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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3/13 01:31:04
Name Youmei21
Subject 가상과 현실의 혼란,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을 읽고.
아, 안녕하세요 (__) 일단 인사부터..;;

저는 판타지나 무협 책을 많이 읽습니다.

대학교 들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까 왓다갔다 하는 시간에 할일이 참 없더라구요.

고등학교때 많이 읽었던 책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판타지, 무협으로;;)

어느새 많은 책을 읽었고, 책방에 책이 많아봤자 수십종류를 넘지 않으므로..

구석진 곳까지 손길이 뻗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바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입니다.

참,,, 처음에 집어들고 다시 꽂아넣었습니다. 좀 옛날 책이더군요.

"     " 가 아닌 「   」로 표시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수북이 쌓인 먼지가 저의 선택에 조금의 지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책방에 책이 많이 않으므로 -┏  결국 뽑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굳이 내용을 다 쓰진 않겠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니깐요.

하지만, 이 책을 이틀만에 독파하면서 저는 등에 한줄기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습니다.

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을까. 일어나면 현실과 가상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주인공인 원철은 게임에 빠져들면서 게임상의 캐릭터인 "보로미어"와

현실의 "원철" 사이에서 점점 혼란스럽게 됩니다.

그의 마음은 그가 게임상에서 좋아하는 여자인 "실바누스"와 현실상에서 좋아하게된 "김혜란"이

같은 인물이란 걸 알고 역시 혼란스러워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김혜란과 실바누스, 도대체 어느 누가 진짜인가...

심리학박사인 김혜란도 원철이 더 좋아하는, 실바누스, 즉 자신의 "허상"에게 질투를 품을 정도가 되지요.

자, 좀 느낌이 오셨습니까?



실제 인물인 원철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집에서 일하며 월급도 많이 받는, 아주 부러운 ㅡ_- 사람입니다.

그에 비해, 게임 속의 캐릭터, 즉 , 자신의 분신 이라고 할 수 있는 보로미어는

충동적이며, 완력을 앞세우는 인물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무의식적인 자아의 발현"이랄까요.

그리고 원철은 현실 세계에서 여러 가지 배신을 겪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예전에 사귀었던)가 단순히 돈 때문에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모습과

믿었던 선배에게 프로그래머로서 배신을 당했다는 것과

여러가지 일로 이 현실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게임 속 세상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지요.



이 가상 현실 '팔란티어'는 ,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참으로 무서운 공간입니다.

거부하고 싶은 현실과 충족하고 싶은 욕망, 그것을 모두 풀어 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죠.

게임 사용자들끼리 할 수 있는  "사이버 섹스"라는, 그런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발기불능이 된 원철에게도 끌리는 그런 세계인 것이죠.

그러나 ,원철은 게임을 계속하면서 내가 과연 보로미어와 같은 인물인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게 됩니다.

결국에는, 게임 속의 보로미어(원철 속의 무의식)가 현실 바깥으로 뛰쳐나오는 그런 상황마저 나오게 됩니다.



저자는 게임과 현실을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더 보는 맛을 느껴지게 한다고나 할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과연 가상 현실이란 것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일 정도로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구별 할 수 없는, 그런 시기가 오게 된다면,

정말 이 세계는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예, 아직은 머나먼 미래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쓰여진 내용과 비슷하게만 흘러가게 된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자아정체성, 과연 나는 무엇이지? 인간은 왜 존재하는거지?

라는, 아주 기본적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붕괴되어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의 에필로그 부분은 참, 뭐랄까 등골이 섬뜩하다는 느낌일까요...

이전의 최면을 통해서 보로미어를 불러내었을 때도, 얼굴에 코피가 몇줄 나는 정도로 끝났지만...

해피엔딩이 아니라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책을 보아서 참 기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수준이 높은 책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군요.




