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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7/26 16:40:57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 로망 활극 - 제 18 화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2) |
“태근아. 저거 니 친구 맞제?”
“예. 친구가아니고 아는 동생들이예요.‘
“그래? 그러면저 키작은 얘좀 와보라 캐라.”
“쟈요? 뭐할라꼬요?”
“행니미 뭐 시킬 게 있다.”
“잠깐만요.”
태근이는 자기 친구들에게 다가 갔다. 아이들은 영웅을 만난 냥 어깨동무를 하며 기뻐 했다. 태근이는 인우가 지목한 그 작은 아이를 데리고 갔다.
“인우행님이다. 인사해라. 몇 번 봤제?”
“예. 안녕하세요.”
“어. 그래. 그러고보니 낯이익네. 행님 몇 번 봤제?”
“예. 접떄 피씨방에서 한번 보고....”
“그래그래. 그러면 행님 좀 도와 줄래? 나중에 행님이 임요환 싸인 받아 주께.”
“진짜요? 와! 뭔데요? 뭔데요?”
“그러니까 뭐냐면 태근이 니도 일로 와봐.”
셋은 무언가를 모의 했다. 인우의말을 듣는 아이들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파래졌다가 했다.
“행님 그래도 됩니까?”
“안 될거 뭐가 있노?”
“저는 혼 날것 같은데요.”
“니는 임마 내 시킨대로 얘들한테 가서 말만 하면 된다. 쪽팔리는 거는 태근이가 다할낀데 뭐.”
“그래도....”
“자. 어서 해.”
인우가 등을 떠 밀자 아이들은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태근이는 관객석의 맨 앞줄로, 태근이의 친구는 6:00팀의 선수들에게로. 그리고는 선수들의 귓속에 무언가 속삭였다.
“경기 시작은 언제 하나?”
“아예. 지금 하지예.”
“쟤는 뭐지?”
사장님은 무대로 올라간 태근이의 친구를 가르켰다.
“아입니다. 지시사항 전해주러 간 겁니다. 그냥 시작 하시믄 됩니다.”
“자, 그럼 경기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경기가 재개 되었다.
주감독은 도대체 저 청년이 무슨 짓을 할 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무슨 핸디캡으로 함정을 파고 있는지 말이다.
이윽고 T1팀 프로토스의 다음 테크가 올라갔다. 로보틱스 였다. 저글링의 양에 치중하는 상대를 리버를 통해 쉽게 뒤흔들 전략이었다.
그떄였다. 인우가 관객석의 태근을 향해 무언가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태근이 몸을 둥그렇게 말더니 무슨 시늉을 내기 시작했다. 관객석은 물론 게임을 하는 선수들까지 순간적으로 눈을 뺏겼다. 인우는 더욱 강하게 손동작을 보내었다. 그러나 태근은 아예 땅바닥에 엎드려 굼뱅이 시늉을 내기 시작했다.
“저게 지금 뭐하는 거야!”
말 그대로 싸인이었다. 태근은 인우의 싸인을 받아 선수들에게 리버가 나옴을 말해주고 있었다. 바디랭귀지. 가장 확실한 대화법.
“그래 잘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거야.”
“저게 핸디캡인가?”
혼란스러운 것은 감독 뿐만이 아니었다. 리버를 준비하고 있는 T1의 선수도 함께 보라는 듯이 굼뱅이 흉내를 내고 있는 태근. 상대방도 그 싸인을 봤을 것이다. 리버를 고집할 것인가. 다른 테크를 준비할 것인가.
그 싸인을 보자마자 상식이가 레어테크를 올렸다.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레어를 감지한 T1의 저그는 찔러 볼 심산으로 저글링을 합친다. 그때 또다시 인우의 싸인이 태근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네발로 뛰며 양 손으로 땅을 파는 시늉을 했다. 온몸으로 저글링을 표현하는 태근을 보며 주감독도 선수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도 말문이 막혔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6:00팀원들 뿐이었다. 태근은 벌게진 얼굴로 계속해서 저글링 흉내를 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적 역시 저글링을 불러 들이며 입구를 막으며 콜로니를 추가했다. 뚫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직감한 T1의 저그는 재빨리 멀티를 준비했다. 상식 역시 멀티를 따라 갔다.
