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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5 13:56:24
Name 작고슬픈나무
Subject [소설 프로토스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supply 8/10)

킹덤의 눈빛이 금새 날카로워졌다. 방금까지 슬픈 얘기를 하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었다. 벌떡 일어나려는 성춘을 억지로 주저앉히더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미 성춘은 사이언 검을 소환해 오른 손에 박혀 들어가도록 꽉 쥐고 있었다.

젠장, 셔틀 안까지. 파고들다니. 저글링이라면 다행이겠는데. 설마, 그 이상한 붉은 물 뱉어내던 녀석은 아니겠지. 가시 괴물이라도 탔으면, 정말 큰 일인데. 부수는 소리는 상승막 사출구 옆에 만들어진 문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킹덤은 문 옆으로 서더니, 이 쪽으로 손가락 한 개를 입에 대보이고 갑자기 문을 활짝 열었다.

"킹덤 아저씨, 그렇게 갑자기 열면 어떡.."
"스테이시스 렉! (Stasis Leg)"
"헉!"

눈을 비비고 보아도 틀림 없었다. 질럿이었다. 아니 도대체 질럿이 여기 왜 나타난 거냐라고 성춘이 소리를 막 지르려는 찰나, 바닥에 두 다리를 고정시킨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웩~~~!"

그렇지. 입을 열었다고 꼭 말이 나오라는 법은 없지, 참. 녀석은 멀미라도 하는 건지 어제 아침에 먹은 것까지 확인하겠다는 듯 계속 뱉어냈다. 어처구니 없긴 킹덤 아저씨가 더하겠군. 저런 표정이라니. 방금 마법을 써서 저렇게 핼쓱해진 건가? 아니, 참 마법이라니?

"킹덤 아저씨, 지금 그건 아비터의 스테이시스 렉 아닌가요?"
"마, 맞다."
"아니, 아비터도 안 타고 어떻게 그걸 쓸 수 있어요?"

역시. 성제 녀석, 똑똑하다니깐. 난 이제야 뭐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성춘의 대견한 듯한 눈길을 받은 성제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물어보고 있었다.

"흠. 물론 아비터를 타야 훨씬 완벽하게 쓸 수 있지만, 나처럼 숙련된 사람은 이렇게 조그만 휴대용 장치로도 충분히 마법을 쓸 수 있지. 더구나 스테이시스 렉은 중급이니까. 뭐, 상급인 스테이시스 트윈 (Stasis Twin)까지도 충분히 펼칠 수 있지. 스테이시스 필드(Stasis Field)는 좀 힘들겠지만."
"성, 성제야. 미안하지만 정지 계열 마법 좀 설명해줄래?"
"응. 형. 일단 가장 하급은 슬리피(Sleepy)야. 이건 적의 행동을 마치 졸리운 사람처럼 느리게만 할 수 있지. 중급인 스테이시스 렉은 지금처럼 적의 발만을 제 자리에 묶어놓을 수 있어. 상급인 스테이시스 트윈은 저글링이든 히드라든 뭐든 두 개의 개체를 완전하게 적이 위치한 공간에 묶어놓을 수 있어. 최상급인 스테이시스 필드는, 음, 형도 아까 봤으니까 알겠지."
"물론 봤지. 그 거대한 캐리어 한 대에다가 스카우트 한 대, 덤으로 커세어 세 대 까지 다 얼어붙은 모습을. 쩝."
"잠깐, 모두 조용히. 이 녀석, 정신 차려라!"
"네, 네. 으으.. 웩!"
"헉!"
"우와 킹덤 아저씨 빠르네요. 그걸 피하다니."
"성춘, 장난 치지 말아라. 그럴 기분이 아니다. 이 녀석 너 이름이 뭐야?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우리들이 한 얘기를 모두 엿듣고 있었나? 아까 현자의 탑 전투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지?"
"저, 저기, 안 그래도 어지러운데 그렇게 한꺼번에 물어보면 어떡해요?"
"아차. 음. 좋다. 일단, 이름이 뭐냐?"
"그르르."

딱!

"질럿이라고 아무에게나 으르렁 거리면 안 된다. 학교에서 하던 버릇 말고, 이름을 얘기해봐."
"그르르!"

따악!

"이 녀석이! 그것 말고 네 이름 말이다, 이름!!"
"우이씨. 왜 자꾸 때려요! 글쎄 그르르라니까요!!"

빡!

"이 녀석이. 성제야, 사이오닉 볼을 준비해. 다른 곳에 쏘지 말고 이 녀석 입 속에서 정통으로 터지도록!"
"아, 아저씨, 저, 정말요? 아플 텐데..."

어이 없는 표정으로 성제를 바라보는 킹덤을 제치고 성춘이 나섰다.

