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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14 21:01:08
Name 글곰
Subject 스타크래프트 스토리와 [유년기의 끝]에 대한 고찰.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
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글 쓰기 전에 잠시 여담을 덧붙이자면, 지난 주에 안동-영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곳들을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병산서원을 추천해 주신 분들, 복 받으실 겁니다. 부석사만큼이나 좋은 곳이더군요. 여행기는 선천성 게으르니즘과 후천성 귀차니즘으로 인해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언젠가 써 올리겠습니다.

그럼 글 시작합니다. 아, 이 글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와 함께,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 대한 내용이 무자비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은 백스페이스 키를 누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와 함께 SF계의 위대한 양대 산맥으로 불리우는 아서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의 [유년기의 끝]을 읽었습니다. 중학교 때쯤인가 한번 읽은 적이 있지만, 그 때는 꽤나 어려서 제대로 작품을 파악하지 못했었지요.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알고 계십니까? 스타크래프트 스토리를 찬찬히 읽어 보면, 오버마인드OverMind와 오버로드OverLord라는 존재가 나옵니다. 둘 모두 저그 종족과 관련된 존재이지요. 이중 오버로드는 게임상에도 직접 유닛으로 등장하니 익숙하실 겁니다.(오버마인드도 시나리오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나옵니다.) 사실 오버로드와 오버마인드라는 개념은 [유년기의 끝]에서 대놓고 차출해 온 것입니다.(표절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스토리를 통해 파악해 보면, 창조주급인 신비종족 젤-나가는 전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유전자를 이용한 진화 실험을 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완벽한 생명체]를 창조해 내는 것. 사실상 창조주에 가까운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첫번째로 정착해 진화 실험을 시작한 곳은 행성 아이우. 다름아닌 프로토스 종족의 고향입니다. 여기서 잠시 프로토스의 기본 유닛 질럿 군의 대사를 들어 보시겠습니다.
My Life for Aiur.(내 생명은 아이우를 위해.)

프로토스 종족은 텔레파시를 비롯한 강력한 정신 능력을 이용해 상호 소통이 가능한 존재였습니다. 여기에 젤-나가는 천 년 동안 그들의 진화 단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급기야 위대한 종족 프로토스를 창조해 냅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개개인이 매우 강력한 존재였던 데다, 젤-나가로부터 정신,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지식을 전수받은 프로토스들은 점차 공동체보다 자기 자신의 에고(Ego. 자아)를 강조하게 되고, 점점 교만해지게 됩니다. 애당초 활발한 상호 의사 소통을 통해 만들어졌던 프로토스의 공동체는 그러한 개개인의 에고 발달로 인해 점차 해체되어 가고, 급기야는 종족간에 서로를 연결시켜 주던 정신적인 유대망마저 끊어 버립니다. 여기에 넌더리를 낸 젤-나가는 결국 이번 실험을 실패로 규정하고 행성 아이우를 떠납니다.

행성 아이우를 떠난 젤-나가는 새로이 행성 제러스를 발견합니다. 화염에 뒤덮힌 행성이었지만, 아주 하등한 생명체들은 살고 있었지요. 여기서 젤-나가는 프로토스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진화 실험을 전개합니다. 즉, 개개인의 고등한 지적 능력을 강조한 프로토스와는 달리 공동체를 강조하고 모든 객체를 공동체의 아래에 놓는 저그를 창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토스의 실패를 거울삼아, 개개인의 에고 증대에 대한 파국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저그의 집단의식을 하나로 통합합니다. 그래서 저그 종족 전체의 정신을 대표하는 존재가 탄생했으니 이가 오버마인드OverMind입니다. 그리고 오버로드는 셀레브레이트를 지배하고, 셀레브레이트는 퀸을 지배하고, 퀸은 오버로드OverLord를 지배하는 피라미드식 계층 구조 사회를 이룹니다.