가치관의 혼란, 게임과 현실의 혼합, 컴퓨터 게임속의 전투를 닮아 가는 비인간적인 기업 상황,

그리고 정보 기관과 권력 기관의 개인 조종과 통제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밤은 다 잤네요. *^_^*

뱀다리) 쓰다보니 두서없이 쓴것 같군요. ㅡ_-;;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워낙 글솜씨가 없어서;;

뱀다리2) 컴퓨터 숙제를 해야되는데 -_ㅠ 저 책 읽느라 손도 안댔습니다..

원서 20페이지쯤 읽고 A4용지 3장에 요약해오기인데... 읽는데도 한 세네시간 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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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토스
05/03/13 01:38
수정 아이콘
음, 저도 그거 봤는데 게임소설중엔 제일 재밌는거같아요. 요즘 양산형 게임소설이 너무 많아서 OTL
edelweis_s
05/03/13 02:12
수정 아이콘
비운의 명작... 빛을 많이 못본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전 중2 될때부터 판타지 끊어서 뭐... 못봤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런 게임 속이나 다른 상황을 현실과 혼동하는 건... 음... 개인적으로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진짜로 일어난다면 무서운 일임에는 틀림없지요.
05/03/13 02:2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런 수준급 판타지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진짜 판타지 소설은 옛날 소설들이 훨씬 낫죠. 요새는 검증안된 작가들이 마구잡이로 휘갈겨 쓴 '글'이 넘 많이 범람해서 말이죠.
Wittgenstein_TheMage
05/03/13 11:05
수정 아이콘
정말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책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는;;;
마술사
05/03/13 11:14
수정 아이콘
정말 대작이죠. 그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뭐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리고 환타지 세계에서의 전투묘사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
05/03/13 11:53
수정 아이콘
실바누스가 그러죠 .. 반짝이는 것만이 값진것은 아니라고

정말 강추 하는 작품입니다 .. 젊은 이들에게 조금 나이가 든후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

어떤 가학적인 내용에서가 아니라 .. 스스로가 감당하기 힘든 무언가를 주기때문이라고 할까요 ..

머 나쁘지 않은 모험 일지도 . ..
05/03/13 17:47
수정 아이콘
방금 다 읽었습니다. 저도 저번주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게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가 소설을 다 읽기 전에 이 글을 읽었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다행히 나중에 발견했군요.
소수마영
05/03/13 19:28
수정 아이콘
한 때는 영화제작도 얘기가 나돌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_ -;;
그러나 어쩌다보니 흐지부지... @_@;; 정말 저주 받은 걸작 맞죠;;
05/03/13 22:5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는 책이죠...

강추...
룰루~*
05/03/14 16:58
수정 아이콘
아마 작가가 이거 한편만 쓰고 외국으로 갔다고 하던가요..의사였다는 이야기도...하여튼 이 책은 제목을 좀 어렵게 지어서 마이너스 요인이 큽니다. 이책 저자는 분명히 Everquest 폐인였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오시이 마모루가 이 책을 읽었다면 아발론을 그따위로 만들진 않았겠죠...하여튼 쵝오!
Eternity
05/03/15 08:50
수정 아이콘
정말 요즈음의 판타지는 '소설'이 아니라 '글'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세계관이나 설정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온데간데없고, 먼치킨 주인공과 개그캐릭 한 두명, 그리고 뻔한 설정으로 질질 끌어가서 권 수만 늘리는 잔재주만 부리는게 어줍잖은 제 눈에도 보일 정도입니다. 심지어는 맞춤법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소설도 있더군요 -_-;;;

'드래곤 라자' 이후의 한 동안은 그래도 '읽을만한' 판타지가 제법 되었었는데 말이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어떻게든 책을 구해보려고 용을 써 봤었습니다만, 도서관에도, 서점에도, 하다못해 제 주변의 도서 대여점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설이더군요. 어느 분이 다행히도 text 파일 갈무리 해 놓으신걸 보내주셔서 읽었습니다만, 한 순간도 눈을 떼기 힘들더군요. 어떻게 이런 소설이 그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외면을 받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저주받은 명작' 이라는 평이 제대로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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