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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25 05:47:53
Name The xian
File #1 1259057986_1.jpg (109.3 KB), Download : 45
Subject 생일인데도,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던 그대의 모습


아쉬운 경기의 패배보다, 그래서 아쉬워하는 다른 선수들의 모습보다 더 안타깝고,
의아하게 전환된 경기의 흐름보다 더 의아했던 것은.

오늘, 아니, 어제의 경기 내내 - 내가 기억하기로 - 단 한번도 웃지 않았던, 그대의 모습.


팬들이 정성스레 마련해준 간식과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도, 승리한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도
웃음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경기 내내 굳은 얼굴 그대로였던, 사진과 화면에 비친 그대의 모습이

그저 건강 때문일까, 눈 앞에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선 후배를 보았기 때문일까.
팀 분위기상, 그저 팀이 진 상황에서 웃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하는 느낌이 들고.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내가 과거에 그대와 그대의 팀을 찾아갔을 때에 겪었던 부분적인 경험과,
그리고 마치 자신이 누구의 목줄이라도 쥐고 있는 듯한 자의 이야기와 맞부딪치며......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망상을 낳는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밤중인데도, 그리고 새벽인데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눈물이 가득 고여 베개를 적실 때까지 울고 나서야 정신을 수습했다.



......내가 눈물 흘린 것은 내 탓이지 그대 탓이 아니다. 내가 알면 얼마나 알고, 판단하면 얼마나 판단할까.

나는 그대의 삶을 이리 가게도 할 수 없고 저리 가게도 할 수 없으며 이것을 하라 마라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대에 대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원하는 대로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캐낼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그저,

내 시각에서 본 걸로 판단하고,
내가 들은 것으로 생각하고,
느낀 것으로 번민하는

그저 지켜보는 사람이고.

다만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면 잠조차 청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눈물을 쏟을 정도로 슬퍼하고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번민하며 삭이고 삭이고 또 삭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다가 좋은 날이 오면 삭인 것들을 모두 날려보내며 기뻐할 뿐이다.


기억하는지...... 내가 찾아간 날, 아쉬운 패배에 머리를 쥐어뜯듯이 긁적이며 그대가 아쉬워하고 괴로워했듯이
나 역시 그대에 대한 편치 않은 무언가를 느끼면 아쉬워하고 괴로워하는 것 뿐이다.

그대가 다치거나, 부당한 대접을 받거나, 그대의 위업과 노력과 업적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내가 두고볼 수 없기에.


참 잔인하고 미안한 말인데 다음에는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다 해도 웃어줬으면 좋겠어.
최고의 위업을 지닌 이윤열이라는 대 선수가 그저 어떤 날 찌푸린 표정 때문에 사람들에게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그대의 위업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다면. 그건 참 억울하잖아.


팬카페에서 생일메시지를 받고 있길래 이런 글을 썼다.
==============================================================================
"一星之火도 能燒萬頃之薪하고, 半句非言도 誤損平生之德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대의 우승을 향한 열망이 그대의 마음과 팬들의 마음과 e스포츠를 다시 뜨겁게 태우기를 바라고,
그대가 힘들고 지쳐 많이 약해져 있더라도 한순간의 충동이나 조급함으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온 덕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윤열 선수가 목표를 지키고 있어서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항상 노력하고 있기에 응원하고 신뢰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대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이 전해진다면. 내가 겪는 한 순간의 불면은, 그리고 내가 흘린 한 순간의 눈물은 아무 것도 아니리.


내 살 날이 그대의 살 날 보다 적을 것이기에,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축복을 전하고 싶지만,


"나는 앞으로 그대가 원하는 날까지 그대가 프로게이머로 살아가는 인생 동안,
그리고 언제부터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프로게이머 이후 살게 될 최소 50여 년 이상의 인생 동안,
그대가 원하는 삶을 살며, 그리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내 머리로는 이런 식상한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다음엔 웃어주기를. 그리고 마우스와 키보드 앞에 설 수 있기를.

그리고 승리할 수 있기를.


- The xian -

(사진출처 : 포모스, 위메이드 vs KT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1라운드 화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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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_-V
09/11/25 07:48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 언제쯤 한번 볼수 있을까요....
09/11/25 08:04
수정 아이콘
뭐랄까.
요즘 이윤열 선수가 굉장히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눈 수술 이후로 인상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무언가 심리적으로 굉장히 압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얼굴에 씌여 있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 기요틴에 올라가기 전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마리 앙투와네트처럼, 무언가 자아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려버린 듯한 느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현재 팀원들과 연습도 같이 하지 못하고, 랭킹전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까닭이 무엇일까요.
E-sports 의 살아있는 전설이 겪고 있는 괴로움이 어떤 것일까요.
웃음을 잃어버린 천재의 모습에 저도 마음이 참 착잡하고 무겁습니다.
09/11/25 09:02
수정 아이콘
좀 나와줬으면...
1군에 있으면서 한번을 안나오니...맘같아선 차라리 2군으로 가서 평가전으로 소식으로라도 듣고싶네요
김영대
09/11/25 09:18
수정 아이콘
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요즘 이윤열 선수 왜 안 나오는 건가요?
카이레스
09/11/25 09:23
수정 아이콘
위메이드석을 비출 때마다 이윤열 선수만 찾아봤는데
인상이 조금 변했다 해도 너무 어둡고 굳어있는 표정..
무엇일까요.. 게임 내적인 것만은 아닌 거 같은 불안한 느낌도 들고...
가장 보고 싶은 선수가 가장 소식이 없으니 답답하네요.
Flying-LeafV
09/11/25 09:24
수정 아이콘
어제 경기장에는 나왔었군요.^^