자, 여기서 스타크래프트 스토리 관련 이야기는 잠시 중지하고, 이제 [유년기의 끝]과 관련된 사설을 늘어놓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하나만 말하자면, 우리의 잘난 젤-나가께서는 결국 그 힘과 지능이 극도로 강화된 오버마인드에게 잡아먹힙니다. 흡수당했다고 해야겠지요.

[유년기의 끝]에는 오버로드, 그리고 오버마인드가 나옵니다. 여기서 오버마인드는 가장 위대한 지성이며, 거의 창조주급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하잘 것 없는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조차 없는 존재이지요. 그리고 오버로드는 인간보다는 훨씬 우월한 존재로, 오버마인드의 명령을 받아 인간의 진화를 감독하고 이끕니다. 재미있는 건, 이 오버로드 종족의 생김새는 3, 4미터쯤 되는 키에 검은 피부, 박쥐같은 날개, 강한 손톱과 발톱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전형적인 악마Devil의 모습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젤-나가'가 하는 행동은, [유년기의 끝]에서 오버마인드가 하는 행동과 흡사합니다. 엄청나게 우월한 지성체의 입장에서 인간처럼 하등한 종족의 진화를 진행시키지요. 그리고 [유년기의 끝]에서 오버마인드의 뜻에 따라 인간들의 진화를 감독하는 오버로드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오버마인드-셀레브레이트의 의지를 받아 전장의 저그 종족 전체를 지휘하는 오버로드의 역할과 흡사합니다.

자, 여기서 다시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를 보겠습니다. 사실상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는 프로토스 종족과 저그 종족의 생사를 건 사투입니다. 테란, 즉 인간은 그 사이에 꼽사리낀 하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지요. 물론 나중에 가면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만. 이러한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는 아서 클라크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서 클라크는 그의 저서 전체를 통해, 우주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하잘것없기 이를 데 없는 존재인 인간과, 진화를 감독하고 진행시키는 위대한 존재라는 우주관을 지속시켜 나갑니다.

그리고 [유년기의 끝]의 마지막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지요. 개개인의 존재로 인해 고통받는 인류가, 결국 하나의 거대한 정신적 공동체가 되어 버립니다. 앗, 거기 뭔가 익숙한 이야기라고 느끼는 당신. 정답입니다. 안노 히데야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인류 보완 계획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에서 따 온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객체로서의 진화가 그 극에 달한 인류가 결국 거대한 하나의 정신적 공동체가 되어 버린다는 개념이지요.

그런데 또 생각해 봅시다. '객체로서의 진화가 극에 달했다' 이는 바로 프로토스 종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젤-나가는 진화의 극에 달해 개개인의 에고가 극에 달해 서로 충돌하는 프로토스 종족을 [실패작]이라고 규정짓습니다. 그리고는 새로 만든답시고 만든 종족이 바로 거대한 하나의 통합 정신체에 의해 지배받는 종족인 저그입니다. 이 저그란 종족은 결국 [유년기의 끝]에서 인류가 도달한 진화의 정점,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인류 보완 계획에 상통하는 그런 진화를 이룬 종족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객체만을 강조하게 된 지독한 개인주의 종족 프로토스는 놀랍게도, 바로 지금의 인류의 근미래상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무슨 넌센스입니까. 아서 클라크는 그러한 진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블리자드 사에서 창조해 낸 [거대한 정신적 공동체]는 결국 흉측하기 이를 데 없고 공격성으로 가득찬 종족인 저그입니다. 아무래도 블리자드 사는 아서 클라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오버마인드OverMind라는 존재는 아서 클라크의 소설 속에서 경외감으로 둘러싸인 위대한 존재입니다. 고등종족 오버로드OverLord조차도 그들을 경배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는 결국 보잘 것 없는 인간과 진화의 실패작 프로토스의 협동작전에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결국 지성생명체의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요? 개개인의 에고가 극도로 증대되어 자신을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도 거리끼지 않는 존재인 프로토스일까요? 아니면 객체는 말살되어 버리고 하나의 거대한 정신적 공동체를 이루어 공동체의 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저그일까요?

