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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29 21:00:37
Name 비오는수요일
Subject 이제는 말하고싶은 이야기 1
my message 24

전에 다니던 직장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을 가진, 그래서 부하직원들을
힘들게 했던 분이 계셨습니다.
둘이상이 모이면 그분 헐뜯고 비난하기 일쑤였죠.
'아, 정말 능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다닐 수 있는거지?'
'잘려야 될 텐데'

어느날 회의중이었습니다.
문제의 그분 주관하에 진행되는 회의실에 항상 인자하게 보이던 외국인 사장님이
(외국인 회사였습니다)들어오더니, 쪽지하나를 그분에게 주고 나가더군요.
쪽지를 들여다보던 그분은 하얗게 얼굴이 질리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나가시더군요.
나가자마자 짐을 싸고, 그리곤 몇몇 분들한테 악수를 청하고는 회사를 나갔습니다.
그날은 그분의 마지막 퇴근길이 되었죠.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분의 노모는 중환자실에서 비싼 치료중이었고,
늦장가를 간 이유로 자식들은 이제 고등학생과 중학생이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는 몰라도 저와 많은 이들은 참담한 심경이었죠.
그렇게도 밉더니, 그의 원하지 않은 퇴사를 눈앞에서 본 심정은
미안함과 자책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분과 일하지 못할 결정적인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그리 미워하고 비난했는지....
단 한번의 직언도없이, 그를 이해해 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없이.....

능력없는 이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다면 모두가 피곤합니다.
그의 퇴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너무 몰아세우지는 마세요.
그의 뒤통수를 치지 말고 그에게 분발의 질책을 하여서 그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변함이 없다면, 그래서 그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춰보세요.
그와 나도 다같이 사연을 가진, 가족을 가진, 소중한 무엇을 가진 사람이라는것을
생각해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말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와 예의를 가지고 그에게 말하세요.
짧은 몇줄의 말이나, 냉정하기가 얼음으로된 비수같은 표현으로 그에게 상처를 주진 마세요.
그 시퍼렇고 하얀 칼날은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이해와 포용과 배려가.....

*온게임넷 옵저버 논쟁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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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구무스메
04/09/29 21:17
수정 아이콘
흠..그렇군요.
뭔가 생각하게 하네요
개살구
04/09/29 21:22
수정 아이콘
그의 모습에서 자신을 비춰보세요.

오랫만에 보는 따뜻한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맥핑키
04/09/29 21:38
수정 아이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원제가 조금 더 느낌이 좋은 것 같네요.
비오는수요일
04/09/29 21:40
수정 아이콘
고민(여러이유로)하다가 고친건데, 맥핑키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되는군요. 정정하겠습니다.
무장연금
04/09/29 22:04
수정 아이콘
물러날 필요는없는데 너무 노력을 안하는거 같아요 전혀 노력좀 했으면 좋겠네요 희제님..
bilstein
04/09/29 22:06
수정 아이콘
뭐 온겜넷 옵저버님은 지지하는 분도 계시겠죠. 하지만 좀 감성적으로 흐른 것 같네요. 온겜넷 옵저버분이 어떤 어려움이 있고 하더라도 그건 그 분의 사생활일 뿐 고객입장에서는 상관없는 것.
비오는수요일
04/09/29 22:24
수정 아이콘
bilstein님// 우선 저와 제 글은 온겜넷 옵저버분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감성적이라는 표현을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다만, 제가 이글을 통해서 밝히려는 마음은 마지막에 언급하신 것과 같은 내용에 대한것입니다. 전 희제님의 사생활을 알지 못하죠. 위의 '그'분은 제 의견을 밝히기위한 하나의' 예'입니다. 옵저버분이 물러나야한다 아니다가 아니라, 그런 언급을 하기전에 충분히 여러사항을 고민하고, 그 결과에 따른 글을 올리더라도 배려와 예의를 갖추어야 하지 않나 하는것입니다. 앞선 예에도 밝혔듯이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후에 가진 생각을 올린겁니다.
04/09/29 23:23
수정 아이콘
저번 우산 글도 그렇고 비오는수요일님의 글은 따뜻한 느낌이 참 좋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 드립니다. ^^
04/09/29 23:57
수정 아이콘
좀 따듯하게 세상을 볼수 있다면...
어딘데
04/09/30 15:51
수정 아이콘
이상과 현실의 차이겠죠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비오는수요일님의 글에서 보듯이
쪽지 하나로 그 자리에서 해고당하는게 우리의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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