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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07 15:39:08
Name Zard
Subject [잡담]나는 광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전에 내가 우연히 알게된 어떤 분의 자택에

아주 멋진 정원이 있다는걸 알게된건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넓지도 않고 그다지 좁지도 않은 곳이었지만

늘 그 곳에는....


음~ 뭐라고 해야될까 ?




정원 한쪽에 마련된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저택주인이 마련해준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이 정원을 관리하는 한 여자분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눈을 감고 들을 수도 있고

또 항상 내가 올때마다 보게되는 한 남자분이 그리는 한 폭의 그림을 눈을 크게 뜨고

옆에서 조용하게 지켜볼 수도 있었다.



머 마음 한편으로는 그 곳에 있는 분들과 시원한 맥주를 한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술은 그곳에서 마실 수 없기에 조용하게 정원에 앉아있으면서 그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이


난 참 좋았다.




이렇게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지내던 중....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정원 한가운데에 있던 큰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로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자 우연히 모이게 되었다.

말을 걸어본적도 없고 단지 얼굴만 아는 사이었기에 조용하게 있고 싶었지만



문득 내 얘기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라 그런데 재미없을거 같아서 조심조심 조용하게 말을 이어가던 나의 말들을

그 분들은 조용하게 미소를 지으며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 날의 이야기를 마친 후 다음날 그 저택의 정원에 들어섰을때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래서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된 후

위에서 말한 바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여자분과

잔디밭에 서서 그림을 그리는 남자분처럼

나도 나무그늘 아래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머라고 해야될까 ?

나도 이 정원의 일부분이 된 느낌이라고 하면 되려나 ?


....

매일같이 그 저택의 정원을 찾아가던 나였지만

개인적으로 머리가 아픈 일이 생겨 한동안 그 정원에 가지 못했다.



계절이 몇차례 바뀌는 동안 몇 번 찾아가지 못했던 곳이지만

얼마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 정원에 찾아가보았다.




참 많은것이 바뀌었더라


진한 초록색의 담쟁이 덩굴로 뒤덮여 있던 아름다운 벽은 어디론가 간데가 없고


벽은 허물어지고 전과는 다르게 넓어진 그 정원에서 아니 광장에서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 그림 그리는 분도 꽤 많았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런데 노래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_-;

앰프까지 들고와서 노래하는 밴드를 보는 순간 머리 한 쪽이 멍~해졌다.




아는 분들이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던중

한쪽 구석에 조용하게 전과 다름없이 앉아 계시던 분을 발견했다.



나 : 여기 많이 변했네요

그 분 : 좀 그런가요 ^^;

나 : 네 ^^;

그 분 : 어쩌겠어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걸 ^^;;

나 : 음....




조용하게 그 곳에서 앉아있던 난

그 곳의 왠지 어색한 분위기에 밖으로 나와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내 생각



"이제 앞으로는 못가겠구나 ..."



그 시간에서 내가 좋아했던~

그 공간에서 내가 느꼈던~

그 사람들에게서 내가 공감했던~

그런 정원을 찾아서 나도 떠나야 할까 ?




눈부신 햇살 내리쬐는 날에 From 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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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inme
04/05/07 17:36
수정 아이콘
그냥 함께 어울려 얘기하시면 되잖아요.. ^^
아무도 노래하지 않고, 그림 그리지 않는 곳보다는, 조금은 떠들썩한 것도 낫지 않을까요? 히히~

이명준님,
좀 제발, 그런 댓글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예의와 염치를 지킵시다.
04/05/07 17:37
수정 아이콘
Zard 님에게 힘을!
영선님에게 축하를! (축하 받을 일로 배가 부르신 거겠죠? 식사라든가
뭐 기타의 이유는 아니고? --)
My name is J
04/05/07 17:37
수정 아이콘
광장보다는 공원-이 되었으면합니다.
그렇지만 광장으로 만들고 있는 사람인것 같아서 참 미안하죠..
혹시 내가 필요한 20때문에...다른 사람들의 80을 빼앗은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요즘입니다.
조금더 고민하면 20을 돌려드릴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youreinme
04/05/07 17:39
수정 아이콘
아 글구. 박영선님
누나가 임신중이라 웬지모를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음음... 몸조리 잘하세요. 으흐흐 다음달에 조카가 생깁니다. 저는..
항즐이
04/05/07 17:49
수정 아이콘
크으.. 로그인 안할 수 없군요. ^^

자드님의 이야기를 다시 마음껏 들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썩 바라는 만큼 되지는 않겠지만, 운영진들이 생각한 큰 변화의 물결이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랍니다. ^^

그리고.. 영선님 너무 반갑네요 ! ㅠ.ㅠ
건강 잘 챙기셔서 +0+ ... 잘... 아..암튼 화이팅!!

