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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25 15:24:22 |
Name |
럭키잭 |
Subject |
[무지개의 요정-IntoTheRainB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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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좌절의 시기는 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나는 현재 프로 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최대의 위기 상태, 아주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허나,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비운 채 부활을 위한 연습에 들어갈 뿐.
그 시절, 나의 아이디, IntoTheRainBOw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혼란스런 마음을 바로잡고
다시 연습실로 향한다.
into the RainBow 무지개 속으로...
내가 아직 10대의 철부지였던 시절. 단지 게임이 좋아 학업을 팽개치고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며 대책 없이 서울로 상경했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 대책없이 가출한 10대의
멍청이가 돈 따윌 갖고 있을리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하루 하루 끼니를 때우기 위해 PC방 알바나 하며 청춘을 좀먹고 있던 시기,
그 방황의 늪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당대 유명 프로게이머였던 IntoTheRain 임성춘
이었다.
내가 아르바이트 하고 있던 PC 게임룸에 다른 게이머와 함께 조용히 연습게임을 하러
왔던 성춘이 형은, 나의 막무가내식 테스트 신청에 흔쾌히 승낙해 주었고, 운이 따랐던
건지 거기서 바로 재능을 인정받아 그-성춘이형-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프로게이
머를 향한 꿈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같이 프로 게이머를 꿈꾸던, 동료(게이머)들과의 연습경기는
날마다 참패의 연속이었고. 커다란 기대를 안고 참가했던, 각종 리그 예선들 마저도
모두 참패를 하며 탈락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 그날도 성춘형과의 연습 경기에서 또 다시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치욕의 참패를 맞게 되었다.
‘역시, 무리인가. 어쩌자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집을 나왔던 건지. 역시 나에겐...프로의
자질 같은건 없는걸까.’ 체념하고 있는 내 뒤로 성춘이 형이 다가와 말한다.
“성제야. 너 너무 리버만 대놓고 쓰는 것 아니야? 전에도 말했듯이 리버는 양날의 검이야.
상대방이 알아채기만 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게 리버라구. 다른 패턴도 연습을 해야지
그것만 고집하면 어떻게 하냐.“
.
.
나도... 알아. 그런데 그거 아니면 게임이 아예 안 풀리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역시 나는... 프로 따위가 다 뭐냐. 나에겐 재능이 없다......!
“형... 저 게임, 그만 둘래요.”
나의 갑작스런 통보에 형이 놀라며 물었다.
“너 무슨 소리야. 이제 부모님한테도 허락 받았고, 서서히 익숙해져 가고 있는 중인데
게임을 그만두다니. 너 무슨 일 있어?“
“아뇨...그냥.. 그냥.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요.”
나의 체념을 들은 성춘이 형은 의자에 앉아 잠시 침묵을 지키다 이내 입을 열었다.
“성제야. 이 형도, 그런 생각...한두번 해본것도 아니다. 세상엔 수많은 강자가 있고,
그런 난관에 부딪힐때마다 내 자질에 대해 의심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그런 벽을 만났
을때, 게임을 그만둬 버렸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 “
전혀 와 닿지 않았다. 그는 나와 다른, 최고의 게이머 였으니까. 그런 난관 따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겠지.
“.......”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형은 너에게 기대가 아주 크다. 형은 너를 내 뒤를 이을만한
인재라고 생각 하고 있어. 그런 녀석이 이렇게 쉽게 게임을 포기하다니. 그것도 이겨내지
못하면 앞으로 또 무엇을 할 수 있겠어.“
IntoTheRain의..... 뒤를 이을.. 후계자?
“노...농담하지 말아요!! 형은...현 시기 최고의 프로게이머잖아요! 그런데 전...연습경기
에서도 매번 지고....예선에서도 탈락만하고....재능이 없는거라구요! 그 정도는 나도 알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늘 온화하기만 했던 성춘이 형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아! 어째서 그렇게 쉽게 체념하고 자신을 비하 하는거지? 너 그
정도밖에 안되는 녀석이었어? 내가 최고의 게이머라고? 내가 최고라면 너는 그 최고를 뛰
어 넘을 수 있는 재목이야! 나라는 비가 멈춘 뒤에 맑게 갠 하늘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해
공허한 하늘을 채워줄 무지개를 피울 선수가 바로 너란 말이야! 재능이라고?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해? 재능이라면 넌 내가 본 그 어떤 선수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
이 멍청이 자식!“
형은,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주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 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무지개는 단지 허상에 불과해요! 그런건...그냥 형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요!”
