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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3 21:46
여운이 담기라고 대놓고 만든 애니메이션의 여운이 넘치게 설계된 곡이라, 정말 일상에서 감당이 안되고 있습니다 크크크.
아니 이게 어떻게 기존 게임 삽입곡이죠. 진짜 이번 작품은 홍보용 작품이라고 하면서 본작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 하나 없이 아무렇게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면교사라고 생각합니다. 과장 보태서 사이버펑크 세계관은 이제 게임이 망해도 굴러가겠다 싶을 정도라니까요
22/12/13 22:22
작품을 보고 느낀점은 '기술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 입니다.
특히 사이버사이코현상은 기술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과정으로 느껴져요. 일론머스크가 뇌에 칩을 심어 지능을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100년 뒤쯤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22/12/13 23:37
사람의 가치가 사람의 부속물에 의해 결정되는, 다시 말해 사람의 가치 자체는 땅에 떨어진 시대라는 점에서만큼은 이미 우리 세계가 사이버펑크와 흡사하다고 느끼면서 봤습니다. 물론 전근대라고 해서 사람이 더 가치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그게 동질감에서 오는 감정이입을 해칠 정도는 못 되겠지요.
22/12/13 23:45
저도 평상시에는 기술사적인 떡밥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번 '엣지러너'는 좀더 전통적인 비극이여서 좋아한 점이 컸습니다.
메인과 데이비드를 미치게 하는건, (가능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실존하지 않는 사이버사이코시스인데, 오히려 이야기를 우리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건, 사이버사이코시스 없이도 돈 필요하고 가진 일 납기가 있으면 미쳐버릴 듯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일을 그르치며, 주변 사람들에게 폭언을 하게 되고, 스스로 죽음으로 나아가는 그냥 지금 세상이죠. 저 또한 '기술이 인간성을 말살하는 과정'이라고 이 작품을 비판적으로 보지만, 크롬 임플란트가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더 중앙집권되고, 이제 인간의 신체까지 가지고 놀려는 가진 자들, 기업들, 일을 위탁하며 소모품 취급하는 '나이트 시트'이자 '자본주의' '기술이 권력을 분배하는 것에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것에만 협조한다면 인간의 구원은 오기나 할것인가?' 100년 뒤에는 조니 실버핸드가 터트린 핵폭탄이 있는게 좋을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삶이 더 길어졌어도 의미는 더 생기지 않을테니까요
22/12/13 21:38
상남자가 아니라 저에게는 수상한 퍼.. 아닙니다.
어차피 이거 스포 당해서 볼까말까 고민 중인데(이상하게 시리즈물은 참 손이 안가요. 영화랑 비슷한 시간 투자인데…) 결국 이런 장르는 한 계단 한 계단 잘 쌓아올렸고 그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정확하게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이야기 구조가 정석적이고 그걸 알면서도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참 이런거 보면 여운 길게 남고 씁쓸하고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리즈 존잼!을 외치고 계신 가운데 저는 오히려 할인하는 싸펑 본 게임이 궁금해 지더라구요. 이런 똥믈리에 감성 크크크
22/12/13 21:52
파멸, 파국 다들 좋아하죠. 고대 그리스인들도 좋아했고, 스카페이스, 무간도, 신세계 같은 범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은 이런 결말 보려고 관객도 작당하는거죠 흐흐흐흐.
개인적으로 게임이라는 매체는 쌍방향 소통이 제한적으로나마 되니 좀더 넓게 잡으려고 했던 '시도' (구현 자체와 결과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여긴 게임게시판이 아니니까요)자체는 이해가 가고, 애니메이션은 일방적인 '설교'가 될수 없는 특성상 이런 궤도보이는 파국도 정말 적절하게 무기를 준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담백해서 시리즈물 같지 않은, 오히려 좀 긴 영화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시리즈물이라고 하면, 조연들의 서브플롯도 있어야하는데 엣지러너에서는 존재하지 않죠.
