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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7/21 01:12:46
Name LoveActually
Subject 조규남 감독님...
게시판이 조규남 감독님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문제로 시끌시끌하네요. 개인적으로 T1팬으로서 메가스튜디오에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뒤 기쁜 맘으로 집에 돌아와 PGR접속했는데.. 좀 씁쓸하군요. 그래서 글 재주도 없고 실력도 부족한 팬이지만 감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

7전 4선승제 경기에서 감독은 고민을 합니다. 5~6경기정도에 끝내는 엔트리를 짜느냐.. 7경기까지 가는 엔트리를 짜느냐.. 그 고민이 엇갈린 경기를 생각해 보니 작년 광안리에서 있었던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때의 한빛과 T1의 엔트리가 생각이 나네요..

작년 광안리 결승 당시 T1은 5~6경기에 끝내는 스토리를 짜고 나온 듯 보였고, 한빛은 7경기까지 가는 스토리를 짜고 나온 듯 보였습니다. (그 때 당시의 엔트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그렇다고 느끼실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이재균 감독은 당시 경기후 인터뷰에서 5,6,7경기를 이기고 역전해서 우승하는 그림을 그렸었다고 밝혔구요.)

물론 예상외로 1경기에서 박용욱 선수가 박경락 선수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어떻든 4경기까지는 T1의 시나리오대로 3:1로 앞선 상황. 임요환 선수가 5경기에서 김선기 선수만 이기면 T1의 예상 스토리가 적중하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5경기에서 의외로 김선기 선수가 이기고 다음 6경기 팀플에 한빛은 랜덤이 저그로 나오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6경기도 승리! 결국 7경기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5~6경기에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확실한 개인전 카드인 임요환 선수(참고로 그 당시 임요환 선수는 프로리그 개인전에서 날고 있었습니다.)와 당시 팀플최강이던 김성제/이창훈 조합을 5, 6경기에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당시 방송경기경험이 뜸하던 김현진선수를 7경기에 배치했던 T1은 암울. 반대로 7경기가는 스토리를 잡고 당시 한빛의 에이스였던 나도현 선수를 7경기에 배치한 한빛이 우승컵을 차지했죠.

그 경기 엔트리로 인해 주 훈 감독은 지금까지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7경기 오더에 대한 팬들의 원망때문에 말이죠.. (발로 짠 엔트리.. 제노스카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기용 등등..)

그 때 만약 주 훈 감독이 5~6경기에서 끝내는 시나리오 대신 7경기까지 가는 시나리오의 엔트리를 만들어 왔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김현진 선수를 1경기나 3경기 혹은 5경기에 개인전카드로 집어넣고 대신 7경기에 당시 가장 확실한 카드인 최연성선수를 집어넣었다면... 그래서 결국 7차전까지 가서 최연성 선수가 나도현 선수에게 승리하고 우승컵을 T1이 안았다면.. 과연 당시 주 훈 감독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요?
그랬다면... 김현진 선수가 1,3,5경기 개인전 중에 하나 나가서 설령 어이없게 패배했다 했을지라도 '엔트리의 승리!'. '최고의 명장!' 등의 칭송을 얻었을 겁니다. 7경기의 승리와 리그 우승이 다른 엔트리의 실수나 패배를 다 가렸을테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여러분은 그 경기의 패배만 생각하시면서 현재 우리나라 e-sports 최고의 팀 가운데 하나를 이끌고 있는 주 훈 감독을 역량이 부족한 감독이라고 표현하시겠습니까?

...

경기에서 승리하면 어떤 엔트리를 제출했다 할지라도 그 엔트리는 성공한 것입니다. 반대로 경기에서 패배하면 어떤 엔트리를 제출했다 할지라도 그 엔트리는 실패한 것입니다.

오늘 조규남 감독님은 결과적으로 엔트리에 실패했습니다. 경기에 졌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오늘 경기가 7경기까지 가는 결과로 이어졌다면 오늘의 조규남 감독님의 엔트리는 성공한 엔트리가 되었겠죠.

