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일이 있어서 볼일을 보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초등학

생 여자아이가 정류장 벤치에 앉아 풍선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조

그만 풍선 두 개가 아이의 손끝에서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풍선을 좋아하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풍선이 주는 풍성하고 부드러운 느낌 그리

고 무엇보다도 가벼이 하늘을 나는 모습이 동심하고 잘 어울리죠. 풍선을 놓쳐 하늘 높이

날아가는 풍선에 울음을 터뜨린 기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풍선을 보다가 문득, 사람의 마음이란 건 풍선 같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어

떤 느낌이나 감정이던 사람의 마음은 부풀어 오른 풍선과 같아서 때로는 제 힘으로 하늘

높이 날아도 가고, 때론 바람에 쓸려 다니기도 합니다.


  어떤 풍선이던 풍선은 풍선이기에 아주 작은 날카로움이나 뾰족함에도 쉽게 터져 버립니

다. 터져 버린 풍선은 그 조각을 모아도 다시는 원래의 모습을 만들 수 없습니다. 누군가

의풍선을 터뜨리는 것이 취미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이 저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습니

다.


   우리는 가시를 가지고 있는 풍선인지 모르겠습니다. 한순간 자신의 가시로 타인을 터뜨

릴 수 있는 그리고 터지기도 쉬운 존재들...


   아이는 버스가 오자 풍선을 던져버리고 올라탑니다. 풍선은 날지도 못하고 거리를 낮게

스쳐갑니다. 아이에게 버림받은 풍선은 누군가의 발에 밟혀 터져 버립니다. 버스에 탄 아

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다른 풍선을 불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은 오래 간직 해주길 아

이에게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