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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18 23:13:53
Name 방랑폐인
Subject 글을 쓰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스타를 본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pgr이란 사이트에 들어온지도 벌써 7년은 넘은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이렇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기적이라고, 반짝하다말거라고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고, 많은 이들의 꿈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게 한 것은 수많은 시대를 스쳐갔던 어린 게이머들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스타를 처음 볼때 그 어린 게이머들은 물론 저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했고, 승리에 혹은 패배에 눈물을 흘릴 수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비록 저보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그들에게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순수한 아마추어의 느낌보다는 프로의 느낌이 나지만 말이죠.

이번에 일어난 승부조작 사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그 선수들의 열정에 검은 손을 뻗은 것일까요.
그 선수들은 믿었던 수많은 팬들이 실망했고,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죠.
오늘 프로리그를 보는데 왠지 모르게 용산 경기장에 빈자리가 보이더군요.
사람들이 많이 실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열광적이고, 북적이던 그곳에 빈자리가 보이다니..
하지만 다행히 선수들의 표정에서 어두운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믿어볼까 합니다.
아직까지 저 순간을 즐기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자식을 내버릴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무작정 욕을 하고, 비관적인 예측만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예측이 모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10년을 넘게 지켜봤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정도 지켜봤으면 그렇게 쉽게 등 돌릴수는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어린 선수들에게 몇백만원의 돈은 아주 큰 유혹이었을겁니다.
얼마의 연봉을 받고 있던, 현재 자신의 위치가 불안했던 간에 어떤 이유에서던 그 유혹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것이겠죠.
그 순간의 선택으로 그들은 다시 돌아올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이 가졌던 예전의 열정과 그들이 보여줬던 멋진 경기들은 기억해야겠지요.
선수들도 많이 후회하고 있을겁니다.
그래도 한때는 혹은 지금도 자신의 꿈이 담긴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얼마나 많이 후회하고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너무 무조건적인 비난만을 퍼붓지 말았으면 합니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지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도 많이 반성하고 안좋은 길을 가지 않게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그래도 한때는 우리를 열광케 했고, 꿈꾸게 한 사람들이니까.
팬으로서 애초에 그런 사이트 운영되는건 지켜보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르죠.

너무나 가슴이 아픈 요즘입니다.
요즘도 이영호의 경기를 보며, 그리고 박정석의 경기를 보며 감탄을 마지 않는 저로써는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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