오늘 조규남 감독에겐 3경기의 김환중 선수, 5경기의 박영민 선수가 지난 광안리에서 T1의 두 명의 에이스를 잡은 박경락 선수, 김선기 선수의 역할을 감당해 주길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분명 상대 엔트리 구성이라던가 경기가 이어지는 상황들이 두 선수에게 그리 유리하지 못했던건 사실이지만, 만약 두 명중 한 명이라도 승리를 했었더라면 6경기 결과는 모르는 거니까 7경기 갈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T1의 누가 나오더라도 서지훈이라는 카드는 분명 승산이 있는 카드였겠지요. 그리고 GO의 광안리행도 현실로 이뤄졌을런지도 모르죠.. 그랬다면 오늘 조규남 감독님의 엔트리 구성은 누가 뭐라해도 성공한 엔트리 구성으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엔트리가 아무리 잘 구성된다 할지라도 경기는 정말 모릅니다. 세상 어느 감독이 자신의 명예와 위치가 걸린 실제 경기에서 뻔하게 지는 엔트리를 짜올 까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팀 선수의 역량을 체크하고 상대의 엔트리를 예상해서 엔트리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가장 이길만한 시나리오로 나왔을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런 엔트리가 반드시 승리를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감독도 자신처럼 최선을 다해 엔트리를 구성할테고 그러다 보면 엔트리에서 가위바위보 싸움이 벌어져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선수 컨디션이나 주변상황등이 변수로 작용해서 승부가 판가름 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 경기 하나만을 놓고 그리고 그동안 서지훈 선수가 개인전에서 자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감독의 역량이 규정되어져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다른 프로 스포츠 어디를 봐도 100% 완벽한 작전을 만들내어 승리만을 안겨주는 감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92년에 역대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고의 승률을 기록해낸 당시 빙그레 이글스의 김영덕 감독도 80여번 이겼지만 40여번은 졌답니다^^)

...

조규남 감독. 박태민, 전상욱 선수가 떠난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이번 한 시즌 열심히 새로운 개인전 카드를 시도하였고 결국 정규리그 개인전 다승 2위라는 분명한 성과를 거두어 내었습니다. 서지훈중심의 팀이라는 팀칼라도 많이 변화시켰구요.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건 서지훈 선수를 리그 개인전에 출전을 자제시켰기에 끌어낼 수 있었던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했던 중요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에이스 서지훈 선수를 전진배치시켜서 4:1로 승리시킨 감독입니다.

오늘은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조규남 감독은 여전히 명장입니다.




P.S) 조규남 감독님 힘내세요. 저는 GO의 팬은 아니지만, 조규남 감독님처럼 명문구단을 만들고 이끌어가시는 감독님들이 계시기에 이만큼 e-sports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팬이랍니다. 비판들이 있다면 달게 여기시며 겸허히 받아들이시되, 절대로 좌절하지 마세요. 누가 뭐라해도 당신은 명장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e-sports의 발전에 한몫을 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랍니다. 힘내세요. 조규남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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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ltCounteR
05/07/21 01:1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조규남 감독님 힘내세용!
GloRy[TerRan]
05/07/21 01:17
수정 아이콘
선수층이 두터운 T1도 임요환선수가 3경기나 출전했습니다.
그러나 선수층도 T1보다 안좋은 G.O에서 최고의카드 서지훈을
너무아낀건 아쉽네요. 팀플을 제외시키고 개인전에 나왔으면..
결과론이지만요.아쉽지만 승부는 결정되었고 수고했습니다.두팀^^
05/07/21 01:19
수정 아이콘
지오팀 빨리 스폰 구하시길...그리고 다시 한번 최강으로 거듭나길
나에게로떠나
05/07/21 01:19
수정 아이콘
상대방이 뻔히 예측하는 엔트리보단 뭔가 히든카드를 내세운거같습니다..상대방이 예측하면 그 종족전을 중심으로 연습하기 때문에..다른 선수를 기용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겠죠..
프로게이머 감독 아무나 하는거 아닙니다..자신만의 생각으로 판단하지 마시길..
05/07/21 01:19
수정 아이콘
지오가 이겻어도 왜 서지훈이 안나왓냐고 했을지 궁금하네요
LaLaPaLooZa_
05/07/21 01:21
수정 아이콘
지금 까지 글과 댓글을 보다가 이제서야 한마디하겠는데...

경기를 지려고 엔트리 짠것이 아닐테고요..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쓰시고 신인들의 가능성,능력 발휘

이렇게 생각하시고 엔트리를 짠거 같구요

T1 엔트리를 보면 다들 아시겠지만 박태민 안나왔습니다.