T1의 프로토스는 리버가 간파 당했음을 직감하고는 본진 방어용으로 한기의 리버만을 준비한 후 드래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차후 전투를 위해 조금 늦게 셔틀을 추가할 생각 이었다. 드래군이 두기 세기 모이기 시작하자 또 다시 인우의 싸인이 떨어졌다.
이번엔 더욱 가관이었다. 태근은 드래군을 표현하기 위해 땅에 바로 누었다가 브릿지 자세로 일어났다. 그리고 낑낑거리며 두발짝을 움직이다 쓰러지고 움직이다 쓰러졌다. 이제 T1의 그들이 무엇을 하든 모든 정보는 태근의 몸을 통해 상식과 형근에게로 전해졌다. 눈치트, 귀치트에 이어 몸치트의 등장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관객들도 더 이상 웃어 넘지 못했다. 노골적으로 상대방의 전략을 공개하는 것은 핸디캡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관객들이 웅성거리니 사장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사장님이 태근에게 다가가 나갈 것을 재촉했다.
“너 임마. 미쳤어? 지금 뭐하는 거야? 응?”
“아..사장님 죄송해요 한번만 봐 주세요.‘
“나가 임마. 어서.”
“안 할게요 한번만..한번만..”
내쫓으려는 사장과 버티려는 태근. 화면이 가린다며 시끄럽다며 짜증을 내는 관객들. 결국 사장은 태근을 내 쫓지 못했다. 대신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고, 만약 또 다시 몸으로 전략을 알려 준다면 몰수패 하겠다고 못을 박고 나서 계속 경기를 보게해 주었다.
그러나 T1선수들의 심리적 동요는 상당한 것이었다. 더 이상 지체 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판단에 두 선수는 병력을 집결 시킨다. 상대의 주 병력은 질럿과 저글링 드래군이었다. 소수의 뮤탈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했다. 비록 규모면에서 T1쪽이 조금 적었지만 리버컨트롤을 통해 저글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심산이엇다. T1의 프로토스는 리버를 하나 더 추가해 셔틀에 실었다. 병력들은 센터를 향해 전진했고 셔틀은 나오는 리버를 기다리고 있다가 태우고는 선회하는 순간이었다.
바로그 순간이었다. 어둠속에서 튀어 나온 스컬지 4기가 셔틀을 폭파 시켰다. 그 안에는 두기의 리버가 실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전세가 뒤집혔다. 셔틀을 잃은 프로토스는 공황에 빠져 드래군의 컨트롤을 놓쳤다. 이에 질세라 모여서 기다리고 있던 상식과 형근의 병력이 위와 옆에서 T1의 병력을 덮쳤다. 저글링이 드래군을 덮쳤고 질럿이 저글링을 맡았다. 배틀크루저끼리의 싸움 처럼 한순간이었으며 기수를 돌릴수도 없었다. 센터에서의 단 한번의 전투에서 T1팀은 마치 살수에서 쫓겨나가는 수나라 대군 처럼 한번에 격퇴 당하고 말았다. 이미전새 회복은 어려워 보였다. 상식과 형근의 남은 병력은 저그의 본진을 향해 먼저 달렸다. 황급히 지은 콜로니의 변태가 끝나기도 전에 레어부터 하나씩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수가 모인 뮤탈은 프로토스가 몰래 소환시키는 넥서스를 찾아 공략했다. 후속 병력은 T1의 프로토스 본진을 향해 랠리 포인트를 찍은 듯 했다.
GG.
GG.
T1의 GG선언.
그러나 의외로 관객들의 반응은 조용했다. 연습생은 연습생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상식과 형근도 그저 서로의 얼굴을 한번 보며 웃었을 뿐 조용히 자리를 정리 했다. 인우도 평소와는 달리 떠들지 않았다. 태근도 조용히자리로 들어왔다. 어이를 잃은 것은 주 감독 뿐이었다. 자신의 시나리오와 달랐기 떄문이다.
“이거...완전히 당했네.... ”
주감독은 너무나 스무스한 패배에 오히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패배했다는 것도 저들이 이겼다는 것도. 단 한번의 압도적인 전투. 모든 것이 한번에 날아갔다. 감독을 맡으며 이런 경기를 수도 없이 봐왔고 당해 왔지만..오늘 만큼은 느낌이 달랐다.
