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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2 18:44:13
Name onYourLeftSide
Subject [잡담] 모든이에게 '선생님'이 될수 있는 우리
안녕하세요 onYourLeftSide입니다.

어제였던가 얼마전에 tv뉴스에도 나왔을 만큼 이슈가 되고 있는 여고생을 폭행하는 교사
이야기가 있었던 것을 아실 겁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저도 주변에
교사로 있는 분이 계시지만, 그모습은 정말 학교 선생님이 할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록 긴 글이고 스타크래프트와 1g밖에 관계없는 글이지만, 제 생각을 한번 적어봤습니다.

-------------------
예전에 내게 좋은 선생님이셨던 분이 계셨다.


어떤 계기로 인해 그분께 수업을 받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의 스타일이 어떤가 하면
안되는 건 절 대 안된다 하시는 성격이었다. 완고하고, 그러는 한편은  조금의 게으름과 태만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하시는 그런 분이었다. 하지만 조언을 구할때면 어김없이 자신의 모든 마음
과 경험과 지식을 통해 인생의 선배로써, 또 수업의 선생으로써 마음으로부터의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생긴것도 무척 남자 답게 생기셨는데다, 흰머리에 늘 스포츠 형 헤어를 하고 다니셨었다.
그 분은 술을 좋아하셨는데, 한 번은 술을 마시면서 사모님과 어떻게 결혼했냐고 물었다.
선으로 만났는데. 사모님이 그 분께 먼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알았다며 바로 받
아 주셨다고 했다. 왜 그랬냐고 묻자 .마음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 자신을 좋아한다는데
거절할 수 없지 않느냐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머랄까 상투적 표현을 빌면 그야 말로 남자의
로망 그 자체였다 -_-;


강의에 영어원문이 많았는데 한국식이 아닌 원어발음 그대로 해서 처음에는 어색하다 못해 우습게
까지 들렸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사실 외국어발음은 가능한 원음대로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발음 구조상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xx란 사람의 이름을 외국인이 초이라고 부른다거나,
한국 사람이 기요틴을 길로틴이라고 부르는 것은 때에 따라서는 자국민에게 거부감을 느끼거나
다소 자존심이 상하게 될 정도로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은 외국말을 하고 있지만 그  
베이스는 자국어에 있으니, 상대방말을 할바에는 그것도 이해력, 노력 부족이라고 까지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건 그 분의 수업을 따라가는 것 또한 쉬운일이 아니었는데. 주어진 과제는 물론이거니와
그 날 수업시간에 해야하는 과정도 보통의 3배분량에 달할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로 밀어 붙
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분의 수업내용의 난의도도 어려웠고, 과제는 더욱 예술이었다.
예를 들면 오늘  시동거는 것을 배웠다면, 그날 과제는 고속도로타고 오기 정도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배운거 외의 지식은 뽀나스로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머리에서 열이 나지 않는한 절대 답은 알려주지 않는다'가 그 분의 생각이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개인적으로 게으렀던 나는 결국 클래스에서 하위권일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면서 테스트가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나도 발버둥
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우리와 같은 교육을 받는 클래스가 여럿이 있었고 실질적으로 서로 경쟁관계 였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마침내 중간테스트가 있었는데 그 결과는
우리 클래스에서 하위에 속하던 내가 테스트에서 만점을 맞는 정도의 압도적인 결과가 나와 버렸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결과가 좋아서 나는 더 이상 수업을 받지 않아도 되게 될정도가 되었다.
그 이유는 아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으므로 그들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자는 그 분
의  지도방침에 따라서였다.  나는 자율적으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식으로만 수업에 참여하면
되었다. 그 분의 생각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였다.

그 분은 학생이 한명이라도 남아 있는한 질문에 대답해 주기 위해 보통 밤11시까지 자진해서 남아
계셨다.

그렇다고 그 분이 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스파르타 식으로 과제를 주어 학생들에게 노력하게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분은 한국에서도 OS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한명이었다. 그 분에 대한 호칭도 교수님으로 불리다가 차후에 자연스레
박실장님으로 바뀌어갔다. 언제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조언해 주시고, 자신을 믿으라고
조언해 주시고, 신뢰란게 어떤 것이란 걸 몸소 보여주신 분이셨다.


그러나 그분이 무언가를 해결 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은 늘 단 한마디 뿐이었다.





