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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09 20:18:11
Name 와룡선생
Subject [잡담] 스타와 게임방... 그리고 당구장에 대한 추억..
이별한지 벌써? 6일째... pgr 죽돌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회사에서도 틈만 나면 게임리포트 게시판과 자게와 유게를 오가며 심지어 지금 학교수업중에서도 이렇게 말이죠..
대학원 수업이란게 세미나 위주의 수업이라 저뿐만 아니라 교수님 이하 다들 자기 할일만 하고 앞에서 열심히 수업을 진행하는 학생만이 땀을 뻘뻘 흘리고 있네요..

각설하고 이별이야기가 아닌 스타크래프트의 발전으로 인해 소외받고 있는 당구장에 대해서 그냥 몇마디 해보고자 합니다.. 예전부터 꼭 써보고 싶었더랬죠..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92년도였을겁니다..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ㅠ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배운거라곤 담배와 술과 당구였습니다..(죄송합니다. 저의 부끄러운 과거를 얘기해서..  )
당구장.. 정말 저의 학창시절의 꽃이였습니다. 처음 당구장에 들어섰을때의 어색함과 왠지 모를 죄책감이 앞섰지만 차츰 익숙해져 갔고 히끼(끌어치기)가 성공했을땐 정말 뿌듯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학교땡 하면 당구장으로 직행이었고 이제부터 흔히 "째기" 라는 당구에 맛을 알게 됩니다. "째기" <= 게임에 진사람이 당구비를 계산하는것.
그리고 친한친구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당구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2학년이 되면서 전 당구 300점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루기 힘든 경지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지금도 자랑스럽게 "내가 300다마 10년째라고 말이죠..." 물론 지금 실력은 300점이 안되지만 당구는 한번 올리면 내릴수 없는 불문율이 있죠...

제가 다니던 학교옆에 부산모정보대학이라고.. 있었더랬죠..
학교 앞에서 약 200미터까지 당구장과 술집과 밥집이 밀집해 있었는데 당구장수만 대략 50군데는 넘었을거 같네요..
어쩔수 없이 당구와 술을 일찍 배울 수 밖에 없었던 주위한경...
그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은 당구 잘치는 애들이 많았습니다. 400점 두명 , 300점 나포함해서 대략 5명 , 200점 이상도 상당했구요..
각 반별로 전용구장이 있었고 바람의 파이터의 도장깨기처럼 당구장마다 돌아다니며 당구를 제일 잘 치는 친구와 대결을 하게 되었죠.
승승장구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알게되고 나름대로의 의리와 우정을 쌓아갔었던 추억이 아른아른 거리네요..

당구치고 나서 시장의 어느 다락방에서 선지국에 소주한잔하며 진지하게 쓰리쿠션을 논하고 마세이를 논하던 학창시절..
좀 우습겠지만 저에겐 당구장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고 당구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하였지만 결코 후회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시절에도 당구로 인해 주목을 받기도 하였죠..
그리고 군대를 가고 군대에서도 대대에서 열렸던 당구대회에서 우승하여 포상외박증(2박3일)을 받았습니다. 제가 잡기에 능해서 축구로도 장기로도 제 자랑같지만 투 스타(투 스타 원팩 아님) 표창장 까지 받고 포상 휴가를 제법 나왔더랬죠....^^
그리고 제대할때쯔음..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합니다..

솔직히 스타가 언제 나왔는진 잘 몰겠지만 후임병들은 항상 휴가나 외박을 다녀오면 스타크래프트 얘기였습니다.. 그리고 쌈장 이기석...

말년휴가를 나가면서 이맘때쯤 게임방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먼저 제대한 친구들은 당구장이 아닌 게임방에 죽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야 고마하고 당구나 한판 째고 소주 한잔하자" 라고 하였죠..
그런데 친구가 "야 요새 당구치는 사람이 어딧노? 니도 스타 함 배워봐라.. 채팅이나 하던지..."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스타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타를 배우면서 컴맹을 탈출하게 되고 스타를 하면서 이런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은 어덯게 만들까? 윈도우는 어덯게 만들었을까? 나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해봐야지 하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를 들어가면서 프로그램을 배우고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스타가 내 인생의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겠죠?

두서없이 글만 쭈욱 늘어난거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스타라는 단순한 게임이 우리나라 게임방을 만들었고 늘어나는 게임방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IT 강국이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그로 인해 소외받고 쇠퇴의 길로 빠지는 것들중에 대표적인게 당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글 한번 써봅니다.
게임방의 무한한 확장으로 한편으론 아쉽습니다.. 너무도 많은 당구장이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단골 당구장 사장님이 그립기도 하구요..