[유년기의 끝]에서는 인류가 멸망합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그래도 객체로서의 인류에 희망을 가진 두 남녀가 살아남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인 테란은 결국 내부의 수많은 모순에도 불구하고 억척스레 살아갑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글곰 이대섭
www.gomna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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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4/14 21:10
수정 아이콘
뭔가 듀란이 새로 유전자 조합을 통해 만들어내는 종족이 해답을 줄 수도 있고, 새로운 과제를 줄 수도 있겠죠...
저같은 경우는 데미안의 의미를 최근에서야 제대로 깨달은듯 합니다. 확실히, 책이라는 것은 몇 년이 지난후에 다시 보면 느낌이 새로운것 같습니다.
04/04/14 21:11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때문에 클릭! 했지만 너무 내용이 어려워요 -_ㅠ
04/04/14 21:35
수정 아이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언제 한 번 비교해볼까 했는데 글곰님이 먼저 해주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아서 클라크의 그런 설정은 2001 우주 오디세이부터 시작해서 후기 작품들에 일관되게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특히 [유년기의 끝][도시와 별], [지구제국]과 함께 지구 3부작으로 불릴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죠. [유년기의 끝]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은 뒤의 두 책도 꼭 읽어보시길...
04/04/14 21:40
수정 아이콘
음...저는 마쓰모토 레이지의 <천년여왕>이 후다닥 떠오릅니다. 어째거나 살아남은 처리..처리...
minyuhee
04/04/14 21:42
수정 아이콘
천문학계의 학자들중에서도 일부는 하나가 모두이며, 동시에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공동생명체가 인간같은 객체생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요.
총알이 모자라.
04/04/14 21:46
수정 아이콘
젤나가 = 창조주 = 신이라는 개념은 기독교적 세계관이 무너진 서구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신이라는 존재의 구속에서 벗어나 고자 한다는 거죠. 아서클라크의 소설에서 오버로드가 악마의 모습을 한것은 종교적 세계관의 몰락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선(오버마인드)도 절대악(오버로드)도 아닌 신은 더이상 인간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라볼 뿐이라는 겁니다. 세계적인 게임제작자 시드 마이어의 알파센타우리에서도 그러한 사고가 엿보입니다. 게임의 엔딩은 행성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죠.
물질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의 극대화는 위대한 정신에 통합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인데 이는 결국 아르스토텔레스나 플라톤이 이야기한 철인 정치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구 철학은 언제나 절대자의 문제를 그 중심에 두었고, 절대자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 하는 문제를 고민해왔습니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는 절대자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끊임없는 갈등의 구조로 파악한 것이고, 아서클라크는 니체의 초인에 가까운 존재로써 답을 찾은 것입니다. 에반게리온은 그래도 인간은 살아 남는 다는 약간의 희망을 던져준다고 하겠죠.
갑자기 쓰려니 뒤죽박죽이네요. 오랜만에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니 반갑네요.
Return Of The N.ex.T
04/04/14 22:15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은 레이!!
그녀의 가냘픈 목소리..ㅠㅠ
Return Of The N.ex.T
04/04/14 22:16
수정 아이콘
제가 변태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되었던 첫번째 애니였다는..-_-;