'힘을 냅니다'

이상하게도 난 아직도 이 말을 되새길 때마다, 그 어떤 말보다 내게 힘이 된다.
어떤 무거운 큰 바위가 나를 짓누르고 있을 때, 나는 이말을 되새길때 마다 내게서 조금씩 힘이
솟아 마침내는 이 바위를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얼마전에 여고생이 학교 등록금과 같은 이유로 어떤 되먹지 못한 학교 선생에게 주먹으로 무참히 맞
는 것을 9시 뉴스에서 보고는  정말 오랜만에 깜짝 놀랄만큼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사실 나도 고등학생때 우리 학급에서 저렇게 맞는 것을 종종 본적이 있고, 나도 선생님께 대들다가
많이 맞은 적도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단순히 이해나 조언만으로 지도 할 수 없을 때가 부득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엄연히 다른 때이고, 거기다 여학생이 아닌가?  주먹으로 여학생을 그렇게
때리다니..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그것은 선생의 자질에 문제 아니 그걸 떠나서 한 인간으로써의
인격과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짓이었다. 적어도 그것은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학생에 대해서
학생을 위해서 해야할 행동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군대에서 배워온 몇안되는 것 중에 이런게 있다.

내가 병장이던 때 나와 동기인 같은 병장 한명 그리고 한참 후임인 애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후임인 애들은 일을 잘 못했고, 힘들어 했다.
당시 나는 이른바 착한 고참(-_-)의 표본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 주려 했다.
그런데 내 동기였던 녀석이 나를 말리면서, 그 애들이 하도록 놔두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걔네
들이 너무 힘들어 할때 가서 비로서 일의 요령도 알려주고 나와 함께 돕자고 했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그 녀석이 후임들에게 한 말이 이랬다.
'선임인 우리가 너희 일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지는 못한다.'

그 전날 난 그 동기 녀석과 영창갈 정도로 싸운 사이였지만. 그 날 나는 동기에게 먼저 사과했고
그 녀석도 곧 내게 사과 했었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되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고참이 더 기억나고 고맙게 느끼는 것도 어쨌건 간에 그들로 인해 나는
더 많은 것을 스스로 배울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기도 한 한편 나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선임인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한마디 말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소위 사랑의 매가 될 수 도 있을 지언정
그러한 마음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 선생 따위가 가하는 처벌이라면 그 경중을 떠나 그 것은
한낱 깡패들의 자기과시에 불과 할 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나는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작태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우며, 우리 모두인
타인에 대해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나 싶다.


------
pgr21 올림에 부쳐..
사실은 저의 좋은 선생님이셨던 박실장님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려다 말투가 강경해 졌습니다 ^^
그 분은 그야 말로 한 떨기 질럿과 같은 삶을 사신 분이시죠 ^^; (부산에 갈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뵙고 싶은 분입니다.)


긴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적이 있으시면 바로 삭제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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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4/02 18:55
수정 아이콘
한떨기 질럿이라는.... 제게 있어 질럿은 자신의 몸을 던져 - 특히 테란전에 있어 - 동료 드라군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촛불과 같은 존재로 보고 있는데 참 좋은 표현입니다..^^;; (뻘쭘..t.t)
슬픈비
04/04/02 19:04
수정 아이콘
음...그렇군요..저희 아버지가 선생님인데..못내 아쉬운글들이 많았는데..이런분들이 있어서..정말 다행입니다..ㅠ_ㅠ 좋은글 올려주신거..정말 감사합니다^^
총알이 모자라.
04/04/02 20:54
수정 아이콘
지적이 있다고 삭제하는건 너무하겠죠?^^
좋은 선생님들 참 많이 계시죠. 뉴스라는게 안좋은 일만 나오는 거니 그려려니 합니다. 전국에서 오늘도 후진양성에 힘쓰시는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04/04/02 20:55
수정 아이콘
좀전에 뉴스를 보니깐 강원도 지역에 46세 되신 교사께서 중학생을 성추행 하였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춘천지역에 사는 저로서는 아주 유감. 더욱 웃긴것은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해당교사를 근신 처분으로 처벌한다고 하더군요. 선생님 다운 선생님은 계속 줄어가나 봅니다.
Ms.초밥왕
04/04/03 00:03
수정 아이콘
그래도 아직은 교육신조가 뚜렷하신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다만, 이런저런 일들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좋은 선생님들의 존재를 점점 못 느끼고 있는거겠지요.... 참....언제 뉴스에서 훈훈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수나 있을지....-_-(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나쁜 소식이 아닌 좋은 소식들을 많이 들려주면 가슴훈훈하니 참 좋을텐데... 갑자기 B#카드 선전이 불현듯 생각이..^^;;)

참 글이 따뜻하고 좋습니다..^^
저도..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게 열심히 정진해야겠지요..
인격적으로 성숙 되어있고, 사랑으로 아이들을 이끄는 그런 따뜻한 선생님이요.. 제 희망사항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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