Go는 서지훈선수가 나오지 않았구요.

둘은 누가봐도 유력한1승을 챙겨다줄 후보고 조규남감독님은

에이스전에 출전 시키려고 마음먹으셨고 그뒤 1,3,5 경기는

김환중선수. 박영민선수. 마재윤선수 등 한테 기회를 주신듯 싶은데..

결과론적인걸로 너무 머라고하지맙시다.. 충분히 아쉬워 할수있는상황

입니다만... 조규남감독님께서는 지려고 절대 엔트리 짜신게 아니고

이기시려고 짜신겁니다. 결과론적으론 졌지만....

이렇게 부딪혔을때 Go팬 여러분이 위로과 관심을 더욱더 가져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05/07/21 01: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군요. 저도 얼른 스폰을 얻어서 더 이상 선수 방출이 없이 강한 팀을 꾸준하게 이끄시길 바랍니다.(한빛을 보면 스폰 있다고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ㅡㅡ;)
05/07/21 01:32
수정 아이콘
아..저도 글쓸까 말까하다가 LoveActually님이 써주셨군요.
사실 저도 T1팬이긴 하지만, GO도 좋아하는 팀이라 아쉬웠었는데,이왕이렇게 된거,T1이 우승하는게 GO에게 보답하는 길이겠죠.T1 파이팅!!
ps.깔끔하게 정리 잘해주셨군요.
저녁이떡볶이
05/07/21 01:37
수정 아이콘
T1이 우승....하겠죠? KTF보다 포스가 더 대단한것 같은데...개인전에서는 좀 그래도...비록 KTF가 정규시즌 18연승을 달성했어도 지금의 T1이라면 이길수 있을것 같습니다...KTF의 최강 투프로토스를 어떻게 이기느냐가 관건이 될것 같습니다...
안용진
05/07/21 06:37
수정 아이콘
전 차라리 잘된거 같습니다 . 지오가 올라오면 정말로 KTF나 지오중에 누구를 응원해야할지 정말 난감했었거든요 . 이왕 이렇게 된거 KTF화이팅 !!
묵향짱이얌
05/07/21 08:35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몰라도 서지훈선수가 개인전에 출전않한건 참 아쉽네요..박태민선수는 온겜3-4위전승, 임요환선수한텐 전적이 많이 앞서고, 전상욱선수는 WCG결승때 이겼었고 전체적으로 서지훈선수가 T1상대론 해볼만 한데도 개인전 한경기도 못나간건 참 많이 아쉽네요..
아케미
05/07/21 08: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겼더라면 아예 이런 논란이 나오지도 않았겠지요. 조규남 감독님을 비롯 GO 모두 파이팅! 강한 팀이니까요.
05/07/21 08:58
수정 아이콘
... 에휴 진게 죄지요..
05/07/21 10:17
수정 아이콘
JangHwa// 진건 죄가 아니죠
감독의 뜻도 모르면서 단지 엔트리가 맘에안들었다고 떠드는 팬들이 죄인겁니다
Gallimard
05/07/21 15:25
수정 아이콘
김응룡 '사장'님께서, 다시는 감독을 하고 싶지 않으시다며 손사래치시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여론의 뭇매를 맞아 뜻을 펼 시간도 없이 물러나던 많은 스포츠 감독들을 생각해봅니다.

과정과 결과가 아쉽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감독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됩니다. 감독이란 자리가 결과에 1차적 책임을 지는 직위임은 분명하지만, 플레이오프 혹은 결승이라는 정점에서 트로피를 얻지 못했다는 결과가 팀의 한 시즌 농사 자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여전히 불투명한 스폰서,
최강 지오를 책임지던 선수들의 이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규시즌 공동 3위를 만들어냈습니다.

1라운드 결승에서 우승하여 스폰서도 얻고 지오가 최고의 팀으로 각인되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큰 것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결승문턱에서 좌절한 것으로 조규남 감독님의 한 시즌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LoveActually님의 글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다음시즌에도 여전히 최강일 지오를 지켜볼랍니다.

조규남 감독님, 힘내세요. 결승무대, 그까이꺼 다음 시즌도 있지 않습니까! 더 단단해진 다음시즌의 지오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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