22/12/14 03:38
그런 이야기를 가진 작품들을 나열해 주시니까 생각이 난건데, 욕망, 혹은 자만 아니면 오만이라는 것이 이러한 작품들에 근간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애초에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할만한 이카루스 이야기도 성공의 자만에 빠져서 몰락한 인간의 이야기기도 하구요. 흐흐
저는 싸펑을 안해보고 대신 위쳐3를 해본 입장에서, 제 인생의 첫 RPG는 위쳐3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닥치고 사냥형 온라인 RPG만 해왔던 저에게 처음으로 선택과 그 영향을 보여준 RPG였거든요. 붉은 남작 퀘스트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크크크 그런 점에서 게임은 다른 매체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뭐 포탈이라든지, 혹은 영화적 연출로 끝장을 보는 콜옵 같은 시리즈가 있기도 하지만, 게임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예술이니까요. 별개의 이야기기지만, 블랙 미러의 인터렉티브 에피소드는 뭐랄까... 그냥 실험에 그친 느낌이 들더라구요. 좋아하는 블랙 미러 에피소드도 다른 것들이구요. 크크
22/12/13 21:48
가끔 영화나 다른 이야기들이 궤도가 보이는걸 죄악시하면서 비비꼬다가 이게 온건지 간건지 감도 안오는 뜨겁미지근한 결론을 내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간만에 진짜 정권찌르기로 얻어맞아서 좋았습니다. 최근에 탑건: 메버릭을 보지 않았다면 '최근 본 작품 중 유일하게 정공법을 잘 준비해왔다'라고 서술했을지도 모르겠군요
22/12/13 21:54
작품이 짧다보니, 반복되는 연출도 바로바로 기억나고, 반복되지 않은 연출도 알아보는 충격이 장난 아닌데, 오히려 여러번 등장하는 사이버사이코 연출보다 사이버사이코를 보고나서 멘탈이 나가버린 데이비드의 극화체 얼굴은 딱 한번만 쓰였죠.
정말 재밌는 감정 장난질이었습니다. 엣지러너가 제 마음을 가지고 한 장난은 쉽게 까먹기 힘들것 같네요
22/12/13 21:53
잘 만든 비극은 흔하진 않지만 맛이 아주 깊고 씁스름 하면서도 그 속에 감춰진 쥬시한 맛이 일품이죠
게임에 뿌리를 둔 또 다른 비극인 아케인도 추천합니다. 여기도 아예 그림체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처럼 개성있어서 맘에 들었음
22/12/13 22:03
흐흐흐, 아케인도 봐야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해서 볼 생각이 없었는데 (그리고 개인적으로 트위치에서 '바이 세상에 복수하고 싶은 너의 심정은 알지만'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미 본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더더욱 별로입니다. 아무래도 제 마음이 이미 맘에 안든다는 뜻이겠죠, 당장 '미션 임파서블'은 '아임 인어 헬리콥터' 수백번 듣고도 재밌다면서 영화보러 갔는데), 비극이라니 그래도 조금 설득이 되는 느낌입니다. 일단 '웬즈데이'도 봐야하고 한번 기회되면 보겠습니다 흐흐
22/12/13 22:17
아케인도 추천드립니다. 기생충에 대한 서구권의 열광도 그렇고, 이어지는 아케인의 성공이나 엣지러너의 흥행까지... 최근 서브컬쳐와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동서양의 공통 키워드가 결국에는 철저하게 양극화된 계급사회에 대한 장르적인 재발견이라는 게 시사하는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합께 겹쳐 볼 때의 재미도 있구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인 비극에 대한 정의처럼 카타르시스의 순간에 제공되는 '연민'과 '공포'라는 상반된 감정의 결합에 있어서 핵심은 피할 수 없는 자기 운명에 대한 발견이듯이, 결국 오늘날의 비극 역시 철저하게 사회적인 주체로서의 자기발견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레베카는 좀 살려주지.. 흑흑
22/12/13 22:05
또 한 명의 자다 일어난 사무라이 한 명이 사이버망령의 다단계 마수에 넘어가셨군요. 아라사카는 이래서 믿으면 안됩니다~
https://youtu.be/Igq3d6XA75Y
22/12/13 22:10
보이는데 피할 수 없는 이야기라니 '호러' 장르인건데, '호러'는 저렴함과 가성비의 장르인것치고는 아트워크와 연출이 너무나도 '돈이 발라진' 작품이라서 파멸도 괜찮다! 하고 본것도 있다고 봅니다 흐흐흐. 공각기동대 처음 보셨던 분들이 이렇게 감탄하면서 보셨을까요.
