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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26 15:32:11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e-sports로망활극 "내 꿈이 하늘을 나를 때' - 제 18 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1) |
“인수랑 동호, 둘이 갔다와.”
“네.”
주훈 감독은 입이 써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앞에 놓인 음료수를 냅다 한잔 들이킬려다 천천히 입에 머금고 적셨다. 믿었던 에이스의 패배. 분명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할 경기가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에이스의 역할은 승리였다.
“요환아.”
“네.”
주훈 감독은 심각했지만 당사자 임요환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보였다.
“하기 싫더니?”
“네?”
“하기 싫더냐고. 내가 시킨대로 하기가 싫었니?”
“아뇨.. 그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거 아니잖아. 초시계 놔두고 연습한 건 다 뭐였어?”
“감독님.”
임요환은 주훈 감독의 이상스러운 비장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 자기에게 내린 오더부터 그는 수긍할 수 없었다. 아마추어를 상대로 큰경기에서나 써볼 도박수를 던지라니.... 물론 자신의 실력을 모두 사용한다면 홍진호나 박성준이라도 러시를 막아낼 확률은 반 이하였다. 내심 자존심에 빌드가 늦춰 졌긴 했지만 상대의 4드론 타이밍도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스스로도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여기 있는 누구도 임요환이 아마츄어를 상대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훈 감독은 마치 결승전에서나 보여줄듯한 비장함으로 자신을 압박했다.
“감독님... 좀 이상하세요.”
“뭐?”
“좀 이상하시다구요. 팬미팅 행사인데 왜이리 무게를 잡고 계세요.”
임요환이 말문을 트자 약속했다는 듯 다른 선수들도 동감의 눈빛을 주 감독에게 보내었다. 감독님 이상하세요. 감독님 왜그러세요. 놀러가는 거라 그러셨잖아요. 도대체 쟤들이 뭔데요.......
“요환아.”
“네.”
“니 눈빛은 꼭 ‘쟤들이 뭔데 그렇게 이기려고 용을 쓰세요.’ 하고 묻는 것 같구나.”
임요환 보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들킨 김성제가 더 뜨끔 했다.
“너는 저 아이들..아니 정확히 저 어린 친구. 정인우에 대해서 몰라.”
“정..인우요? 주장처럼 보이는 얘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바로 저 녀석. 조 감독이 아주 교활한 녀석이라며 주의를 주더구나.”
“조규남 감독님 께서요? 아....맞아. 저번에 GO가 부산 가서 경기했다더니 저 아이들인가요?”
“그래. 맞아. 바로 저 녀석이지.”
“그렇다곤 해도...... 어차피 행사잖아요. 이기든 지든 별상관 없어요. 팬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최대한 선사하는 것이 중요한거 아닌가요?”
“볼거리?..후후...하하하..”
볼거리란 요환의 말에 주감독은 웃었다. 선수들은 따라 웃어야 될지 참아야 할지를 몰라 그냥 어리둥절 했다. 주 감독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두 번째 제물이 될 거라는 것을. 시나리오는 인우의 뜻대로 흐르고 있었다. 숨 막히는 공방 후에 포인트를 앞 선 후, 연습생들에게 패배한다. 프로는 지고 연습생은 이기니 판세가 우스운 모양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스의 격돌. 최고의 경기로서 자신들을 사람들에게 각인 시키는 수순.
요한의 말이 맞다. 자신들은 행사를 나온 것 뿐이고 이기든 지든 제미있게만 장식한다면 손해볼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상대는 달랐다. 그들은 화려한 것을 얻게 된다.
“프로 상대로 2승인거지. 그것도 팬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화려하게.”
“알겠제? 2승인기라. 프로상대로.”
“행님..진짜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길 수 있다 임마. GO하고 할 때 생각 안나나?”
“그래도....”
“잘해봐. 형근이하고 상식이 나가자. 이번판은 연습생들이 나올끼야. 잔재주 피울 생각은 하지말고 알겠제?”
“예.”
“최대한 강하게 밀어 붙여라. 절대 힘에서 밀리는 모습 보여주면 안된다. 이기라고 안할테니까 실수만 하지 말고.”
“예.”
“동호하고 철수 갔다와.”
“예.”
주감독은 연습생 둘을 내 보내었다. 모습은 우습게 되겠지만 쓰지 않아도 될 자리에 자신의 선수들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분수령은 5경기라는 것을 저쪽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다. 주훈 감독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누구를 내 보낼 것인가. 완전하게 석을 죽이기 위해서는 누구를 써서 밟아 놓아야할 것인가. 프로리그 결승보다 더 머리가 아픈 주훈 감독이었다.
“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제 4 경기 2:2 팀플을 시작하겠습니다. 맵은 로스트 템플이구요. 선수들이 준비가 끝났네요. 바로 시작 할게요.”
확실히 장내 분위기는 많이 다운되어 있었다. 유명선수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몇몇의 남자들이 6:00팀을 향해 환호를 질렀으나 단발로 끝이 났다. T1의 팬들은 연습생들의 이름을 몰라 그저 ‘T1 파이팅!’을 외쳤다.
