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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2/27 20:59:43 |
Name |
Stay There |
Subject |
늦었지만 오프후기입니다 |
오프후기..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그래도 한 번 써봅니다. 평소 히어로 센터나 용산이전 전의 온겜 스튜디오 오프는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야외 행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전 별 생각이 없었지만 학교 선배가 갑자기 가보자고 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길을 나섰습니다. 주변에서 감자탕을 먹고 나서 3시경에 줄을 섰습니다. 근처에 가보니 이런 제길. 저희가 나이가 제일 많은 듯 하더라구요. 03학번 04학번이니 웬만한 무리에 끼어 있으면 뭐... 저희보다 많은 사람 찾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죠. 아무튼, 뜻 밖에 줄이 너무 짧아서 스타결승 망하는 줄 알았습니다. 한 30분 기다리다가 앞에 보고 오니깐 저희가 서있던 줄에 ‘마재윤 일반’ 이라고 써있더군요. 옆쪽에 보니 이윤열 선수 줄은 스네이크 형태로 꼬아져 있더군요. 그제서야 나눠져 있단 걸 알아버렸지 뭡니까.
날씨가 꽤나 좋았는데 바람이 슬슬 불더니 추워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확 집에 가버리려고 잠깐 줄에서 나왔다가 뒤를 돌아보고 바로 컴백했습니다. 마재윤선수 줄의 끝이 안보이더군요. 못 들어오신 분들 엄청 많으셨을 걸로 예상됩니다. 한 두시간 기다리다가 팬클럽 분들 입장하시고 그다음에 5시 30분정도 되어서야 입장시작.. 휴 추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입장할 때 한 30초간 패닉상태에서 무질서의 향연이 벌어지면서 일부 개념없는 어린 친구들이 새치기를 위해 러쉬하는 바람에 짜증이 나긴 했지만 덕담한마디 해주고 들어갔습니다. 오른쪽 사이드쪽에 앉았는데 자리가 좀 불편하긴 했지만 분위기 때문인지 정말 확 달아오르더라구요. 그 분위기에 베이비복스 분들이 나오셔서 휘발유를 확 뿌려주셨죠. 어찌나 몸매가 그리들 좋으신지...어험.... 그리고 에픽 하이가 나와서 좋은 구경을 또 했죠. 그리고 뭐 칼싸움하는 인트로 나오고.. 이러면서 경기전에 제대로 달아올랐습니다.
에피소드는 뭐 이미 아실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2경기가 끝나고 한 아이가.. 미아(?)가 된 삼촌을 찾는 MC용준의 방송으로 쉬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찾고 나서도 “여러분 드디어 아이와 삼촌이 만났다고 합니다!” 이래서 양쪽 팬들 모두가 환호를 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요. 경기야 뭐 다들 보시는 눈이 저보다 좋으시고 분석들을 잘하셔서 굳이 쓰진 않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데 뭔가 우울한 뒷맛이 있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3시간 동안 못간 화장실도 잊고 터벅터벅 걸어 나왔죠. 솔직히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었는데 마재윤선수가 이겼다니깐 좀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나빴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마시구요. 선배랑 나오면서 진짜 마재윤은 인간 아니라고 그 말만 계속 한 것 같습니다. 맵도 참 이래저래 저그한테 불리한 맵들인데 그런거 가뿐하게 씹어주고 이윤열이라는 거인을 이겨 버린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경기시작 전에 선배는 마재윤 저는 이윤열 이렇게 내기를 했었는데 끝나고 나니 내기는 생각도 안나고 둘 다 입만 쩍 벌리고 경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끝가지 안보고 이윤열 선수 본진에 저글링들 들어가고 막 이런 상황에서 나오면서 미련이 남아서 뒤를 돌아보니 스크린엔 이윤열 선수의 안타까워 하는 표정이 마침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세발자국 걷고나니 뒤에서 ‘GG~~~' 하는 함성이 들려왔습니다. 영화같다고나 할까.
마재윤 선수 축하드리고 이윤열 선수는 좀 더 분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독재자를 물리치기 위해 살아서 돌아온 선왕이 추종세력을 이끌고 독재자의 세력과 큰 평원에서 전투를 하는 기분이랄까. 검과 검이 몇 번이고 부딪히면서 선왕의 검이 이미 거의 닳아서 자루만 남아버렸지만 웃으면서 마지막 합에선 패배를 알면서도 훗날을 기약하며 싸우는 그런 기분.. 요즘 점점 더 스타판이 재미있어집니다. 연봉이며 대회규모며 이것저것 양적으로 한껏 성장하기도 했지만 그를 보조하는 이 보이지 않는 힘싸움들이 참 대단하네요.
수많은 이슈들로 시끄럽기도 하고 많이 싸우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스타판 얘기하다가 싸우기도 하고 의견이 맞지 않으면 짜증도 부리고 우기기도 하지만 그럴때마다 모두 한번쯤 머릿속으로 우리 게이머들을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불확실하기만하고 손가락질 받던 이 판에 뛰어들어 우리의 눈앞에서 대 전투를 보여주는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 번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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