22/12/13 23:47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봐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상이 따르니, 완벽한 파멸이었죠. 크으, 요즘 이런 작품이 드물어서 뜻 깊었습니다.
22/12/13 22:26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같은 곡을 초반과 엔딩에서 들려주는데 들을 때의 감정이 전혀 달라지죠
처음 들을 때는 '노래 좋네'였는데 결말부에서 들을 때는 눈물이 질질....
22/12/14 00:01
20년 가까이 된 브릿팝을 뜬금없이 가져온 오프닝을 제외하고는, 이미 있는 게임내 삽입곡들 짜집기라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배경음악이 하나하나 장면에 매칭되어서 기억되는게 진짜 노래삽입이 아니라 사운드 디자인 자체를 잘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결론은 울고 싶습니다 흑흑
22/12/13 23:41
예상대로 전개되어서 예상대로 끝나는 결말이지만 참 큰 여운이 남는 작품이죠... 그래도 주인공 파티에 살아남는 캐릭터가 있다는 게 용하긴 했습니다.
22/12/14 00:03
막판에 루시와 팔코를 가지고서도, 아담 스매셔가 다 죽일지 아닐지 내기하는것처럼 구는게 되게 악취미스러웠죠 크크크, 결국 레베카와 데이비드가 몸을 바쳐준것 자체가 진짜 가슴 아팠습니다.
루시를 살린것도 은근히 의외였지만, 그래놓고 달로 보낸게 진짜 '더럽고 치사하고 못 되먹었'더라고요 크크크크 그래놓고 왜 노래를 또 틀어버리는건지 흑흑흑흑 모비 딕이군요. 고래는 없고 대신 달이지만, 모비 딕이에요.
22/12/13 23:45
글 끝에 인용하신 모비 딕의 에필로그 문장이 예전 막 감상이 끝난 시점으로 저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책임지세요. 엉엉.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2/12/14 00:06
차라리 비슷한 테마를 가진 '블레이드 러너'처럼 '빗속의 눈물처럼' 전부 사라진 이야기고 그래서 2076년의 나이트 시티는 끝나고, 2077년의 나이트 시티로 이어져도 될것 같은데, 상당히 더럽고 치사하게 결국 루시를 달에 남겨뒀지요. '항아'의 이야기처럼요. 엉엉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2/12/14 03:28
[혹시 몰라 이하 게임 스포]
=============================================== 사실 게임에서도 전 후유증이 제법 컸습니다. V(플레이어)와 조니의 관계는 어쩔 수 없는 적과의 공생으로 시작하지만 그 많은 사이드 에피소드를 하나씩 겪는 동안 서로 욕하고 으르렁댄 끝에 가끔은 위로하고 결국 삶을 양보하는 버디가 되어버리죠. 재키가 V(플레이어)를 전적으로 지지해주는 존재이면서 V(플레이어)의 무력함으로 인해 잃게 되어 가슴 아픈 존재로 남아버린다면, 조니는 전적으로 V(플레이어)를 불신하고 부정하면서 등장한다는 점에서 버디로서는 재키와 대조를 만들지만 인게임 상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오만가지 군상극을 통과하면서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겪고, 선택에 따라 결국 모든 것을 양보하고 떠나면서 재키보다 더 크게 자리잡아버리더군요. 그래서 첫 회차, 거의 모든 사이드퀘를 다 겪고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을 때 상실감이 너무 크게 남아 애먹었습니다. 위쳐3의 마지막에서 느꼈던, '아직 이 세계를 떠나고 싶지 않아'라는 감정과는 결이 다른 무엇이었죠. 