그리고 글곰님의 견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많은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04/04/14 22:42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 님.
오버마인드를 절대선, 오버로드를 절대악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선과 악을 초월한 존재가 아닐까요.
실재로 [유년기의 끝]에서도 인류의 그러한 진화를 총괄한 것은 오버마인드이며, 실행을 감독한 것은 오버로드입니다. 그러니 기독교적 세계관이 무너졌다기보다는, 오히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오버마인드는 신(God)에, 그리고 오버로드는 예수를 비롯한 선지자, 혹은 사도(Angel)에 해당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오버로드가 악마의 모습을 한 것으로 기독교적 종교 세계관이 몰락했다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4/14 22:48
수정 아이콘
악마라는 존재는 신의 절대성과 우월성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에게 신만 존재한다면 신은 단순한 절대적 존재이지만 악마가 있음으로 인간이 악에서 구원받기 위해선 신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죠. 아서클라크는 신의 대리인을 악마의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행동은 아니지만) 악마도 신에게 종속된 것임을 표현한 것같다는 생각입니다. ^^
04/04/14 22:50
수정 아이콘
그리고 아무래도, 저는 아서 클라크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절대자에 의해 보다 나은 세계로 인도되어진다는 그의 운명론은 어쩌면 비참할 정도로 나약해 보입니다.
저는 에반게리온의 극장판 엔딩보다 TV판 엔딩을 더 좋아합니다. 하나의 객체인 인간에 대한 희망이 보이거든요. 인간의 부정적인 면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지극히 이기적이고 나약한 개인에 대한 희망을 주는 TV판 엔딩이 좋습니다. 뭐, 원천적으로 들어가자면 극장판 엔딩도 그와 같은 희망이 보이긴 하지만요. 기분 문제일까요?^^
Return Of The N.ex.T
04/04/14 22:55
수정 아이콘
에반게리온의 엔딩.. TV판에 보면 신지의 '~이랬으면 좋겠다~'식의 영상이 나오지 않습니까?
전 정말.. 모든게 꿈이기를 바랬다는..-_-;
그리고 극장판의 엔딩은 약간의 희망과 엄청난 양의 궁금증만 낳았더라는..-_-;
총알이 모자라.
04/04/14 22:56
수정 아이콘
절대자라는 개념은 말그대로 완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완전이란 절대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논리가 되겠죠.
스스로 아무리 노력해도 궁극은 절대자와 같은 존재 일뿐 그것을 넘어설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즉, 절대자를 인정하게 되면 인간은 넘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되는 거죠. 까뮈는 씨지프스의 신화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이 도전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했지만 동양적 사고 방식에는 서양의 신같은 절대적인 존재가 없습니다. 따라서 서양쪽보다는 인간에게 보다 여유를 준다고 할 수 있겠죠. ^^
kotori_haruka
04/04/14 23:03
수정 아이콘
으, 저도 에바에 관한 내용인줄 알고 클릭했다가... 으어,
04/04/14 23:52
수정 아이콘
동아시아는 절대자가 없지요. 뭐, 귀신이니 뭐니 하는 개념이 있긴 했고, 서왕모신화, 곤륜, 태산 등등의 어떤 창조주나 위대한 존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이 '절대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공자부터가 귀신에 대한 질문에 사람에 대한 것도 모르는데 귀신을 어찌 알겠냐고 했으니까요. 제사의 경우도 그냥 조상님들이 있는 듯 경배하라고 순자가 말한 것이지 실제 조상신이나 혼이 있다는 식의 생각은 아니었지요. 이러한 유학적 전통이 한중일 삼국을 휩쓸었기 때문에 토속적 기복신앙은 남았지만 결국 절대자는 없는 세계가 되어버렸지요. 그냥 횡설수설이었습니다.
어쩔줄을몰라
04/04/15 01:53
수정 아이콘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동체의 목적. 저그의 틈 바구니 속에서 프로토스에 의해 영감을 받아 마침내 강자가 된 테란... ㅡ_ㅡa
TheInferno [FAS]
04/04/15 03:16
수정 아이콘
냐아... 오버마인드는 전 우주를 돌면서 적을 찾을 수가 없던 최강의 종족 프로토스의 본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유일한 존재지요.
(프로토스 오리지날 미션 1: 우리는 전 우주를 돌면서 전쟁을 해왔지만 설마 우리의 본성에서 싸우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저그들은 정말 강한 적이군요.)