저도 지금은 당구보단 스타가 더 재밌고 즐기는 편입니다.
가끔씩 당구를 칠때면 자주 깨지지만 스타는 친구들중에서는 젤루 잘하는 편입니다..^^V
가끔씩 당구가 치고 싶습니다. 당구장을 찾기가 힘들어 아쉽기도 하구요..
추억에 젖어 이런글 한번 올려봅니다.
pgr 여러분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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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카트슨의
04/09/09 20:24
수정 아이콘
저도 친구들 만나면 하는짓이라곤
첨에 당구한겜 치고선 술을 마시러 가죠..술 얼큰하게 취하면 노래부르러 가죠...노래방이 됐든..단란주점이 됐던간에...그리고 나와서 친구들과 같이 편먹고 스타팀플하는게 ...이 인생 최고의 낙인거 같습니다.
AntiqueStyle
04/09/09 20:30
수정 아이콘
오우~~ 지쟈쓰 너무 너무 공감가는 글입니다.
와룡선생//님두 고등학교때 내신은 별루 였겠군요.^^
04/09/09 20:47
수정 아이콘
당구스승으로 모시고 싶네요^^
저도 당구 정말 좋아한답니다~ 돈이 없고 실력이 없어서 그렇지;;
부산이면 가까워서 가끔 갈 수 있는데 훗;;
박용열
04/09/09 21:42
수정 아이콘
음.. 내년이 두려우시겠군요..

'서른 즈음에' 란 곡이 떠오른다는..
박용열
04/09/09 21:43
수정 아이콘
음.. 근데 학교 일찍 들어가셨나요??
93년도가 고1이어야 정상인데...
와룡선생
04/09/09 22:22
수정 아이콘
AntiqueStyle님// 당연히 내신 바닥이죠..ㅜㅜ 여담입니다만 얼마전 친구 아버님 상가집에서 고등학교 동기들이 꽤 모여서 하는얘기가 서로 자기가 전교 꼴찌였다고 우기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난 반에서는 꼴찌한번해봤지만 전교 꼴찌는 한번도 안했어라며.. 흐뭇해하던 기억이..ㅡㅡ;
Dizzy님// 스승이라뇨.. 지금은 맛세이도 못찍는걸요..ㅜㅜ
박용열님// 지적 감사합니다.. 93년도가 맞네요...ㅜㅜ
휘발유
04/09/09 23:23
수정 아이콘
아흙 당구 너무 좋아하는데 실력이 들쑥 날쑥 하네요 어떤 날은 100을 10분만에 빼버리는데 또 어떤날은 한시간을 해도 안빠지고 ㅠㅠ 당구 어떻게 하면 느는지 가르쳐주세요
그리운 아키
04/09/10 00:42
수정 아이콘
93년에 고1이라~ 듣기만 해도 부럽....(어허, 먹은 티 내기는~)

제 대학 시절에는 정말 당구장 많았죠. 선배들 공강시간마다 학교 밖으로 튀더군요. 그담엔 안들어올때도..

전 당구.... 29...... ^^;;;;;
김완섭
04/09/10 05:44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최근에 이상하게도 '옛날에 당구장 수만큼 피씨방이 생겼다'는 얘기를 두 사람한테 들었어요. 그 전엔 전혀 그런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요즘 당구장 구경하기 참 힘들어졌잖아요. 그리고 스타 때문에 기원도 없어진 것 같습니다. 전 직장생활 시작한 뒤로는 당구는 거의 안치게 되었지만 백수시절 기원에 날마다 출근했던 시절도 있었죠. 당시엔 채팅과 바둑이 생활의 거의 전부였는데.. 그래서 저는 스타로 인해 바둑을 안두게 된 케이스입니다. 당구는 스타 유행할 때 이미 안쳐본지 오래된 상태였고요. 남자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당구를 안치게 되는건 아마도 맨날 여자애들과 놀기때문이 아닐까요? 여자친구랑 만나서 할 수 있는게 술먹기랑 노래방 가기 섹스.. 뭐 이런 정도라서 남자들의 잡기는 자연스럽게 잊혀져가는 듯. 하지만 포켓볼 당구랑 스타는 여자친구와 같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아,, 암튼 재밌는 글 잘 읽었어요.
아리까리
04/09/10 08:12
수정 아이콘
저희 학교에는 학교내에 당구장이 있어서...(강의실한층이 당구장)개강하고 나서는 친구들과 스타보다 당구를 더 많이 치게되네요....
와룡선생
04/09/10 09:04
수정 아이콘
휘발유님// 제 경험상 당구 실력이나 점수를 높히려면 항상 나보다 잘치는 사람과 쳐야합니다.. 그러면 당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길도 많이 알게되고 공을 모으는 다양한 방법을 배우게 되죠..
그리고 스킬도 필요합니다. 손목 스냅이라던지 힘조절 정확한 타점...
뭐 제가 아는건 이정돕니다.. 도움이 되시려나 모르겠네요...
04/09/10 10:24
수정 아이콘
음 근데 당구장 구경하기가 힘들어졌나요 ?
제가 다니는곳이나 사는곳만 그런진 몰라도
아직 당구장 많이 있어요
생기는곳도 있구요 . 대로에 있는 건물들만 좀 봐도
당구장은 꼭 보이더라구요
학교근처야 말할것도 없구요
마젤란 Fund
04/09/10 12:11
수정 아이콘
93년도라.. 와룡선생님께서 편안히 당구를 치도록 저는 군에서 빡빡기고 있었군요 .당구 한시간 비용이면 피시방에선 질리도록 머물수 있는 비용이죠.이것도 무시못할 요인이겠죠.세월이란 정말 지나고 나면 한순간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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