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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1 16:25:02
Name fd테란
Subject 꽹과리 이야기
초등학교때 담임선생님이 사물놀이를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과목은 음악이셨는데 국악을 전공하셨음이 거의 틀림없다.
일년내내 아이들과 민요를 부르고 사물놀이를 치셨다.

일년에 학비가 대학교 등록금과 맞먹는다는 어떤 초등학교는
1인 1악기를 다룰 수 있게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지원해준다고 하는데(플룻,피아노,바이올린 등등)
우리학교...정확히는 능x초등학교 5학년3반 아이들은 반[?]강제적으로 사물놀이중 하나를 배워야만 했다.


생각해보니깐 모든 아이들에게 악기가 돌아갈만큼 풍족하진 않았고
또 정말 음악에 잼병이거나 취미가 없는 아이들도 있었기 때문에 반 아이들 반 정도가 배웠던거 같다.
반 이라고 하면 거의 서른명 가까이쯤 되던가.

주로 토요일과 방과후 시간에 자율적으로 남아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열심히 사물놀이를 즐겼다.



나는 장구와 북을 번갈아가면서 쳤는데 어느 방과후 오후시간 열심히 장구를 치다가 장구를 찢어먹고 북에 매진하게 되었다.
장구는 학교 비품도 있었고 선생님  것도 많아서 어떻게 해야하나 되게 맘졸이면서 혼날까봐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선생님은 전혀 나무라시지 않고 괜찮다며 나를 다독여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거 분명히 학교 장구가 아니라 선생님 장구였는데...
암튼 장구사건은 초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에 대한 아주 고마운 추억으로 자리잡아 있다.





사물놀이의 꽃중의 꽃은 꽹과리다.

꽹과리는 쇠, 매구, 깽매기, 깽쇠, 광쇠, 소금, 동고, 쟁 따위로 불리며 흔히 꽹과ㅣ리를 치는 사람을 쇠치는 사람(쇠치배)이라고 부르는데 사물놀이패 가운데 맨 앞에서 쇠를 치는 사람을 상쇠 라고 하고 상쇠는 풍물굿패에서 매우중요한 위치다.


꽹과리는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과 같이 사물놀이 패의 가락을 바꾸고 강약의 세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장구와 함께 사물놀이 패의 율동악기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자극적으고 충격적인 가락으로 풍물놀이에서 흥을 돋구고 사람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꽹과리를 칠때는 한손에 쇠채를 잡고 쇠를 쳐서 소리를 내고 한손은 쇠를 잡고 중지, 약지, 무명지를 쇠에 대었다 떼면서리 쇠소리의 깊고 얕음과 음색을 조절한다.

음색에 따라 수꽹과리, 암꽹과리로 나뉘는데, 수꽹과리는 소리가 야물고 높으며, 암꽹과리는 소리가 부드럽고 얕고 수쇠와 암쇠가 서로 사랑하며(받아치며)하는 놀이(짝쇠)는 서로 이야기 하듯 소리가 잘 어울린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나 더 덧붙이자면 초등학교 시절 최고퀸카라고 이름이 높았던 녀석이 가을 운동회때 사물놀이패에서 꽹가과를 쳤던 기억이 난다.

같은반이였긴 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농구로 초등학교 시절을 마쳤던 내게(라기보단 여자애들과 어울려 놀만한 말주변이 없던 내게)말을 섞어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녀석은 중학교에 올라와서 무려 2년동안 같은반에 짝궁도 수차레 되고 말았다.

일단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점과 몇번의 깐죽거림과 끝에 그녀석과 어찌어찌 말을 트고 장난을 칠 정도는 되었는데
한참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던 주위 남자친구들은 그녀석을 짝사랑하노라 식의 고민상담을 받게 되었다.


내가 맨날 그녀석한테 깝죽대다가 심심찮게 쳐맞는 모습을 보고 그녀석들은 우리가 좀 친하다는[?]오해를 했나보다.
아무튼 늬들 덕분에 나는 언감생심 맘도 품어보지 못했다 짜슥들아-_-;;;




사물놀이 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해설이 맛깔스럽게 들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반드시 꽹과리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해설자와 캐스터가 상황에 맞게 틀에 맞게 꽹과리를 바꿔드는 스킬이 중요하다.

캐스터가 꽹가리를 쳐야할 타이밍이 있고 해설이 꽹가리를 쳐야할 타이밍이 있는데
그것이 조화롭지 느껴지면 기분좋은 삼중창이 되는것이고 그게 안맞으면 불볍화음 처럼 들린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꽹가리 해설&캐스터는 전용준/김동준/김태형이다.


일단 전용준이 캐스터로서 가지는 꽹과리의 능력은 가히 최고라 불릴만 하다.
사람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며 경기에 흥을 돋구는 능력은 정말 일급 꽹가리로서 역할을 톡톡히 다한다.
특히 그의 꽹과리는 결승이나 빅매치에 올라갔을때 더욱 위력을 발한다.
그냥 말이 필요 없다. 전용준 해설은 이스포츠에서 최고의 꽹가리다.



경기에 대한 몰입감이 높아질수록 열정과 혼을 불태워는 김동준의 해설 능력또한 좋은 꽹과리의 역할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우주최강의 스덕의 명성에 걸맞게 김동준은 시청자의 마음을 알고 그 안에서 모든 감정을 폭발시켜 버린다.
시청자의 가슴이 울릴때까지 뻥뻥 내지른다. 가끔 삐져서 안울기도 하는데 그것마저 암꽹가리마냥 애정스럽다.