자신의 창조주마저 자신의 진화를 위해 사용하고 자신의 일부 부대가 전멸을 당하는 것을 보고도 조용히 적을 관찰하는가 하면 한번 몰아치기 시작하자마자 질풍처럼 상대를 유린하는 최강의 악역 오버마인드 -_-)=b
결국 레이너와 프로토스 최고기관과 테사다 그리고 다크템플러들 등의 합동공격으로 사라지긴 합니다. 쩝...
(그런데 오리지날 마지막 오버마인드 잡는 거 익숙해지면 포톤캐논+가디언잡는스카웃 으로도 이길 수 있더군요 -_-;;)

확실히 프로토스나 테란에게 저그는 용서할 수 없는 악이지만 저그는 자신들의 진화의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 테란과 프로토스를 흡수하려 드는 겁니다. 그 초보적인 형태가 바로 '인페스티드 테란'이구요.
(매뉴얼의 유닛상세설명에 보시면 자세히 나옵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있으면 흡수없이 탄생한 순수 오리지날 저그는 라바뿐인것 같아요. 심지어 드론까지도 저그에게 흡수된 생물 -_-;;)

즉 언급하신 '흉측함'이란 프로토스와 테란 진영의 시각으로 보아야 성립하는 견해라는 겁니다. 저그는 지나가던 종족 아무나 붙들고 '너 좀 맞자' 이러는 깡패들이 아니죠. 상대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저들이 우리의 진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된다면 저들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인가, 그들을 제압하여 흡수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 기타등등을 상세히 관찰하며 그것을 위해 거리낌없이 병력까지 실험 대상으로 내주는 것이 저그이며 오버마인드입니다.


저그에 대한 변명은 이쯤 해두고, 지성체 야그로 돌아가자면,

지성생명체의 끝은 뭐 확실히 '하나이며 모두이고 모두이며 하나인 자'일 확률이 더 높겠지요. 인간처럼 각자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존재들은 다른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서로가 서로의 불완전성을 끊임없이 보완해가며 조금씩 나아가지만 끝내 서로 사이의 깊은 골을 넘을 수 없는 존재 인간. 우열을 굳이 따지자면 인간은 '하나이며 모두...(이하생략)'에 비하자면 짤없이 열에 속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 전 아무래도 '서로를 잘 모르며 서로를 알면 알아갈 수록 더 모르게 되는 존재 인간' 쪽이 더 재미있을 거 같네요. :)


그런데 한가지 웃기는건 타인속에 투영된 나 자신 쪽을 조금 더 중요시하는 것은 동양적인 사상이라는 것입니다. 서양쪽은 개인주의쪽을 더 선호하며 개인주의의 개념이 더 익숙한걸로 아는데요. 블리자드야 뭐 대놓고 일본문화 팬을 자처하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서 클라크라는 예를 드신 작가는 물론, 아이작 아시모프까지도 단편 "최후의 질문" 에서 동양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는 '하나인 모두, 모두인 하나'를 진화의 궁극적인 형태로 꼽았다는 것입니다.

(블리자드는 고스트와 리버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시장도 쥐꼬리만한 일본의 PC게임시장을 위해 기꺼이 일본어판 스타를 같이 출시했다고 들었습니다.)
('최후의 질문'은 PGR 유게에도 있습니다. 혹시 아직 안읽어보셨으면 함 읽어보시길...)


아서 클라크도 에반게리온도 본적이 없어서 더 못쓰겠군요. 아시모프 할부지(만쉐에 -_-/)의 '파운데이션'도 이번학기 초에 두어권 읽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못읽고 있어서... 으앙.


방금 생각난건데 브루드워의 저그는 오리지날의 저그와는 모습은 같지만 다른 존재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오리지날의 저그는 '진화'를 목표로 한 집단이었고 자신의 의지로 반란도 일으킬줄 아는 녀석들이었는데 브루드워에서는 테란의 꼭두각시가 되기도 하고 캐리건의 복수만을 위해 움직이는 진짜 '악의 무리'같은 조직이죠. 이 조직이 '인간'이었던 캐리건에 의해 완성되었다는게 또한 재미있는 점이지요.


