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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4/09 11:36:13
Name 철수
Subject [허접꽁트] 대마법사의 만가.
시끄러운 경적소리 모든 사람들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 빠르게 뛰어다니는

21 세기의 어느 한 오후. 하교하는 학생과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지하철은

언제나 만원 사례다.


동수는 입시가 얼마 남지 않은 학생으로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답답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동수는 역시 오늘도 학원을 빼먹기로 한다.

그리곤 자유를 만끽한다는 생각으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상을 보고있다.

시간은 흘러 밤이 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동수는 집으로 향한다.

집 앞 공원을 지나는 길 그 공원에는 항상 어떤 할아버지가 가만히 아침부터 밤까지

공원벤치에 앉아 계신다.


역시 오늘도 그곳에 있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려는 찰나에 한가지 생각이 스치어 지나간다.


[동수야]

[엉? 엄마?]

[오다가 공원에 할아버지 한 분 봤지?]

[어. 매일 계시는데?]

[그분이 아랫집에 사시는데 자식상하고 혼자 사시다가 얼마 전에 치매에 걸리셨다는 구나.]

[아...그랬었어?]

[그래. 동사무소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공원에 앉아 계시면 집으로 안내를 부탁하더구나.

너도 그 할아버지 공원에서 뵈면 집으로 안내해드려라]



'음 역시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겠다'


[할아버지? 여기 앉아서 뭐하세요?]

[...?]

[할아버지 시간 많이 늦었어요. 이제 집에 가셔 야죠?]

[자네는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걸 어떻게 아나?]

[네? 그거야 시계를 봐서 알죠! 할아버지 엉뚱하시네]

[그래. 시계를 보면서 우린 시간을 알 수 있지. 인간 최고의 마법이라 생각지 안나?]

[마법이라뇨? 이건 과학이죠. 할아버지 엉뚱한 소리 마시고 이제 집에 돌아 가셔야죠?]

[자네 내말 을 들어 줄려나? 나에게 말을 걸어준 건 오랜만에 일이라서 그러네.]


'음..어떡하지..에라 모르겠다. 봉사 활동한다고 생각하지 머.'


[예. 할아버지 제가 말벗을 해드릴 순 있는데. 근데 시간이 많이 늦어서 얼마 못 들어 드려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네.]




사람들은 언제나 개념이란 주인의 노예지.

그 개념이란 주인은 사람들이 문명을 이룩하고 나서부터

사람들의 주인이었어. 자네 언어란 무엇인줄 아는가?

언어는 마술일세. 아니 마법일세.

언어는 모든 걸 만들었어. 가령 이름을 예로 들지.

자네 이름이? 아 동수 그래.

자네는 언제부터 동수 이었나? 태어날 때부터?

그래 태어날 때부터지. 태어난다는 건 무언가?

그건 자네에게 언어로 지칭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다는 것일세.

자네가 이름이 없다 하더라도 '아기' '신생아' 등으로 불리는 것일세.

생각해 보게. 언어로 지칭할 수 없는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네.

심지어 우리는 '무언가'라는 단어까지 두고 있다네.

없는 존재까지 만들어 낸 셈이지. 이건 유형적인 것이야.

더욱 위대한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지.

자네는 '사랑'을 아는가? 사랑의 정의를 말할 수 있겠나?

남녀가 서로에게 끌리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

사람들은 여기에 마법을 부린 것일세.

무형적인 것에 언어란 마법을 써서 유형의 것으로

끌어 올렸지. 우리에게 사랑이란 단어가 없다면 우리들은

이성만 간직한 채 몇 천년 전에 멸종했을 것이네.

허나 언어라는 마법을 가진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마법을 부린 것이라네.

그로 인하여 지금 사람들은 번창하고 있지.

그리고 노예가 되어 버렸지.

사람들은 너무 많은 마법을 부린 거야.

결국 그 마법에 노예가 되어 버렸지.

대표적인 마법이 '시간'이란 것이네.

사람들은 시간을 만들었지. 그리고 유용했어.

시간을 만듦으로써 더욱 계획적이고 치밀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까.

왜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었지? 왜 한시간은 60분일까?

이런 궁금증은 이미 사람들에게서 사라졌어.

마법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안게 된 건 이미 그 마법이 법칙이 되어 버린 거야.

그때부터 사람들은 시간이란 법칙의 노예가 된 거지.

마법은 다른 마법으로 돌리면 될텐데

결국 법칙이 되어버리니 어쩔 수 없게 된 거지.

정해진 시간에 대한 초조함 불안감등으로 사람들은 황폐해졌고 또한 나태해졌어.

사람들은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것이지.



자네 오늘도 시간에 쫓기어 살지 안았나?

하루에도 10번씩 시계를 보며 가는 시간에 안타까워하지

안았나? 혹자는 시간은 금이라고 하지.

사람들은 부를 위해 살아간다고 봐도 무방해.

금을 쫓는 거나 시간을 쫓는 거나 결국 노예라 생각지 않나?




자네 한번쯤은 시간을 잊고 살아보게나.

흥미롭거나 즐겁거나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지.

그건 자네가 이미 시간의 폭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네.

시간의 폭이 없다면 그것이 짧다 길다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자체가 언어도단이지.




난 이때까지 너무 큰 마법을 부렸다네.

이 공원에 앉아있는 동안은 시간을 잊었지.

눈을 뜨면 밝고 눈을 감으면 어두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네.

하지만 자네를 만나면서 다시 난시간이란 마법에 걸리고 말았지.

자네가 늦었다고 지적해주자 지금 시간을 궁금해했거든.






사람들이 부린 마법은 수도 없이 많아.

그 중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있겠지.

그리고 지금도 마법을 부리고 있어.

언어란 인간의 최대 무기이면서도 최대의 약점인 것이야.

언어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자네는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야.




자네. 지금 무얼 생각하나?




자네. 지금 마법을 부리고 있어.


ps 음 글쓰기 버튼 생기고 나서 처음 첫글 이군요.
     수능치고 시간남을때 적었던것인데 컴퓨터 정리하다가 발견했습니다.
     벌써 횟수로 2년이 지났군요.
     지금 다시 읽어보니 어색하고 문장의 흐름이 이상한곳이 한두군데가 아니군요...

ps2 그냥 한번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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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모자라.
04/04/09 12:43
수정 아이콘
여자는 한달에 한번 마법에 걸린다 -_-;;
남자는 그덕에 눈치만 는다.
슬픈비
04/04/09 15:04
수정 아이콘
아.. 정말 괜찮은 글이네요^^;;; 마법이라..흠.. 때로는 공간을 멈춰버리는 마법은 없나라는 헛된 망상은했습니다^^;
GunSeal[cn]
04/04/09 15:51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었죠...
결국...그것은 에디슨과 같은...주위를 힘들게 하는것이기에...^_^
이제...그런 생각도 지치더군요...-_-
04/04/09 16:19
수정 아이콘
대마법사의 만가라... 드래곤 라자에서 봤던 챕터같네요 (눈에 익은걸 보니)
아케미
04/04/09 16:36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요즘 들어 시간에 쫓기고 있어서인지 가슴에 와 닿네요.
그나저나 그 할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
싸이코샤오유
04/04/09 16:49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님// 경험담 인것같은..
이호산
04/04/09 23:51
수정 아이콘
음...
마술사
04/04/10 14:28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_= 으음...이영도 단편집에서 나오는 '골렘'단편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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