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의 팬이 된 건 당신이 너무 안타까워서였어.
당신의 질리도록 이기기만 하는 모습이 싫어서
당신의 경기만 빼고 시청하던 내가 당신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 건 정말 뜻밖이더군


야, 너 제정신이니?
네가 제일 싫어하던 선수잖아.
너 설마 정말 저 선수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

스스로 자신에게 몇 번이나 되물었는지 몰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나 정말 그렇게 미워하던 그를 좋아하게 되었더라고..


처음엔 그저 이유없이 그를 미워하는 글들이 싫었던 건데
그렇게 안타깝기만 하던 시선이 어느덧 이렇게까지 변해 있더라고


그의 팬이 되고 왠지 사기당한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인 걸까?
이럴 줄 알았으면 팬이 되기 전에 각서라도 한 장 받아둘 걸 그랬나 봐

이기기만 하는 거만한 천재의 팬들이라 그런지 걱정 같은 건 전혀 없어보였단 말이야
그렇게 천하무적이던 그가 어떻게 내가 팬이 된 후부터 비실비실(?)한 거냐고..

기껏 잘하라고, 너 정말 멋지다고,,응원해 주니까 내 응원 시작되자 말자
올림푸스배 16강 탈락;;
그래 나도 억지라는 거 알아.
내가 응원하기 이전에도 온게임넷에선 예선탈락도 했었다는 거 나도 기억한다고..
그렇지만, 그땐 내 맘이 아프지 않았으니 무효라고 외치면 안 되는 거야?

이런 젠장!!!
나다의 팬이 되면 우아하게 승리를 축하하는 손뼉만 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엠겜 스타우트배 결승전에서 당신이 준우승하던 그 순간

재계약 파동 때문에,
승자조 1승 어드밴테이지 때문에,
이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사랑하던 그녀와의 이별 때문에,

난 당신을 위한 변명인지 나를 위한 변명인지 모를 궁색한 변명들로 당신을 변호하고 있더라.
바보 같은 놈, 찌질한 것 같으니,,나도 정말 화가 났는데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을 비난하는 건 못 참겠더라.

이 거만한 천재가 나 같은 팬은 마음껏 자신의 승리를 즐길 자격이 없다고
일부러 고생시키는 게 분명하다고..그러니 내 잘못이라고 굳게 믿게 되더라..

내가 당신의 팬임을 증명해보이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기대와는 달리 또 한번 당신은 내 눈에 눈물 흐르게 하더군.


패자조 결승에서의 oov와의 전투
난 당신이 oov를 간단히 이겨낼 거라 생각했었거든.
그가 아무리 잘나가는 테란 유저라고 해도

이윤열이니까
나다니까
그의 강력한 도전장도 당연히 뿌리칠 거라 믿었단 말이야

하지만, 결과는 쓰라린 당신의 패배였어.
당신을 위한 변명 같은 거 도저히 찾지도 못하게 하는 압도적인 패배더라.



..  하지만

시작하기전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꼭 이기겠다고 ;

아니 꼭 이긴다고.

그런데;;

경기 결과는 졌습니다;;

아니 내용 운영 콘트롤 자신감 모든면에서 졌습니다;

그는 훌륭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

그 선수에게 고마워 하겠습니다.


저에게 불타오르는 복수 , 의지 , 남자 를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당신이 쓴 이 일기가 아니였다면 나 정말 좌절했을지도 몰라.
고작 일기 몇 줄 이였는데, 당신은 이미 이긴 것만큼의 확신을 주었어.
그리고 언젠가 있을지 모를 그와의 재대결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어.

당신의 뒤를 따르던 상대전적 2 - 4 의 열세,
이윤열을 물량으로 누른 선수,
나다의 천적은 oov 란 그 모든 수식어들과
이별하게 될 복수의 무대가 화려한 결승전이라서 정말 다행스러워


나는 이윤열이라고,
나에게 천적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당신이 경기로 확인시켜줄 것이라 믿어.

내가 당신을 미워했었던 지난 일들 이제는 용서해줄 거지?
당신을 위한 걱정 같은 거, 변명 같은 거 더 이상 안 해도 되게 만들어 줄 거지?
이젠 당신을 향한 나의 진심 믿어줄 거지?



*반말투, 자극적인 단어의 사용이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난 후에 항즐이님의 토론게시판에서의 코멘트를 보았네요.
  특정선수에 대한 응원글이였습니다.
  제목에 [응원] 이라고 달아야 하나...잠시 고민했으나 응원글도 아닌것 같아서
  (혼자만의 잡담인 것 같아서 망설이다 그냥 수정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