 재즈를 섭렵했으면서도, 쿠바 음악에 심취한 사람이니 만큼, 그가 자부하듯 '더 나은 것을 지속적으로 접하지 못한 사람은 더 나은 것을 구별할 수 없다.'라는 입장에 철저할 수 도 있겠지요.(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국악인들이나 개비들의 음악이라면 그가 흠취한 쿠바 음악과 비슷한 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고인이 되신 흑우 김대환 선생의 신기에 가까운 연주와 류가 말한 쿠바 연주자들의 환상적인 연주가 교차되어 생각되기도 했구요.)


  아무튼 어제는 누가 뭐라 해도 비틀즈였습니다. 계속 듣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듣고, 숙제를 하면서도 듣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면서도........(자체 삭제)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With The Beatles에 포함되어 있는 "Please Mister Postman". 왜 이렇게 이 곡이 내 마음을 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냥 좋았습니다. 수많은 곡들과 저 유명한 곡들 사이에서 유난히 그것만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 했습니다. 때때로 그런 것이 있는 겁니다. 문득 길가를 지나다 한 후줄근한 복장의 아저씨와 눈을 마주쳤을 때나, 동물원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오직 커다란 코끼리의 두 눈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이 편지를 읽을 누군가를 상상하던 도중....... 갑자기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기거나 눈물을 흘리고 마는, 그런 경우가 있는 겁니다.


  이번 경우에는 그 동안의 인생동안 우편배달부 씨를 두근거리며 기다릴만한 편지를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걸까요?(특히 여성에게서) 아니면 최근의 E-mail 감성에 익숙해져서 인지, 아니면 지금 쓰고 있는 글이 편지 형식이기 때문인지, 아무튼 필이 팍 꽃혔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자기 스스로 '기념일'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까?

  그 동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줄곧 미뤄왔던 일들이 있습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건 어떻습니까? 남들은 모르지만, 혼자서 은밀하게 감춰온 수집 취미 같은 것들. 프라모델 같은 것도 좋고, 평소에는 입을리 없지만 혹해서 사버린 화려한 옷들. 그런 것들은 기회가 없으면 평생 벽장 한쪽에 감춰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념일' 날, '파티'를 여는 겁니다. 친구들을 불러모아 그 옷들을 서로 간에 입어보기도 남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전시회처럼 하루 동안 집을 정리해서 이곳 저곳에 그것을 차려놓고 남들에게, 혹은 나 자신만을 위해서 보여주는 겁니다. 분명 즐거운 날이 될 것 같습니다만.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답장을 기다리지는 않습니다만, 비틀즈의 "Please Mister Postman"의 여운 때문인지, 우편배달부 씨를 보면 문득 흉포해져서 편지를 빼앗으러 달려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의 우편배달부 씨, 부디 수염 기른, 그리고 등 언저리에 묘한 애수가 서린 20대 청년이 다가오면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편지에서 뵙죠.




"Please Mister Postman" -Beatles

Wait oh yes wait a minute mister postman,
Wait hey hey hey mister postman.
Mister postman look and see, oh yeh you got a letter in your bag for me
I been waiting such a long time, since I heard from that girl of mine
There must be some word today, from my girl friend so far away
Please mister postman look and see, if there's a letter, a letter for me
I been standing here waiting mister postman, so patiently
For just a card or just a letter, saying she's returning home to me
Mister postman look and see, oh yeh you got a letter in your bag for me
I been waiting such a long time, since I heard from that girl of mine
So many days you passed me by, see the tear standing in my eye
You didn't stop to make me feel better, by leaving me a card or a letter
Mister postman look and see, you got a letter in your bag for me
I been waiting such a long time, since I heard from that girl of mine
You gotta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You gotta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Check it and see, one more time for me.
You gotta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You gotta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Deliver the letter, the sooner the better
You gotta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You gotta wait a minute, wait a minute oh y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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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J
04/04/04 03:25
수정 아이콘
기념일까지는 아니지만 선물은 해본적이 있습니다.
이벤트가 너무너무 고파서요..^^;
사실 핑계낌에 선물을 주는게 더 좋습니다.

이번 연휴의 첫날은 보고싶던 언니님께서, 먹고싶던 닭!을 사주는 걸로 만족-했습니다.
(그 닭한마리를 먹고자 언니를 약 3주간 볶았습니다. 언니말고는 나랑 닭먹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정도면 나름의 의미있는 행사지요.으하하하
04/04/04 03:26
수정 아이콘
예전에... 요르단 방송에서 해주던 비틀즈 특별방송을 단파 라디오로 들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외국에서.. 한국은 단파 라디오 아직 불법이죠?) 음... A~Z까지 노래와 맨버들의 독집 엘범 노래까지
모든 노래를.... 무지 모래걸렸는데....
총알이 모자라.
04/04/04 13:52
수정 아이콘
비틀즈하면 조지 헤리슨의 왼손 기타가 떠오릅니다. 저도 그렇게 해보려다 이도저도 아니게 됐지만...(왼손잡이임)
그리고 떠오르는건 전혀 상관없는 비틀쥬스가...(먹는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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