이윤열 선수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임이최마율~
09/11/25 09:24
수정 아이콘
저는 위 사진에서 이영한 선수 옆에 있는 선수가 누구지??????하고 한참동안 들여봤습니다...;;;;;;
인상이 많이 바뀐 느낌이네요
이녜스타
09/11/25 10:00
수정 아이콘
이윤열 화이팅 입니다.
09/11/25 10:20
수정 아이콘
허... 정말 인상이 많이 변했군요.. 천진난만하고 여유로운 그의 미소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마치 인생에서 가장 쓰고 쓴 실패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네요.. 무엇이 당신을 변하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온게임넷 골든 마우스를 획득하던 그 마지막 우승처럼 좌절하지 않고
다시 큰 영광의 길을 걷길 바라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만히 손을 잡
09/11/25 10:27
수정 아이콘
세월이 지나가며 그 무게가 어깨에 내리는 거죠..
임요환선수도 그렇게 지나가야 할때가 있었죠. 홍진호선수도 박정석 선수도..
올드들끼리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며 서로 다시 다짐해보기를...
09/11/25 10:35
수정 아이콘
저는 어제 티비로 보면서도 처음에 이윤열 선수인걸 못알아 봤었습니다 ^^;
뭔가 풍기는 이미지도 그렇고 전과는 다른 모습이더라구요.
다시 경기하는 모습 보고싶네요.
오가사카
09/11/25 11:57
수정 아이콘
군대라는 최후의 보류가 그를 더더욱 힘들게하고있는건지도모릅니다
힘내세요
09/11/25 13:18
수정 아이콘
---------------------------------------------------------
"요환이 형을 앞서는 프로게이머가 된다는 말은 쉽게 못할 것 같아요. e스포츠를 위해 요환이 형이 여러 방면에서 앞장서서 이끌어 준 것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요환이 형은 모든 면에서 앞장서고 있고, 저는 끝까지 뒤를 따라가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대신 나는 요환이 형이 이루지 못한 화려한 업적을 이뤄내고 싶어요. 앞으로 2~3년 안에 군대에 가야 하는데 군대에 가서도 게임을 계속하고 싶어요. 요환이 형처럼 30대 프로게이머도 해야죠. 제가 해야 할 일이고,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스포츠를 보더라도 최고의 선수는 오래 기억에 남고, 그 바탕에는 뛰어난 기록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기록을 남기는 전설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요"
--------------------------------------------------------------

2007년 08월 14일 포모스 라이브 인터뷰에서..

슬슬 발동 걸어야지요. 이윤열 선수!

유난히도 게이머 인생사가 순탄친 않았지만 언제나 그런 우려를 보기좋게 날려버리고
성적으로 보답해오는 이윤열 선수에게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같은 나이지만 그런 연유로 한없이 커보였던 이윤열 선수의 모습을 다시금 보고 싶네요.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홍제헌
09/11/25 13:37
수정 아이콘
처음보고 오영종 선수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일케이크에 적혀있는 문자가 nada...... 하루빨리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가만히 손을 잡
09/11/25 13:51
수정 아이콘
큰쵸코님// 감독탓을 하기에 위메이드는 지금 성적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 불합리한 감독밑에 있어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아플 뿐입니다
이윤열선수 분명히 못해서 안나오는것이 아닐거에요. ---------이건 본인의 생각이자 너무도 근거없는 억측입니다.
누가 보면 김양중감독이 일부로 이윤열선수 핍박하는 줄 알겠습니다.
위메이드 감독자리가 이윤열선수 뒷바라지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김양중감독과 이윤열선수 둘 다 만난지가 오래 된
사람들입니다. 김양중감독도 이윤열선수가 조금이라도 성적을 내는게 자신에게 좋은 일이고요. 너무 김양중감독을 비하해
글을 쓰신거 같습니다. 최소한 <김양중이..>를 <김양중감독님>으로는 아니어도 <김양중 감독>으로는 수정해 주시지요.
감독이라고 하기도 싫으시면 김양중씨라도...
YounHa_v
09/11/25 14:22
수정 아이콘
큰쵸코님// 추측만으로 하시는 비난 대단하네요.
greatest-one
09/11/25 17:10
수정 아이콘
하아...기다림은 항상 익숙해왔습니다...
끝나지만 않게 해주세요....
그것마저...못한다면...
ROKZeaLoT
09/11/26 19:04
수정 아이콘
결국엔 돈이 원수죠...라고 하기에는 그동안의 세월이 너무 큰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4대천왕이나 박지호,오영종선수 볼때마다 장재호선수 팬들이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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