“가자.”
“예?”
“가자. 짐싸라.”
“행님. 왜그래요?”
“우리가 이깄잖아. 삼대 일 끝났으니까 가야지.”
그랬다. 마지막 치욕은 이것이었다. 6:00팀은 경기가 끝나자 아무 말없이 주섬 주섬 짐을 싸기 시작 했다. 주 감독은 정신이 아찔해 졌다. 행사경기임에도 삼 대 일 나왔으니우리는 나가겠다는 모습이었다.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주 감독은 사장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사장은 사장 나름대로 6:00팀원들이 아예 나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이미 사장에게는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는 의미가 없었다. 너 골칫덩어리들이 어서 나가 주고 손님들과 T1과 함께 즐거운 이벤트를 꾸며나가고 싶었으니까. 그런 사장이 주감독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6:00팀이 관객 앞으로 나가 인사를 했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승리자를 위해 뻗어 나왔다. 인우는 주감독의 의향이야 어떻든 간에 이대로 자리를 빠져나갈 심산이었다. 자신들의 후광을 위해서였다.
이윽고 인우는 주감독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축하해.”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봐주신 덕분입니다.”
“마지막판 아주 멋졌어. 내가 당했군.‘
“아입니더. 그냥 쇼한깁니다.”
“아냐. 사람들 앞에서 경기하는데 경험이없는 연습생들의 약점을 잘 뒤흔더었더군.”
“그렇지예. 프로라면 그런데 아랑 곳 하지 않을 건데예.’
“하지만.... 그 스컬지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군.”
“아..그거 말입니까....그거는 지송하게 됐습니다.”
“역시 속임수가있는건가?”
“속임수라기 보다는 그냥 지가 얘들한테 툭 찔러 줬습니다. 리버 나오니까 타이밍 잘 재서 스컬지로 갖다 박으라고.”
“어떻게 리버가 나올줄 알았지? 예상이었나? 다템이 갈 수 도 있었는데.”
“봤습니다.”
“뭘?”
“손을 봤습니다. 저 선수분 손을예.”
“손?”
인우는 씩 웃었다. 감독과 그 선수를 보고. 그리고는 다시 인사를 구벅 했다.
“자기 버릇은 어떻게 해도 버릴수가 없지예.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그리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피씨방을 빠져 나왔다. 자신들을 환호하는 소리가 점점 뒤로 묻혀갔다. 처음 맛보는 감정이었다.
“오늘은 뭐 먹을래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피자요 피자. 피자헛 가야지.”
“그기 맛 없다. 갈비 무러 가자.”
“은다. 영감재이가. 피자 묵을란다. 피자헛 저기있다.”
“야 임마..”
“됐다 됐다 싸우지 마라. 오늘은 피자 묵고 내일은 동수랑 같이 고기 묵자.”
경기시작 미세한 컨트롤과 운영에서 인우는 어쩌면 연습생들을 상식이와 형근이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삼대 일 승리후의 돌연한 퇴장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의 테크를 파악하는게 중요 했고 애초에 질 경기라 생각도 하지 않았던 핸디캡을 물고 늘어 져서는 경기를 포즈시켰다.
주감독에게로 다가가던 인우는 T1선수의 손놀림을 흘끗 보았다. 그 손은 미친듯이 테크를 타고 있었다. 프로는 잠시도 손을 놀리지 못한다. 인우는 순간적으로 로보틱스를 누르는 모습을 확인 했다. 그 순간 리버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라도 그만이었다.
그리고 태근이의 친구를 통해 리버가 올 것이니 타이밍을 세어서 스컬지를 투입하라고 했다. 타이밍을 재는 것은 오직 인우만이 훈련시킬 수 있는 비밀스런 방법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태근이를 통해 교란을 펼쳤다. 상대는 무대경험이 없는 연습생이었고 인우의 뜻대로 매우 흔들렸다. 결국 리버를 잃고도 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무대의 압박감이 빠르게 GG치게 만들었다.
결국 삼대일이란 일방적인 스토어를 만들고 6:00팀은 무대를 빠져 나왔다. 프로 상대의 2승은 곧바로 그들의 팬카페를 만들었다. 아마츄어 사이에서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디딤돌이 바로 GO와 T1이었다. 비빌 언덕으로서는 최고 였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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