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2077년의 세계에서 V는 조니의 유지를 이었습니다. [절대 싸움을 멈추지 마.]라는 한 마디가 끝이 정해진 삶을 완전히 태울 의지가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2076년, 어쩌면 2077년의 루시에게 데이비드는 어떤 존재로 남았을까요. 환영에서 본 아직 소년스럽던 시절의 웃는 얼굴이 살아나갈 이유가 되어주었을까요. 곱씹어보는 건 슬프고도 즐거운 일이고, 건조한 삶에서 잠깐이나마 그런 정서에 잠겼다 나올 수 있던 것만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모두 제게는 가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2/12/14 10:08
게임에서 조니와의 관계 나쁘지 않았고 어떻게보면 꼰대 욕쟁이 아저씨지만 전설적인 어르신인지라 뒤로 갈수록 경의감이나 존경보다는
아 이시키 상식적이지 않은 뭔짓 할지 모르는 애 같은 사람일세.. 라지만 미워할수 없는 파트너였죠. 공식적인 인물소개 자체도 자기중심적 나르시스트니까요. 그런데 주인공 V가 바뀐다기보다는 조니가 V로 인해서 변화하는게 여러 조니관련 사이드 퀘스트와 멀티엔딩에서 느껴지기는 합니다. 그래서 더 몰입하고 재미있던거 같네요.
22/12/14 00:07
개인적으로 좀 보기 힘들었습니다. 너무 정신없이 내달리기도 하고 보는 사람을 좀 몰아붙이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게 본작의 강점이기도 하겠죠. 저도 재밌게는 봤지만 두 번은 못 볼 것 같아요... 그나마 더빙 해주면 한번 더 볼랬는데...
22/12/14 00:11
'햄릿', '오이디푸스' 같은 작품도 피로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왜냐면 '비극적 영웅 (Tragic Hero)' 그러니까 이 바닥 주인공은 몰려서 이해는 가지만 비이성적인 선택을 해야하고, 결국 그런 성격 때문에 파국을 맞이 해야하는데, 작품에 쉴틈이 있으면 관객부터가 '그런데 이게 최선이야?'라고 되물으면서 몰입이 깨지기 때문이라더군요.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의 엣지러너 리뷰 중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 문제가 발목을 잡은 느낌도 많고요
저는 일본 더빙으로 봤으니, 조만간 영어 더빙으로는 한번 더 보고 아프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한국어 더빙이라도 추가되지 않는다면 또 건들것 같지는 않네요 흑흑. 비극이 이래서 돈을 많이 벌기 힘들군요
22/12/14 00:52
결말은 슬픔보단 나쁜짓 저지르다 올게 왔단 느낌이라 덤덤한데, 상식이 뒤틀린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온갖 군상을 보면서 끔찍한 감정이 들던..
이게 하이테크 미래라고? 으아아아아악!
22/12/14 16:27
Cdpr이 짠 스토리의 결말은 더 암울했는데, 트리거가 지금의 형태로 바꿨다고 하더군요. 느와르는 자칫 무미건조하기 쉽고, 에니매는 유치하고 오그라들기 쉽습니다. 두 제작사의 성향이 참 다른데 이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낸거 같아요. 레베카가 로리체형인 것도 트리거의 고집이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오덕들을 유입시키는데 한몫했죠.
아마 비슷한 성향의 제작사들끼리의 협업이었다면 별로 성공하지 못했을거 같아요. 다양성이 창작에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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