주저리 주저리 쓴건 많은데 주제가 산발적이라 쓴 저도 감이 안잡히는 글입니다. -_-;;

에... 아무튼... (후다닥)


ps. 재미는 없겠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인간의 진화는 '하나이며...(생략)' 쪽이 더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비밀....
04/04/15 09:45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가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종족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자면 프로토스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발달로 내전을 겪었고 젤나가인들을 죽여서 젤나가인들이 아이우를 떠나게 했죠. 젤나가인들이 떠난 직접적 원인은 프로토스의 내분과 젤나가인 살해입니다. 젤나가가 실망한 차에 발란을 겪어서 떠나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 내전 이후 프로토스는 심각한 반성을 하게 되고 강력한 계급 사회와 칼라의 규율로 묶인 공동체 사회가 됩니다. 그리고 그 후의 프로토스인들은 저그 못지않은(프로토스의 의회와 상위 집단들이 오버마인드와 오버로드나 다름없죠.) 공동체 사회를 형성했죠. 미션을 쭈욱 해보십시오. 아이우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고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는 종족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종족이라는 생각은 좀 착각이 있으신 듯 합니다.
비밀....
04/04/15 09:46
수정 아이콘
결국 블리자드는 아서 클라크의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보여지는 군요.
비밀....
04/04/15 09:46
수정 아이콘
발란->반란
Third Master
04/04/15 14:17
수정 아이콘
돌고 돈다... 에구@_@;;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타의 스토리도 모르고 그간 열심히 해온 제가 왠지 ;;;;;

우리시대 사람들은 저그처럼 살라그러면 왠지 반감부터 생기지 않을까요..
에고이즘 세대이니...

그렇다고 토스처럼 살라해도 그렇게 살면 또 저그를 원할거 같은 느낌
에반게리온 극장판 엔딩은 결말이라기보다 결국 이런 윤회를 보여준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어쩌면 신지는 지금 아스카에게 몇대 맞고 무진장 후회하고있을지도
모르죠..

신지 왈 " 2차 인류보완 계획을...-_-+ "
;;;;

SF 책이란 참 재밌어여...
가끔 허망 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빠져들면 중독이 심해서;;)

요즘처럼 그런류에 책이랑 거리를 두다 살다가 이런글을 보면

갑자기 머리가 조여드는게...;;;

시간을 탓하며 다양한 글들을 접하지 못하는 제자신이 부끄럽습니다. ㅠ_ㅠ

ps. 유년기의 끝 꼭 읽어볼꼐요^^

ps2. 글곰님 홈피 갔는데 홈피가 너무 멋쪄요...

ps3. 아이디도 멋쪄요...>_<
퀸오브저그
04/04/1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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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에서의 저그족과 브루드워, 즉 오버마인드가 죽고 나서의 저그족은 달라집니다. 오리지널에서의 저그는 그야말로 진화하겠다는 순수한 본능만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도 내분이 일어나지 않죠. 아니, 내분이라는게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철저히 오버마인드의 의지가 전체의 의지죠. 그러나 '테란'이라는 종족을 흡수하고 나서부터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감정.. 질투, 내분, 혁명, 불안, 같은종족끼리의 전쟁.. 같은 감정들도 함께 흡수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셀레브레이트중 가장 현명하다는 '다고쓰', 충성스러운 '자츠'도 약간 경계하게됩니다. 저 하등종족인 인간들이 자칫 우리종족에 위험한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러나 오버마인드는 이 새로운 종족은 우리 저그를 전혀 새로운, 몇단계나 진화시킬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케리건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 저그의 유일한 의지, 오버마인드는 파괴되고 케리건이 나머지 세레브레이트들을 제거! 하고 심지어 새로운 젊은 오버마인드마저 제라툴을 이용해 제거하면서 저그를 움직이던 힘인 본능에 인간의 감정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종족으로 태어날것같습니다. 아뭏든 스타크래프트2가 기다려지는군요. 제 일생안에 나오긴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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