고작 그런 것도 이겨내지 못하고 투정했던, 그저 약하기만 했던 나에 대한 분노 때문
이었을까?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준 성춘이 형에게 되려 화를 내고 집을 뛰쳐나와 버렸다.
그 후 발 닫는대로 여기 저기 돌아 다닌지 얼마가 지났을 때였을까.
어디인지 모를 강변에 도착해서야 나의 어린애 같았던 행동에 비로소 후회감이 들었지만,
다시 돌아갈 용기가 없어, 그냥 강변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꼬마가 나에게 다가와 슬며시 사탕을 내밀며 말했다.
“오빠, 사탕 먹을래요?”
‘뭐냐 넌...’ 이런 어린애가 이 시간에 부모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다니.
나는 손서레를 치며 말했다.
“....그런거 먹으면 이 썩는다. 먹지 마.”
사탕... 생각해보니 나는 어린시절, 단 것을 참 좋아했다. 쵸콜릿, 사탕에, 불량식품까지....
학교에 들어가서까지 불량식품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내가, 단 것을 먹지 않게 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아마도, 어금니가 모두 썩어 양쪽 어금니를 모두 금속제로 갈아야 했던
때부터 였겠지.
“하지만 달콤하잖아요.” ..달콤함은. 유혹에 불과하다.
“그 달콤함이... 언젠간 네 이를 몽땅 뽑아 갈 거다. 크크, 뭐, 나랑은 상관없지만.”
꼬마는 여전히 사탕을 물고 말한다.
“양치만 게을리 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 없다고 했네요.”
내가... 양치질을 게을리 했던가?
꼬마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먼저 앉아있던 나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내 옆에 딱
붙어 앉았다.
“무지개가. 참 예쁘지 않아요? 누구던 가끔은, 무지개에 올라타는 상상을 하곤 하죠.”
무지개?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봤지만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무지개는 수분과 빛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당연히 올라갈 수 없어.”
“무지개는 허상이 아니에요, 저는 여기에 있는걸요.”
뭐라는 거냐.......이 꼬마.
“꼬마야 귀찮다, 저리 가라.”
하지만 꼬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오빠는 원래 그렇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나요?“
부정적이라고....
“그런 건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꼬마야. 그건 부정적인 게 아니라 사실을
받아들이는 거야. 현실을 직시하는 거라고. 어른이 되어보면 너도 알게 되겠지... 아마도.“
꼬마가 알아듣기엔 어려운 말이었을까. 무시당한 주제에, 꼬마는 기분 나쁜 내색 하나 없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른 사탕을 꺼내 입에 물며 말한다.
“비가 올 때면 하늘이 어둑해져서 싫어요.”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살아가지 못하겠지.”
나의 말을 들은 꼬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먹구름이 없다면, 무지개도 피지 못할 거에요. 그리고, 비가 온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 사람은 활짝 갠 하늘의 무지개도 보지 못하겠죠."
활짝 갠 하늘과. 무지개...?
부모도 없이 혼자 강변에 나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상한 말을 하는 어린아이.
꼬마의 아이답지 않은 말에 놀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그 자리엔
방금까지 말을 주저리던 꼬마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작은 쪽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오빠는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실수 한번쯤은 괜찮잖아요?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태에 어리둥절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건물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다리 뒤에, 커다란 무지개가 피어 있었다.
동화책에서나 봤던,
어린시절 가끔 머릿속에 그렸던 커다란 무지개가.
무지개는. 말한다.
“나는 허상이 아니야”
"하하....그래."
똑똑히 새겨두지. 꼬마 아가씨...
그리고 나는,
“형...잘못했어요.”
“무슨 잘못은. 괜찮아. 이 자식아. 그 나이 땐 다 그런 거야. 자, 빨리 들어가서
연습해야지. 예선 얼마 안 남았다.”
가출한지 세 시간 만에 다시 연습실로 돌아온 나는 마음을 바로잡고 연습을 재개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지긋지긋한 오프라인 예선을 뚫고, 방송리그 본선에 올라가게
된다.
어떠한 난관이 앞을 막는다 해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프로.
IntoTheRain의 후계자.
무지개 요정의 가호를 받은 사나이.
그것이 바로 나 IntoTheRainBOw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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