이명준님// 고정하세요.. -_-
04/05/07 18:51
수정 아이콘
앞마당이 광장화가 되어감에 따라 뒷마당(유게)로 피난가 있는 느낌입니다.
언제부턴가 글을 골라서 읽게 되구... 코멘트 많은 글은 본문만 읽구 피해가구... 자유게시판은 다른 게시판의 새로운 글을 모두 읽구서 나중에 오구...
에휴~ 좀 그렇네요...
04/05/08 00:32
수정 아이콘
이와 비슷한 생각을 저도 얼마 전에 했었더랬죠.^^;; 비슷한 포맷의 글을 머릿속으로만 써내려 갔었는데... 역시나 통하는 사람은 뭔가...^^
허브메드
04/05/08 09:51
수정 아이콘
자드님//
오랫만입니다.
박영선
04/05/08 13:14
수정 아이콘
어버이날입니다.
피지알 모든 식구(^^:)들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깜찍한 질럿
04/05/09 20:10
수정 아이콘
저도 미니님과 비슷한 순서로 글을 읽네요.
게임리포트 보고, 기사게시판 보고
시간이 많을 땐 유게 보고, 그다음이 자게..
그래서 거의 공휴일, 일요일에나 자게에 들어옵니다.
그나마 읽을 기운을 내보는 건 새로운 변화가 조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고생하시는 분들 항상 고맙습니다.
Marine의 아들
04/05/07 15:42
수정 아이콘
변한 pgr의 한 몫을 담당한것 같아서,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pgr을 저는 만족하고 있답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5/07 15:52
수정 아이콘
그냥, 자신이 쉴 수 있는자리에서 쉬세요.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서도 고도의 사색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면 많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사랑을 지켜야한다고 믿기에 나름대로 사랑을 위해 애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하기엔 좀 부끄럽지만요^^
무당스톰~*
04/05/07 16:06
수정 아이콘
어린이가 커서 청년이 되었습니다..
할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세상살이에 지친 청년은
문득생각합니다..
자기 어릴적 살던곳은 정말 아름다웠고 그곳에 소박했지만
천진난만한 친구들..
청년은 그곳으로 돌아가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은 너무힘들고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먹고살일도 걱정이었고, 부양할 가족도 생겼습니다..
명예와 책임도 생겼습니다..
정말로 어릴적 아름다운곳으로 이 세상에 멍에를 모두버리고
돌아가고 싶지만..
하지만..
청년은 돌아갈수 없음을 깨닿게 됩니다..
책임과 명예, 부양할 가족들 ...지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을 불행하게 하는것이 자기 개인의 행복보다 크기때문입니다..
이명준
04/05/07 16:11
수정 아이콘
달라진건 없는거 같은데요?
04/05/07 16:17
수정 아이콘
그 때도 지금도 계속 한쪽 구석에 앉아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좋은 얘기 계속해서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
뜻이있는곳에
04/05/07 16:25
수정 아이콘
이명준님의 댓글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단 한마디로 글쓴분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리시는거 같은데요.
Zard님의 글을 읽으니 쨘한 감성에 젖게되네요.^^
낭만드랍쉽
04/05/07 16:35
수정 아이콘
Zard 님 느낌에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넓은 광장이 되면서, 좋은글을 흞어주시던 많은 분들이 떠나 가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ㅜ ㅜ
박영선
04/05/07 16:41
수정 아이콘
하함...Zard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여지껏 구석에 쳐박혀(이쁜말 좀 쓰지...-_-;;) 있는 아줌마도 있습니다.

폭풍...우승하는 그날까지...^^~*
04/05/07 17:04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옛날의 정원이 그리울때가 있습니다.
'변한건 없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정원을 바라봐도
이곳은 광장이 되어 버렸군요.
저도 광장화의 일원이라고 볼 수 있을만큼 성급한 사람이었지만,
그 때가 그립습니다. 글 하나에 정성이 있던 그 시절이..
04/05/07 17:10
수정 아이콘
아무리 울고불고 내가 발버둥쳐도 떠나가 잃지 않으려 바랬던 것들 나의 곁을 떠나가 날개 짓을 멈추지 않은 저기 새들과 함께 날아가 떠날 것들은 떠나가 아무리 끌어 안아도 가... MC 스나이퍼 글루미 선데이 가사中

떠날것들은 떠나는거겠지요...
04/05/07 17:17
수정 아이콘
저두 있답니다. -_-;

그리고 영선님 얼렁 커피 사주세요 ^^~
별걸 다 기억하고 사는 사람이 ^^~
박영선
04/05/07 17:30
수정 아이콘
matlab님...제가 못 나타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matlab님과 약속한 커피 때문입니다.
맛있는 커피 약속을 여기 저기 너무 남발한 나머지......;;;;;

폭풍이 결승가는 날...커피 약속 꼭 지킬께요.
(참...여름이 지날때까지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제가 배가 좀 부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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