김태형 해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말들이 많지만 이 꽹과리같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아직까지도 온게임넷에 메인해설로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 특정선수나 특정유닛 특정유닛에 감정을 이입해서 시청자의 시선을 한군데로 주목시킨뒤  감정을 최고조로 이끌어서 감정을 전달시키는 방법은 김태형 해설의 유니크한 스킬이라고 불려도 무방할듯 싶다.


어차피 4강 결승급쯤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이겼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기냐에 더욱 집중해서 쳐다보기 떄문에
해설이 조금 정확하지 않더라도 승리의 감동과 패배의 아픔을 강하게 증폭시켜줄떄가 더욱 좋을때가 있다.
이런점에서 김캐리 해설은 이런 점에서 아주 좋은 꽹가리고 불릴만 하다.




전용준 해설과는 조금 다른 색깔이지만 김철민 캐스터에게도 좋은 꽹가리의 소리를 낸다고 느낀다.
캐스터의 꽹과리 자질을 평가했을때 개인적인 호불호 차이는 있을 지언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김철민 캐스터는 좋은 꽹과리다.

문제는 김동준과 강민이 빠져나간뒤 처음으로 치루는 MSL 결승에서 이승원 해설과 유병준 해설들 중
누가 이 꽹가리의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조금 아리송 하다.

제 아무리 이승원 해설이 다년간  MSL에서 무수한 경험을 쌓고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했고 때떄로 수꽹가리 같이 짙은 호소력있는 해설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캐스터와 다른 해설 시청자와의 호흡을 중시하고 경기를 편안하게 볼 수 있겠금 조율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그리하여 경기를 돋보이고 다른 해설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고 친절한 해설을 전달하는 것이 이승원 해설의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해 왔다.

꽹가리가 락의 변화나 강약의 세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가지고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뻥 하고 터트려야 제대로 흥을 돋굴 수 있다.

과연 이승원 해설이 MSL 결승전을 처음 치루는 유병준 해설을 옆에놓고 흥을 얼마만큼 살릴 수 있는지 살짝 불안한 마음이 있다.
MSL 4강 해설을 들어봤는데 크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또 특별하다고 느낄 만한 것은 없었다.


일단 해설자는 정확한 해설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편안한 경기감상을 돕는 역할이 크다.

그러나 결승전 쯤 되면 좀 다르다.
누군가 한명은 꽹과리를 신나게 두들겨 대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끓어오르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리그가 쌓아왔던 스토리와 재미와 감동을 결승에 압축시켜서 뻥 하고 터트려야 한다.


이번 MSL 결승에서 많은 불안요소가 있는데 해설 역시 그중에 하나라고 꼽고 싶다.


이번 MSL 결승에서 꽹가리를 쳐줄 사람은 누굴까?






보너스 (포모스 강상님글)


흥행의 3요소



입장료 없는 리그의 부가가치는 광고 수익이고
광고 수익은 시청률에 좌우되는 것이 분명하다

시청률에 의해 스폰서의 유입과 나아가 리그의 존속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저전은 핍박받아 온 것이며 3연벙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케이블 방송 편성의 특성상 집계방법이 순간시청률이 아닌 일일시청률에 가까우며
메인 프로그램의 러닝타임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중심리그 결승이 7전제인 이유)

그렇다면

결승전의 관객은 시청률의 흥행과 무관한 것인가?

관객과 흥행의 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결정하는 것부터 살펴야 한다

...

시청률은 리그의 가치에 의해서 결정된다
슷하에서 리그의 가치는 재미와 동치이며

이 재미는

대진과 프로게이머의 경기력 등 내적 요소와
리그의 권위와 해설 및 진행 등 외적 요소가
결합한 것이라는 간단한 이치를 따르게 된다

재미를 말할 때 외적 요소란 간과하기 어려운 중요한 부분이며
외적 요소는 '분위기'라는 보다 친근한 단어로 치환할 수 있다

이 '분위기' 때문에 이제껏 MC용준이 야외무대의 절대자로서 군림하고 있는 것이고
중심리그가 광안리 10만 신화(라고 쓰고 구라라고 읽는다)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연극의 3요소 에는 희곡, 배우와 함께 관객이 포함된다
관객은 희곡, 배우와 함께 연극을 완성시키는 존재이며
이는 리그의 또 결승전의 관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리그의 또 결승전의 완성도가
현재의 또 미래의 시청률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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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
10/01/21 16:33
수정 아이콘
위너스리그 결승을 현장에서 본 사람인데, 개인적으로 유병준-박상현-이승원 조합이 음색과 스타일 모두에서 현존 엠겜 최강의 조합이라 생각됩니다. 박상현 캐스터는 목소리가 높기때문에 유병준 이승원 조합이 낫고, 김철민 캐스터는 김동준해설처럼 목소리가 높은 해설이 필요한것 같아요. 그래서 한승엽해설을 기대했는데 군대...
Winter_Spring
10/01/22 05:07
수정 아이콘
아, 이런 좋은 퀄리티의 글이 조회수가 이렇게 적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10/01/22 09:20
수정 아이콘
김동준 해설이 그립지만, 유병준 해설도 자연스럽게 msl해설진에 녹아들었다고 느껴집니다.
이승원 해설이야 원래 최고이고, 그외 엠겜 해설진들도 다들 호감입니다. 스무도의 힘이 큰것 같아요.
10/01/22 21:25
수정 아이콘
역시 제목의 중요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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