"음, 그러니까 으르렁 거리지 말고, 친구들은 너를 뭐라고 부르냐는 거야."
"내 이름이 그르르야 그르르! 이것 참. 나름대로 학교에선 유명한데.."
"헉, 그, 그럼 네 이름이?"
"그래요 몇 번을 얘기해야 이해하실 거죠? 그르르라구요 그르르."
"으음.. 커흠. 그, 그래 알겠다. 그르르. 근데 왜 여기에 있었지?"
"저, 저기..."
"왜? 망설이지 말고 얘기해."
"말씀드려도 혼내지 않으실 거죠?"
"뭐, 뭐야? 무슨 질럿이 이래? 언제부터 너희들이 혼나는 거 두려워했냐?"
"아차. 그렇지. 정말 정신이 없어서. 사실은 자고 있었어요."
"뭐, 뭣?"
"헤헤, 수업이 너무 지겨워서. 격납고에 있던 셔틀에 숨어서 자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까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지 뭐예요. 자다보니 속이 안 좋아졌는지 미치겠더라구요. 더구나 그 비좁은 공간에 공기도 나쁘고, 에구 혼났네. 헤헤"
"수, 수업? 그럼 너 아직 졸업도 안 했나?"
"네. 이제 졸업해요. 며칠 뒤에. 제가 졸업을 다 하다니, 가문의 영광이죠. 졸업식 날 아버지랑 어머니 쪽 가문 친지들이 다 모여서 잔치하기로 했는데."

뭐, 뭐냐. 이 녀석은. 금방 다 게워내던 표정은 사라지고 이젠 넉살 좋게 수다를 풀고 있다니. 그래도 좋겠군. 졸업식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신다고. 성춘은 금새 우울해졌다. 성춘이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때,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성춘을 낳으면서,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세상에 나온 지 1분도 채 안 되어서, 성춘은 고아가 되었다. 그 뒤 성춘은 레인 가문의 수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숙소에서 자랐다. 누구 가리지 않고 모두 성춘을 아껴주었다. 그렇더라도 아버지 어머니만 할 수는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제 와서 또 감상에 빠질 건 없잖아. 성춘,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저, 돌아갈래요.!"

성제야? 아차, 그렇지. 성제는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 뿐이냐, 마마보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마 엄마 하던 녀석이 이제까지 엄마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그러던 것이 너무 당황하고 킹덤 아저씨 얘기에 빠져서 깜박하고 있다가 방금 그르르의 말을 듣고 화들짝 난리를 치고 있었다.

"돌아갈래요. 엄마를 봐야 돼요. 엄마를!"
"성제야.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우리 행성에서 가장 유능한 템플러들이지. 그런 분들이 현자의 탑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셨을 리가... 없지... "
"무, 무슨? 그, 그럼!"
"성제야. 진정해라. 이제 넌 어른이 되어야 한다."
"시, 싫어. 그 그런 거, 모, 몰, 몰라. 난 엄마, 엄마를 봐야, 봐, 봐야 돼!"

어디서 솟아난 힘인지 성제는 킹덤을 뿌리치고 하강막 사출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성춘은 성제를 잡으러 달려가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킹덤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기엔 너무 황당했다. 그렇다고 안 믿을 수도 없었다. 킹덤이 성춘보다 먼저 성제를 잡았다.

"성제야! 정신 차려. 더 이상 어리광은 용서할 수 없다!"

따아악!

"아저씨. 아까 거 보답이에요. 우리 질럿들은 맞고는 못 산다니까요."

뒤통수 한 방에 얌전히 누운 킹덤을 보고 그르르가 빙글거렸다.

"자, 가자. 너 이름이 성제? 나도 엄마와 아빠를 봐야 돼. 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문제 없어. 난 누구든지 이길 수 있거든."
"이봐, 그르르. 네가 방금 한 말과 행동으로 네가 질럿이란 건 확실히 알겠지만 말야. 지금 밖은 장난이 아니라구!"
"성춘 형. 제발, 난 엄마에게 가야 돼. 킹덤 아저씨 말대로라면 다신 엄마를 못 보게 될 지도 몰라. 그럴 순 없어. 제발 형, 날 보내 줘. 아니 나랑 같이 가!"
"성제야..."
"쳇, 다시 말하지만 난 누구라도 이길 수 있어. 내가 질럿이거든, 질럿! 그리구 원래 우리 질럿들은 하이 템플러들을 보호하게 돼 있지. 그건 우리의 자랑이야. 내가 널 보호해줄게 성제. 가자!"
뭐, 뭐야. 이건 새로운 커플의 탄생인가. 성춘은 고개를 저으며 일단 하강 사출구 위치에 올라섰다. 성제가 손을 하강 인식 센서 위에 대고는 성춘과 그르르를 쳐다보았다. 셋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센서가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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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불펌 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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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4/05 14:07
수정 아이콘
그르르...대략 난감한 이름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04/04/05 14:1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올라왔군요! 감사합니다.
8 SCV 째이니 서플라이를 하나 더 지으심이 어떨런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호산
04/04/05 15:29
수정 아이콘
하하...;; 잼있긴 한데...이거 진짜 10번째에 끝나는 거에요?//
그냥그렇게
04/04/05 15:47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
공고리
04/04/05 15:59
수정 아이콘
또 누가 나올까 기대~~
민아`열심이
04/04/05 17:33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 ^ .... 저도 cli 님 말씀처럼 ~
서플라이하나 더 지으셨으면 좋겠어요 ~
04/04/06 00:06
수정 아이콘
저도 cli님과 함께 서플라이를 늘리실 것을 요구합니다^^
그르르르.. 이름 근사합니다;
어버_재밥
04/04/07 22:27
수정 아이콘
푸하하하하 기욤선수..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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