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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5/21 21:26:02
Name 베르커드
Subject 질레트 스타리그 B조 4경기 관전일기
B조 4경기 <남자이야기> : 전태규(P11) vs 한동욱(T1)

한동욱 선수를 기억하는가? 그는 한게임배 스타리그 조지명식에서 남자이야기 소개 코너에서 안기효 선수를 상대로 맵의 다양한 요소를 알려주는 경기를 선보였고, 그 경기가 끝난 뒤의 일반적인 평가는 '라그나로크를 능가하는 극도의 테란맵' 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남자이야기의 밸런스는 생각보다 매우 훌륭하게 잘 맞춰져 있다.

이번 경기에서 전태규 선수는 한동욱 선수를 '가르치는' 듯한 플레이를 구사했다. 한동욱 선수는 남자이야기에서 테란이 토스를 흔들만한 여러가지 카드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시도하려고 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초반부터 강력한 프로브 견제를 통한 배럭타이밍 늦추기도 모자라서 상대로 하여금 개스러시를 두렵게 하여 리파이너리를 억지로 짓게 만들고, 배럭에서 마린 생산을 강제하고, 매너 파일런으로 일꾼이 일조차 제대로 못하게 만들었다. 흔들려야할 전태규 선수가 오히려 한동욱 선수를 엄청나게 뒤흔들었다. 결국 하던대로 하기로 하고 벙커까지 지으면서 수비 후에 드랍십 플레이를 도모하는 한동욱 선수.

조지명식 맵소개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뒷마당 드랍십'을 시도하는 등 한동욱 선수는 이 맵에서 토스를 괴롭히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는 확실히 과거 임요환 선수가 구사한 소규모 병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게릴라 작전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 플레이에 흔들려야 했을 토스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방어가 철저했다. 초반부터 지독하게 꼬였던 한동욱 선수는 더더욱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한다.

주뼛주뼛 눈치를 봐가면서 더블커맨드를 하고 수비진을 만드는 한동욱 선수. 하지만 전태규 선수는 옵저버를 통해 모든 타이밍을 관찰하고 있었고 더블커맨드로 어느정도 자원수급이 되기 시작하자 한동욱 선수는 진출한다. 하지만 진출하려는 순간 들이닥치는 전태규 선수의 질럿과 드래군. 터렛한번 변변히 짓지 못하고 계속 소모전을 벌이는 가운데 전투유닛간의 소모전은 한동욱 선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프로토스는 뒷마당을 먹은 상태라서 멀티가 하나 더 많은 상황이었는데다 전태규 선수는 마치 '최연성 선수가 프로토스를 했을때 예상되는 구도' 를 보여주며 철저히 한동욱 선수의 거점이 될 언덕을 점령해버린다.

테란이나 가능할 법한 조이기 라인을 탄탄하게 펼쳐놓은 전태규 선수는 아무 두려움 없이 7시 스타팅 멀티를 가져간다. 그리고 그것을 벌처를 통해 확인한 한동욱 선수는 줄어들어가는 앞마당 자원수급상황을 보고 3시멀티를 시도하려 SCV를 파견하지만 그조차 전태규 선수는 2질럿으로 저지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진출 타이밍. 없는 자원을 모두 짜내어서 만들어낸 탱크와 벌처로 아래쪽 언덕을 통해 진출을 시도하는 한동욱 선수. 터렛이 3개쯤 완성되고 탱크가 어느정도 진을 쳤을때 어김없이 전태규 선수의 병력은 찾아왔다. 그것도 캐리어까지!

마치 선배가 후배를 조교하는 듯한 강력한 전태규 선수의 담금질. 그러나 이 담금질은 한동욱 선수를 더더욱 강하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로써 탈락자가 확정되지 않은 B조. KOR 팀 두 선수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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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으로 써 봤습니다. 구도가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거침없이 써내려 갈 수 있었습니다.
전 분명 전체경기를 다 쓸정도의 필력도 안될 뿐더러 기억력도 안됩니다 -_- 1경기 끝나고 쓰려고 하면 2경기가 시작되어버리니까요
여러가지 의미로 쓰기 쉬운 타이밍이어서 좀 써 봤습니다

그동안 sylent님의 관전일기 참 재밌게 봤는데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이 관전일기를 바칩니다.
(군대 몸 건강히 잘 다녀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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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ure
04/05/21 21:59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 오늘 전태규선수의 프로브 움직임은 예술이었네요.
i_random
04/05/21 22:30
수정 아이콘
그 프로브 움직임은 프로토스의 "발악"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테란 상대로 가로 위치에서 정상적인 힘싸움 구도로 몰고간다면 불리한 건 안 봐도 뻔한 이치거든요.. 근데 가장 편한 건 저런 프로브 플레이죠 가장 초반에 테란이 준비한 전략을 실행해보기도 전에 간단히 제압할 수 있거든요.
테란 입장으로는 분한 것이 어떻게 방법이 없습니다. 입구를 막지 않고 건물을 짓자니 질럿이 들어오고 입구를 막자니 프로브는 계속 댄스를 추고 있고..
마치 로템 2시 vs 12시같이... 테란 대 프로토스의 영원한 딜레마죠..
박지완
04/05/21 22:51
수정 아이콘
전태규선수는 마치 한동욱선수가 무엇을 하지 다 안다는듯이 플레이를 펼치더군요. 거의 모든수가 다 막히자.. 한동욱선수는 거의 좌절하는수밖에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이래서 같은팀 동료들끼리의 경기는 항상 힘든것 같습니다. 항상 예측 가능하므로...
04/05/21 23:13
수정 아이콘
오늘의 경기들 덕분(?)에 전태규선수의 온게임넷 대태란전 90% 넘는 승률이 가려지는 모습이네요.. 어제의 난전끝 패배가 오늘 나쁜 일이 되지 않을 까 했건만.. 상승세의 한동욱선수를...
발업질럿의인
04/05/21 23:23
수정 아이콘
전태규 선수 대 테란전 13승 2패... 정말 대단합니다... 요즘 같이 테란이 강한 시기에 저런 승률을..!!
04/05/22 00:57
수정 아이콘
먼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건담SEED를 보는 내내 고마운 마음을 가진 분이 있습니다. 베르커드님 덕분에 즐겁게 감상한 애니가 몇 편인지 셀 수도 없습니다. 언제나 좋은 자막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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