5, 4, 3, 2, 1
경기시작. 맵은 로스트 템플. T1의 저그와 프로토스가 상하로, 6:00의 저그와 프로토스가 좌우로 배치되었다.
예상외로 초반의 움직임은 꽤 고요 했다. 연습생들은 연습생대로 6:00는 6:00대로 신중하기 이를 떄 없었다. 저그들은 러시를 감안한 듯 9드론으로 시작했지만 바쁘게 정찰만을 할뿐 러시는 들어가지 않았다.
승부수는 T1의 프로토스에게서 시작 되었다. 다수의 저글링을 나누어 6:00팀을 교란하는 틈을 타 빠르게 테크를 올리기 시작했다. 로보틱스 아니면 아둔이었다.
주훈 감독은 본능적으로 6:00팀의 선수들에게 특별한 오더가 내려가지 않았음을 느꼈다. 어떠한 전략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힘대결을 해보겠다는 듯 멀티 타이밍을 재는 듯한 움직을 보였기 떄문이었다. 이 정도면 다크나 예상치 못한 리버로서 한방에 괴멸 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PPPPPPP'
'PPPPPPPPPPPP'
'삐빅~‘
“어~ 뭐야~”
“아이...뭐야 뭐!”
게임이 포즈되었다. 관객들은 짜증인지 무언지 알 수 없는 탄성들을 내 질렀다. 6:00팀의 선수가 포즈를 요구한 것이었다. 인우는 어느새 자신의 팀 선수들에게 가 있었다. 사장님이 얼른 올라가 인우에게 다가갔다. 인우와 사장님은 얘기를 나눴고 사장님의 얼굴이 이리저리 바뀌었다.
“무슨일입니까?”
“감독님..6:00팀에서 포즈를 요구했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문제인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뭐죠? 그게 아니라면 문제 될게 없었는데요. 관객 분들도 매너를 지키시고.”
“그게..... 하나를 빼먹었답니다.”
“네?”
“핸디캡을 빼먹었답니다. 프로 상대로 핸디캡 하나 가지고 시작하는데 왜 그걸 뺴먹고 출발하냐는데요?”
“네? 뭐요?”
주훈 감독도 이럴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당황 스러웠다. 핸디캡을 빼먹었다라.... 생각지도 못한 건데...
“거 일부러 슬쩍 넘어간거 아니가.”
귀에 거슬리는 혼잣말. 정인우였다. 인우는 딴청을 피우며 혼잣말을 해 댔지만 목소리가 너무 커서 주훈 자신에게도 들릴 지경이었다. 저 뻔한 도발. 저기에 한순간이라도 귀가 솔깃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알겠습니다. 가서 원하는거 아무거나 말하라고 하세요.”
“예. 감독님 죄송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제 잘못인데.”
“아닙니다. 사장님이 무슨 잘못을..하여간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예.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봐. 인우군. 핸디캡 아무거나 하래.”
“쳇. 진작에 그래야지요. 게임이 반이나 흘렀는데 그러면 어떻합니까?”
“아니 그런건 자네가 챙겨야지. 그걸 주 감독님 한테 그러면 어떻해.”
“아 몰라요 나는. 사장님이랑 얘기할 거 없어요.”
“아 정말, 왜 이래.”
“사장님 과 할 얘기 없다니까요.”
“그럼 잠깐 일루와요. 나랑 얘기 해요.”
주감독이 선뜻 인우를 불렀다. 관객들의 눈이 좌우로 번갈아 움직이며 양진영의 감독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6:00팀의 선수들은 계속 무언가를 소근 대고 있었으며 T1의 선수들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프로 못지 않은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테크를 연습하고 있었다. 인우는 주 감독에게로 걸어 가며 그들의 손을 슬쩍 보았다. 과연 준프로들의 손놀림은 예상외로 빨랐다.
“그래 뭐가 불만이죠? 약속대로 핸디캡 들어 주겠어요. 무엇이든...아 발로 하자든지 뭐 그런것은 안되고.”
“헤헤..진짜지예? 그럼 아무거나 합니데이.”
“그렇게 해요. 그리고 어린 사람이 어른 한테 너무 버릇 없이 굴던데, 연장자로서 또 어쩌면.... 같은 업종 선배가 될지도 모르는데 충고를 좀 해 줘야 겠네요.”
“같은 업종 선배........요?”
주 감독의 말에 인우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억 누를 수 없었다. 능구렁이인 척 해도 세월의 관록은 이길 수 없는 것인가. 자신의 꿈이 조금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인우는 이내 얼굴색을 바로 잡았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말씀 가슴속에 담아 두겠습니다. 그럼 핸디캡은 제 마음대로 하나 하겠습니다. 발로 하고 뭐 이런고 말고예.”
그말 만을 남긴 채 인우는 몸을 돌렸다. 주감독이 뭘 할건지 물어보려 했으나 어느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액션인지 정말인지 모를 귓속말을 자신의 팀원들에게 남기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2) 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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